"의사, 받은 혜택 돌려줘야"…서울대 의대 졸업식 '뼈 있는 축사'
“여러분은 사회에 숨어 있는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에 서 있다.”
“의사가 숭고한 직업이 되려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직업이 아닌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어야 한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행정관 3층 대강당에서 ‘2023년도 전기 의과대학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이날 졸업식 축사에 나선 김정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장은 “요즘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 붕괴에 따른 의대 정원 증원, 의사과학자 양성 등 사회적 화두에 대해 국민들은 우리 대학에 한층 더 높은 사회적 책무성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학장은 최근 전공의 이탈 등 의사 집단의 집단행동 등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발언을 이어갔다. 의사의 사회적 책무, 특히 서울대 의대가 갖는 사회적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강조했다.
김 학장은 “국민들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여러분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어 있는 많은 혜택 받고 이 자리 서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의료계는 국민들에게 따가운 질책 받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의사가 숭고한 직업이 되려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직업이 아닌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의사, 사회적 책무성을 위해 희생하는 의사가 될 때 서울대 의대의 위대한 전통은 국민 신뢰 속에 우리나라 미래 의료·의학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학장은 “서울대 의대에서 배우고 익힌 것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이라고 생각하고 훌륭한 지식과 능력을 주변과 나누고 사회로 돌려주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항상 생각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졸업식에서는 식순과 김 학장의 인사말(식사) 등을 소개하는 안내자료가 배포됐는데 김 학장의 이같은 발언은 자료에는 없었다.
축사에 나선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역시 “현재 대한민국 의료계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건강이 최우선이고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이웅희 동창회 부회장은 축사에서 “(이번 졸업생들이) 2020년 정부의 불합리한 의료 정책으로 전국 의대생들이 동맹휴업에 나섰을 때 중심에 섰다”며 “또다시 무리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의료계가) 깊은 혼돈에 빠졌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대화와 협치를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며 “단합된 의지와 지혜로 그동안의 어려움을 극복해왔듯 이번에도 국민이 바라고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대 의대 학사 졸업식에는 133명의 졸업생이 참여했다. 이들은 “개인적 이익과 이해 상충을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환자와 사회의 신뢰를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의사 윤리 강령 선서를 끝으로 졸업식을 마쳤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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