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국경 동시 방문…역대 최고치 불법이민, 美대선 핫이슈로
미국에서 지난해 말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29일(현지시간) 남부 텍사스주(州) 국경 지역을 동시에 찾는다. 대선 리턴 매치가 확실시되는 두 사람 입장에선 최근 불법 이민자 폭증이 지지율에 큰 변수가 되자, 이슈 대응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브라운즈빌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6일 보도했다. 멕시코만 인근 브라운즈빌은 미국-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곳으로 대규모 불법 입국이 이뤄지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텍사스 남부 국경도시 이글패스를 찾는다. 이글패스는 바이든 행정부와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공화)가 불법 이민 대응을 놓고 대립하면서 상징성을 갖게 된 곳이다.
현재 미국에선 불법 이민이 크게 늘면서 정부 대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돼 바이든 대통령에 불리한 상황이다. 지난해 250만명이 미 남부 국경에서 불법 입국했고, 특히 지난해 12월 월간 단위로는 역대 최고치인 30만2000명이 불법 입국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불법 이민 이슈가 대선 표심에 영향을 준 거로 나타났다. 앞서 14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부정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들은 최대 이유로 '불법 이민'(19%)을 꼽았다.
또한 몬머스대가 지난 8~12일 유권자 902명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불법 이민 문제가 가장 심각한 이슈라고 답했다.
이처럼 이민 문제와 관련, 바이든은 수세에 몰렸으나, 최근 국경통제 강화 방안 등이 포함된 패키지 안보 예산이 공화당 반대로 무산되자 이를 계기로 즉각 공격 모드로 전환했다.
바이든은 23일 캘리포니아주 선거자금 모금행사에서 "국경이 혼란에 빠졌다"라고 한 뒤 "트럼프가 하원 의원들에게 전화해서 '바이든에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국경 안보) 법안에 찬성 표결을 할 경우 보복하겠다고 말했다더라"면서 국경 혼란의 책임을 트럼프에게 돌렸다. 앞서 6일 연설에서도 "트럼프는 국경 문제 해결에는 관심 없고, 이를 정치적 문제로 만들기 원한다"고 꼬집었다.
29일 브라운즈빌에서 520㎞ 떨어진 이글패스를 찾는 트럼프는 바이든의 국경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갈 전망이다. 그는 재선 시 고강도 반(反)이민 정책을 펴겠다는 공약을 또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6일 소셜미디어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즉각 국경을 봉쇄하고 취임 첫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범죄자 추방 작전을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는 출생 시민권제(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미국 국적을 자동 부여) 폐지, 대규모 불법 이주민 추방, 이슬람국가에 대한 입국 금지 확대 등의 강경 이민 정책을 공약한 바 있다.
청년층 지지 흔들린 바이든, 트럼프와 격차 4%P
한편 지난 대선 때 바이든 당선에 힘을 실었던 젊은 층이 등을 돌리면서, 젊은 층의 바이든-트럼프 지지율 격차가 단 4%포인트로 좁혀졌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2020년 대선 때 Z세대(당시 18∼23세)와 밀레니얼 세대(24∼39세) 지지율에서 바이든이 20%포인트 앞섰던 것(퓨리서치)과 대조적인 수치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와 제너레이션랩이 3∼14일 18∼34세의 전국 대표표본 1073명(오차범위 ±3%포인트)을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지지율 52%로 트럼프(48%)를 오차범위 안에서 간신히 앞섰다. 매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지지하면서 청년 표심이 이탈했다고 봤다. 최근 바이든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 뒤지는 배경에는 청년 표 이탈도 영향을 줬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트럼프 6049억 벌금형 선고에 항소
트럼프 측은 '사법리스크'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측 변호사들은 '부동산 부풀리기 사기 대출' 혐의에 대한 민사재판 1심에서 6000억원 이상 벌금을 내라는 판결과 관련, 1심 판결을 뒤집어 달라고 요청하는 항소장을 26일 뉴욕 항소법원에 정식으로 제출했다.
앞서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아서 엔고론 판사는 지난 16일 트럼프가 자산 부풀리기 방식 등을 통해 사기 대출을 받았다고 보고 3억5500만 달러(약 4730억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만일 1심 판결이 유지되면, 트럼프는 이자 포함 최소 4억5400만 달러(약 6049억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 밖에도 트럼프는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 등에 따른 형사 재판도 앞두고 있다. 이런 법률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정치자금·기부금 등을 쓰고 있어 트럼프 캠프의 선거 자금이 점차 고갈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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