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무는 개' 훈련 중 강형욱이 씁쓸해 한 까닭
[김종성 기자]
▲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 KBS2 |
시골의 전원주택, 넓은 옥상에서 홀로 지내고 있는 개 한 마리가 포착됐다. 겉보기에는 여느 웰시코기와 다를 게 없어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듬성듬성 뭉쳐있는 털과 길게 자란 발톱이 눈에 띄었다.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뜻일 게다. 산책도 한동안 나가지 못한 듯했다. 지난 26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 '사람 무는 개' 짜리(수컷, 6살)는 현재 격리 상태였다.
아빠 보호자는 짜리가 결혼 전 만났던 여자친구와 함께 키우던 개라고 설명했다. 헤어진 후 전 여자친구가 짜리를 맡아키웠고, 5년 만에 연락을 받고 데려온 날 물림 사고를 당해 3주간 입원을 해야 했다는 사연은 충격적이었다. 당시 아빠 보호자는 근육봉합술을 받아야 할 만큼 상처가 심했던 모양이다. 현재 6살 된 딸이 걱정되어 부모님 집 옥상에 데려다 놓은 것이다.
"저렇게 달려들기 쉽지 않은데요?" (강형욱)
처음에는 유독 아빠 보호자에게만 짖고 달려들어서 공격의 대상이 특정되어 있는 줄 알았지만, 짜리는 리드줄을 채우려고 하는 할아버지 보호자의 다리를 물어버렸다. 상처가 심한 할아버지 보호자는 응급실로 이동해야 했고, 그 때문에 결국 촬영이 잠시 중단되고 말았다. 강형욱 훈련사는 입질 후 재입질을 하는 짜리를 보고 방어적 공격성이 아니라고 단정지었다.
잠시 후, 리드줄이 착용된 상태를 확인한 제작진이 마이크 점검을 위해 할머니 보호자에게 다가갔다. 짜리는 아무런 전조증상 없이 제작진의 다리를 물어버렸다. 혹시 남자에게만 공격성을 모이는 걸까. 짜리는 할머니 보호자에게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보며 강형욱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아니나 다를까, 짜리는 할머니의 손을 물고 흔들어버렸다. 역시 응급실행이 불가피했다.
관찰을 했지만 미스터리만 커졌다. 아빠 보호자만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남성만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방어적 공격성도 아니고, 우위적 공격성도 아니다. 사정을 알고보니, 애초에 짜리를 키웠던 보호자도 손을 심하게 물려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짜리의 미스터리한 공격성으로 피해자만 6명에 달했다. 웰시코기는 상냥하기로 유명한 견종인데, 지금의 공격성은 의문투성이였다.
▲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 KBS2 |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아무런 반응 없는 짜리를 주의 깊게 바라봤다. 짜리는 처음부터 공격적인 반려견이 아니었을까.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시켰다.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반항하며 몸부림쳤다. 잠시도 안심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강형욱은 안전을 위해 핀치 칼라까지 채우기로 했다. 힘든 훈련이 안쓰럽지만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강한 통제와 압박이 좋은 교육은 아니에요. 하지만 짜리에겐 다음 훈련이 없어요. 다음은 안락사밖에 없어요." (강형욱)
격렬한 반항이 이어졌다. 답답한 입마개를 빼기 위해 발악하기도 했다. 입질을 시도하다가 잔뜩 흥분해 소변 실수까지 했다. 강형욱은 짜리의 몸을 눌러 진정시켰다. 한정된 옥상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산책 훈련을 진행하기로 했다. 마당으로 짜리를 데려간 강형욱은 통제 훈련을 이어갔다. 만만치 않은 성격의 짜리는 반항을 멈추지 않았다.
강형욱은 강한 통제와 압박이 좋은 교육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짜리에게는 '다음'이 없다는 사실도 명확했다. 지금처럼 계속 사람을 물다가는 '안락사'라는 최후의 수단밖에 남지 않을테니 말이다. 강형욱은 '이런 훈련이 맞는 길일까'라며 훈련사로서 회의감이 든다며 씁쓸해 했다. 훈련의 수위를 조절하는 건 '개통령' 강형욱에게도 어려운 일인 듯했다.
짜리는 입마개가 답답한지 계속해서 몸부림쳤다. 강형욱은 과감하게 압마개를 제거했다. 그 이유는 과도하게 흥분하는 개들은 자신의 혀를 깨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릴 뻔한 상황이었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입마개가 제거된 짜리는 산책에 제법 집중했다. 강형욱은 짜리가 많이 안정됐다고 판단하고, 할아버지 보호자에게 줄을 건네주었다.
배변 활동 후 뒷발을 차는 짜리는 '대범함' 그 자체였다. 마치 경찰서에서 트림을 하며 허세를 부리는 상황이라고 할까.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강형욱은 몇 가지 솔루션을 제시했다. 우선, 환경 개선을 위해 마당에 새로운 견사를 만들어주라고 조언했다. 이후 공격성이 약해지면 활동 영역을 넓혀주라고 설명했다.
▲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 KBS2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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