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애플 실적이 좋아야 한국인 노후가 안락한 시대

백강녕 2024. 2. 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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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잘 팔려야 한국 사람들이 안락한 노후를 누리는 시대가 왔다.

국민연금이 한국 주식 시장 대신 해외 주식 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한국 증시가 국민연금에 소외당하는 모양새다.

한국 제품 경쟁력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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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작년 미국 증시 덕에 사상최대 실적
주식 대신 자산에 상속세 걷는 방안 고려해야

아이폰이 잘 팔려야 한국 사람들이 안락한 노후를 누리는 시대가 왔다.

국민연금공단은 작년 사상 최대인 12%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간 100조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사실 국민연금은 머지않아 적자로 돌아설 운명이다. 돈을 지금보다 더 내고, 연금은 덜 받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나이 좀 먹은 이들은 사정이 낫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청년들은 돈만 내고 아예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매년 이렇게 수익을 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자손손 후손들까지 안정적인 노후를 누릴 수 있다.

호실적 뒤에 애플이 있다. 국민연금이 한국 주식 시장 대신 해외 주식 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제 국민연금 전체 자산 1000조원 가운데 해외주식이 303조원, 국내 주식이 그 절반 이하인 141조원 정도다.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곳은 미국 증권 시장이다. 2022년 말 기준 해외주식의 64.1%가 미국 직접 투자다. 그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종목은 애플(6.58%)이다. 다음은 마이크로소프트(MS·5.8%), 인베스코 MSCI 미국 상장지수펀드(ETF·4.79%), 아마존(2.97%), 엔비디아(2.71%) 순이다.

작년 미국 직접 투자 자산 가치가 41.2% 치솟았다. 번 돈만 28조원이다. 반면 국내 주식 수익률은 16.50%다. 애플을 필두로 미국 IT주 주가가 오르면 우리 노후가 풍족해진다. 국민연금은 해외주식을 더 많이 사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작년 말 30.3%였던 해외주식 비중을 올해 33%로 끌어 올릴 생각이다. 반면 국내 주식 비중(15.4%)은 작년 말(15.9%)보다 0.5%포인트 떨어뜨린다. 한국 증시가 국민연금에 소외당하는 모양새다.

한국 제품 경쟁력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 기업 주가는 왜 오르지 않을까. 사람들이 주식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을 사게 하려면 이익을 배당으로 나눠 주거나 주가 자체가 올라야 한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배당에 인색하다. 대기업의 경우 대주주의 지분율(60대 대기업 오너 지분 3.5%)이 낮아 배당을 꺼린다. 차라리 자회사를 많이 만들어 높은 자리 하나씩을 차지한 다음 연봉을 더 가져가는 편이 회장님에게 이익이다.

주가가 오르는 것도 오너 일가 입장에선 껄끄럽다. 한국 재벌들은 60%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세금만 더 나온다. 덕분에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것)은 0.9배다. 쉽게 말해 기업 자산 90%만 팔아도 기업 주식을 다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대만(2.2배)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조차 1.2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초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임기 중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26일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은 살짝 실망한 듯하다. 발표 후 주가가 오히려 내려갔다. 이도 저도 아니고 어중간하다는 말이 들린다. 정부는 오는 5월 다시 세미나를 열고 업그레이드 구체안을 내놓겠단 입장이다. 한국 기업 주가는 비정상적으로 낮다. 오너들이 주가를 누르고 있는 측면이 있다. 핵심은 세금, 상속세다. PBR이 1보다 낮다면 주식 대신 기업 자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걷는 방법도 생각해 봄 직하다. PBR이 순식간에 1보다 높아질 것이다. 정부가 5월 한국 증시를 한 단계 끌어올릴 묘안을 내놓길 바란다. 삼성전자, 현대차보다 애플, MS 실적이 더 중요한 시대에 살고 싶지 않다.

백강녕 디지털콘텐츠매니징에디터 young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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