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가혹행위 혐의' 오지영, 자격정지 1년 중징계...페퍼는 방출 결정 [오피셜]

김지수 기자 2024. 2. 2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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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한국배구연맹(KOVO)이 '후배 괴롭힘 혐의'를 받는 프로배구 여자부 페퍼저축은행 리베로 오지영(35)에게 '1년 자격 정지'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KOVO는 27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연맹 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지난 23일 첫 번째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했던 상벌위는 이날 회의에서 오지영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다.

KOVO에서 구단 내 선후배 간의 괴롭힘 혐의로 징계를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징계 수위도 자격정지 1년으로 매우 높다. 

이장호 KOVO 상벌위원장은 "오지영 선수가 후배들에게 가한 직장 내 괴롭힘과 인권 침해 등을 인정해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며 "양측의 주장이 다르긴 하지만, 동료 선수들의 확인서 등을 종합하면 분명히 인권 침해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상벌위원회는 이와 함께 "이 같은 행위들은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이며 앞으로 프로스포츠에서 척결되어야 할 악습이므로, 다시는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재하기로 하여 선수인권보호위원회규정 제10조 제1항 제4호, 상벌규정 제10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 상벌규정 별표1 징계 및 제재금 부과기준(일반) 제11조 제4항 및 제5항에 의거, 오지영 선수에게 '1년 자격정지'의 징계를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상벌위원회는 해당 구단에게 선수단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하였다.

상벌위원회는 오지영이 피해 선수들에게 가한 행위들이 사회 통념상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3시즌 연속 최하위가 확정된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오지영이 후배 선수 A, B를 지속해 괴롭혔다는 의혹을 자체 조사한 뒤 지난 15일 관련 내용을 연맹 선수고충처리센터에 신고했다.

오지영은 23일에 이어 이날도 상벌위에 출석해 직접 소명했다. 23일에는 홀로 출석했지만, 이날은 법률대리인과 동행했다. 후배 선수 A도 두 차례 상벌위에 모두 나와 피해 사실을 위원들에게 알렸다.

자체 조사를 한 페퍼저축은행 구단 관계자도 상벌위에 출석해 위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추가 자료를 확인한 상벌위는 징계 수위를 확정했다.

KOVO 상벌위원회가 음주운전 등 불법 행위에 연루된 경우가 아님에도 이처럼 1년 자격 정지의 중징계를 내린 건 매우 이례적이다. 

다만 상벌위는 오지영에게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고 알렸다. 오지영 측은 "우리의 소명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추가로 제출할 수 있는 자료도 있다"며 "재심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오지영의 법률대리인 정민회 변호사는 "이 사건이 쟁점화되기 전에 오지영과 A는 신뢰성이 담보된 관계였다. 선후배보다는 자매에 가까웠다"며 "오지영이 약 200만원 상당의 선물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오지영이 A에게 호의를 베풀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지영과 B는 거리를 둔 사이여서 괴롭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이번 사건이 불거진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이 사건이 불거진 원인이 피진정인과 진정인 사이의 갈등 때문이 아니라, 외국인 감독(조 트린지)이 선수단 정서나 감정을 이해하지 않고, 주전과 비주전 선수를 분리한 것에 있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감독의 결정에 따라 페퍼저축은행은 주전 선수가 경기를 펼치는 날에 비주전 선수는 경기장이 아닌 훈련장 또는 숙소에서 대기한다"며 "경기장에 가지 않은 비주전 선수가 경기 시간에 훈련장에서 벗어나는 일이 벌어졌고, 이에 고참급 선수들이 '경기 진행 중일 때는 외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A가 외출을 했고,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교통사고 소식을 접한 오지영을 포함한 고참 선수들이 사고를 낸 선수들에게 질문을 하다가 갈등이 불거졌고, 이 과정에서 A, B가 팀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오지영은 B에게는 아예 이 문제에 관해 질문도 하지 않았고, 평소 신뢰 관계가 있는 A에게는 '언니가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너를 위한 길'이라고 질책한 사실은 있다"고 설명을 보탰다.

오지영이 A에게 한 질책이 '괴롭힘은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페퍼저축은행도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먼저 구단 내 불미스러운 일로 AI페퍼스를 아껴 주시는 팬 여러분과 배구연맹 그리고 배구 관계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구단은 내부조사를 통해 오지영 선수에 의한 인권침해 행위 사실을 파악 후, 곧바로 선수단에서 배제하고 배구연맹에 이를 신고하였다"고 밝혔다.

또 "페퍼저축은행 구단은 상벌위원회 징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금일 부로 오지영 선수와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하였다"며 "향후 구단은 선수들의 권익 보호와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1988년생인 오지영은 2006-2007 V리그 여자부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여자부 최고의 리베로로 명성을 떨치며 2017-2018, 2018-2019 시즌 베스트7 리베로 부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다. 대한민국 여자 배구의 올림픽 4강 신화에 힘을 보탰지만 이번 자격 정지 징계로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것은 물론 향후 선수 커리어 지속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오지영은 2022-2023 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에서 페퍼저축은행으로 둥지를 옮겼다. 페퍼저축은행은 여자부 제7구단으로 2021-2022 시즌 V리그에 진입한 이후 얇은 선수층과 경험 부족을 노출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오지영이 베테랑으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영입했지만 후배 괴롭힘 사태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았다. 페퍼저축은행은 KOVO 징계와 무관하게 오지영을 방출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오지영은 2023년 4월 페퍼저축은행과 3년 총 10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KOVO의 자격정지 1년 징계가 끝나도 계약 기간이 1년 남지만, 페퍼저축은행은 계약 해지를 택했다. 이대로라면 불명예 은퇴 수순을 밟게 된다. 

페퍼저축은행은 이와 함께 사령탑 교체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아직 2023-2024 시즌 정규리그 5경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조 트린지 감독과 결별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 구단은 트린지 감독과 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행정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조 트린지 감독은 팀 운영에서 손을 뗄 것으로 보인다. 이경수 수석코치가 지난 시즌에 이어 또 한 번 감독 대행을 맡아 잔여 경기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행정 절차가 끝나면 공식 발표만 남아있다.

페저축은행은 올 시즌 31경기에서 3승 28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승점은 단 10점에 불과했고 창단 첫해 2021-2022 시즌 3승 28패, 승점 11을 기록하고 2022-2023 시즌 5승 31패, 승점 14점을 따냈던 점을 감안하면 팀 전체가 발전 없이 제자리 걸음 중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하위권 탈출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국가대표 공격수 박정아를 영입했다. 여기에 V리그에서 기량이 충분히 검증된 외국인 공격수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를 지명하면서 라인업 만큼은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2023-2024 시즌 여정이 패배의 연속이었다. 프로라고 보기 어려운 처참한 경기력 속에 역대 여자부 최다인 23연패의 불명예 신기록을 세웠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23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3-25 24-26 25-22 27-25 15-9)로 역전승을 거두고 23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페퍼저축은행의 승리는 지난해 11월 10일 GS칼텍스전 이후 무려 105일이자 24경기 만이었다. 그러나 연패 탈출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주축 선수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팀을 떠나고 사령탑은 경질되는 내홍에 휩싸이게 됐다. 세 시즌 연속 최하위(7위)가 일찌감치 확정됐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 트린지 감독을 선임하며 "트린지 감독은 데이터 기반의 경기력 분석을 기초로 페퍼저축은행을 이끌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트린지 감독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여자대표팀의 분석관과 코치로 일했다. 미국의 2014년 세계배구선수권대회 우승, 2015년 월드그랑프리 1위, 2016년 올림픽 동메달 획득 등에 공헌했다. 2021년에는 북중미카리브배구연맹(NORCECA) 여자선수권대회 감독으로 미국 대표팀을 이끌었다.

트린지 감독은 2019년 캐나다 여자대표팀 코치, 2022년 캐나다 남자대표팀 코치로 뛴 이력도 있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페퍼저축은행에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트린지 감독은 최근에는 팀 내 괴롭힘 문제가 불거지면서 리더십에도 타격을 입었다. 선수단 장악력도 의구심을 받게 됐고 결국 한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페퍼저축은행은 일단 오는 29일 IBK기업은행과 홈 경기를 치른다. 여러 가지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연승에 도전하게 됐다. 이경수 감독 대행은 2022-2023 시즌에도 김형실 감독이 정규리그 진행 중 성적 부진으로 지휘봉을 내려놓게 되면서 감독 대행을 맡았던 가운데 2년 연속 막중한 임무를 떠안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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