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총선 전 빨라진 정책 시간표

박준이 2024. 2. 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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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10일 제22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요즘 각 부처를 오갈 때면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흘러나온다.

올해 초만 해도 '개점휴업' 상태라던 부처 공무원들은 최근 각종 정책 시행에 여념이 없는 정부 때문에 일거리가 늘어났다고 토로한다.

실제 각 부처 정책을 보면 불안한 지점이 포착된다.

의대 증원은 올해부터 시행에 나서느라 이미 발표된 대학 모집요강을 5월 말까지 수정해서 공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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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침' 때문에 바빠진 부처
각 정책 억지로 총선 전으로 당겨
현실 가능한 선에서 규모 등 설정해야

오는 4월10일 제22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요즘 각 부처를 오갈 때면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흘러나온다. 올해 초만 해도 '개점휴업' 상태라던 부처 공무원들은 최근 각종 정책 시행에 여념이 없는 정부 때문에 일거리가 늘어났다고 토로한다.

의대 증원, 늘봄학교 등 그동안 실행이 요원하던 정책이 총선을 계기로 추진력을 얻게 된 건 좋은 일이다. 문제는 시간과 준비가 필요했던 일들을 무리하게 4월10일 이전으로 끌고 왔을 경우다. 실제 각 부처 정책을 보면 불안한 지점이 포착된다.

대표적인 예가 '늘봄학교'다. 늘봄학교는 당초 교육부가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예정돼 있다가, 총선을 앞두고 정부 대표 공약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올해부터 추진으로 당겨졌다. 교육부는 부랴부랴 시행계획을 마련하고, 현장 교육청도 실행안을 내놨다. 세부 예산과 규모를 정하지 않은 채 일단 모집된 학교부터 즉각적으로 공개하느라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교육청도 발생했다. 학교별로 관리 인력과 공간이 충분한지는 검토되지 않은 상태였다.

의대 증원(보건복지부, 교육부)과 양육비 대지급제(여성가족부) 등 올해 공표된 다른 정책도 마찬가지다. 의대 증원은 올해부터 시행에 나서느라 이미 발표된 대학 모집요강을 5월 말까지 수정해서 공표해야 한다. 학원가의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전혀 감이 안 온다', '커트라인이 바뀔 것'이라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학 역시 당장 내년부터 학생들을 모집해야 하는데, 하반기 내에 늘어난 학생들을 수용할 인력, 시설을 빠르게 갖춰야 한다. 양육비 대지급제도 현재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지만, 예산과 회수율 등 여러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책 실행에서 중요한 건 속도보다 디테일이다. 정책 하나, 조항 하나에 수백, 수천 명의 삶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일단 이번 총선만 이기고 보자’는 마음에 준비한 것이라면 선거가 끝난 이후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라도 실현 가능한 선에서 규모와 기한을 설정해야 한다. 필요 인력, 공간, 예산 등 실행 계획도 함께 발표해 현장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 정부의 성적표는 아젠다가 아니라 결과물로 평가되는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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