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적응 어려웠지만… ‘인공방광’ 수술 덕에 새 삶 삽니다”

김서희 기자 입력 2024. 2. 27. 08:50 수정 2024. 3. 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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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랑 인터뷰>

방광암을 이겨낸 권덕주(65‧인천시 계양구)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방광, 요도, 전립선, 신장 네 곳에 동시다발성으로 암이 발견된 심각한 상태였지만, 가족의 극진한 보살핌과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로 무탈히 극복했습니다. 그의 주치의인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비뇨의학과 이영구 교수도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방광암을 극복한 권덕주(왼쪽)씨와 그의 주치의인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비뇨의학과 이영구 교수./사진=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제공
네 곳에서 암 발견
권덕주씨가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건 2012년 9월입니다. 혈뇨가 나와 동네병원에 갔다가 “큰 병원에 가보라”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곧바로 집 근처 대학병원을 방문해 내시경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방광암이었습니다. 문제는 수술 방법이었습니다. 병원 여러 곳을 다녀 봐도 “방광을 완전히 절제하고 소변주머니를 차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소장으로 인공방광을 만드는 수술이 흔하지 않았습니다. 소변주머니를 주기적으로 갈아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고 소변도 정상적으로 배출되는 인공방광을 만드는 방광대치술을 진행하는 교수를 찾아 가족들이 사방팔방 다녔습니다. 그렇게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비뇨의학과 이영구 교수를 만났습니다.

권덕주씨는 9월 14일, 인공방광 수술을 받았습니다. 권씨의 경우, 종양의 뿌리가 깊어, 방광을 적출하는 게 예후에도 좋았습니다. 원활한 소변 배출을 위해, 방광을 들어내고 소장 일부를 잘라 동그랗게 방광 모양으로 만들어 요도에 붙여주는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수술 후 정확한 병기 진단 결과, 방광암 3.5기였습니다. 방광뿐 아니라 요도, 전립선, 신장 총 네 곳에서 종양이 발견됐습니다. 네 군데에 있는 암을 다 제거하며 인공방광 수술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 방광 내 결핵균(BCG 물질)을 주입하는 면역요법도 실시했습니다. 이영구 교수는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곳에 암이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제거했다”며 “장을 이용해 방광을 만드는 수술 덕분에 방광암 재발률도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수술 후 적응 위해 부단히 노력
권덕주씨가 방광암 투병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인공방광 수술 후 적응하는 것이었습니다. 방광은 원래 소변이 가득 차면 통증이 느껴지지만, 인공방광은 장이기 때문에 소변이 차도 통증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소변 마렵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 해, 소변이 넘쳐흐르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인공방광에 적응하는 동안 기저귀를 착용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소변 습관을 지니기 위해, 낮과 밤 상관없이 세 시간마다 화장실을 갔다고 합니다. 하루에도 십 수번 화장실에 가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소변주머니를 차지 않고 스스로 소변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했다고 권씨는 말합니다. 열심히 소변 기능을 연습하다 보니, 소변이 차는 신호를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장폐색 같은 수술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열심히 걷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권씨는 수술 한 달 만에 일상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말합니다.

큰 힘이 된 가족의 사랑
힘든 순간들을 이겨낼 수 있게 한 건 가족의 사랑입니다. 암 진단 직후부터 수술 후 회복하기까지 딸과 아내는 항상 권씨 곁에서 응원단 역할을 했습니다. 긍정적이고 행복한 말들만 해줬습니다. 힘이 빠질 때마다 딸은 “불안해하실 필요 없다” “모두 잘 될 거다”라며 매일 매일 아버지를 따뜻하게 다독였습니다. 아내 역시 따뜻한 죽을 끓이고, 다채로운 채소로 반찬을 만들어 정성껏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권씨는 “딸과 아내 덕분에 암 치료 기간을 버틸 수 있었다”며 “암을 이겨내며 가족의 소중함을 더 크게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금연·금주의 중요성
권덕주씨에게 네 개의 암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긴 정확한 이유는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술과 담배를 좋아한 과거 생활이 암 위험을 높였을 것이라고 권씨 스스로 말합니다. 권씨는 22.5년갑(15년 동안 하루 1.5갑) 이상의 흡연력을 지닌 흡연자였습니다. 2002년에 금연에 성공하긴 했지만, 술은 끊기가 어려웠습니다. 퇴근 후나 주말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는데요. 이때 빠지지 않았던 것이 술입니다. 1주일에 네 번 술을 마실 정도로 애주가였습니다. 음주와 흡연 중 한 가지만 해도 암 발병률은 크게 높아지는데, 두 가지를 모두 하면 특정 암의 발병률이 최대 10배로 높아집니다. 남성의 경우 방광암 50~65%, 여성의 경우 20~30%가 흡연과 음주에 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영구 교수는 “장기간 흡연자라면 방광암 발생 위험이 크다”며 “애연가 중 혈뇨, 빈뇨, 요실금, 잔뇨감 등 증상이 생기면 반드시 비뇨의학과를 찾아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권덕주씨는 2017년 9월, 방광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매년 1회 정기적인 추적검사를 받습니다. 다행히 재발이나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입니다.

<권덕주씨>

권덕주씨./사진=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제공
-어떻게 지내시나요?
“삶의 모든 것에 감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암을 계기로 마음가짐이 달라졌는데, 이전보다 몸도 편해졌습니다. 매일 운동하고 식단에도 신경 씁니다. 고기보다 신선한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최대한 싱겁게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무엇보다 술과 작별한 게 제 인생의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암을 진단받기 전까지는 건강에 무관심했습니다. 가족보다는 제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삶을 살기도 했습니다. 방광암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저의 모든 생활이 달라졌습니다. 건강과 가족이 제 최우선순위가 됐고, 나를 이 자리에 있게 도와준 우리 가족에게 항상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삽니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새로운 삶을 사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인공방광 수술 후,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원래의 방광이 아닌 장으로 만든 새로운 방광에 적응하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밤낮 상관없이 두세 시간마다 화장실을 가야 했습니다. 방광이 넘쳐 소변이 흐를 때까지도 소변이 마렵다는 걸 못 느꼈거든요. 수술 후 한 달 정도는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퇴원 후에도 먼 길은 차마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소변주머니를 안 차고 스스로 소변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긍정적으로 이겨냈습니다. 가족들과 놀러 갈 때면 화장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들만 찾아다녔습니다. 불평하기보다는 저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스스로 적응했습니다.”

-암을 극복한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최대한 몸을 움직이며 건강한 식생활에 신경 쓴 덕분인 것 같습니다. 이영구 교수님이 말하신 대로, 짠 음식은 멀리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챙겨 먹었습니다. 고기를 먹더라도, 지방이 적은 부위를 삶아서 먹었습니다. 감사하게도 가족들이 저를 위해 이런 식습관을 함께 지켜주고 있습니다. 암 진단 전보다 더 열심히 운동도 합니다. 삶을 ‘고쳤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 이 순간 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께 한 마디.
“딱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치의만 믿고 열심히 치료를 따르세요. ‘암 완치’라는 목표를 위해 잘 챙겨 먹고, 몸을 움직이고 치료 받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다른 생각은 버리고 주치의가 처방해주는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으면 분명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비뇨의학과 이영구 교수>

이영구 교수./사진=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제공
-권덕주씨의 현재 의학적인 상태는 어떤가요?
“종양이 깔끔하게 제거됐고, 건강한 상태입니다. 2017년 9월에 완치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큰 수술을 받고 현재 12년이 지났음에도 특별한 합병증 없이 건강하십니다. 1년 주기로 검사만 정기적으로 받으시고 지금처럼만 지낸다면 암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처럼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실 수 있습니다”

-방광암 환자가 특히 주의해야 할 게 있나요?
“방광암은 재발이 잘 되는 암의 하나입니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잘 받으며 추적관찰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건강한 환경을 유지해야 합니다. 만약 흡연자라면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합니다. 화학물질을 자주 접하는 직업군이라면 작업장의 안전수칙을 지키고 위험한 화학물질에 노출을 피하세요. 또한 모든 암이 그렇듯 균형 잡힌 식습관, 꾸준한 운동은 필수입니다. 암 치료를 다 마쳤다 하더라도 철저하게 관리하셔야 합니다. 수술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암 환자들이 방심하기 쉽습니다.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한 일반인도 1년 또는 2년마다 검진을 하는 만큼, 암 경험자는 평생 건강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권덕주씨를 수술할 당시 인공방광 수술이 드물게 시행됐나요?
“권덕주씨가 방광암 치료를 받던 2012년만 하더라도 ‘소변 주머니’를 차는 게 흔했습니다. 방광을 다 제거한 뒤, 소장을 잘라 방광을 대신할 요루를 만들어 배 밖으로 소변주머니를 연결하는 수술입니다. 회복 기간이 빠르긴 하지만 밖으로 소변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죠. 이런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무렵부터 소장을 이용해 인공방광을 만드는 인공방광 수술(방광대치술)이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로봇을 이용해 방광을 적출하고 인공방광을 만들어 이어주는 수술입니다. 비록 소변 주머니를 차는 시술보다 인공방광 수술이 회복 기간이 두 배 정도로 길지만, 배뇨, 운동, 성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모든 방광암 환자에게 인공방광 수술을 시행하는지?
“방광에 뿌리 깊게 종양이 박힌 환자들에게 인공방광 수술을 시행합니다. 방광암 환자의 40%가 이에 해당하는데요. 인공방광 수술은 굉장히 어려운 수술입니다. 방광을 절제한 뒤, 소장의 끝부분인 ‘회장’을 방광과 비슷한 공 모양으로 만들어 요도에 연결합니다. 권덕주씨처럼 소장이 건강하고 비만하지 않은 경우라면 어려움 없이 인공방광 수술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부비만인 분들의 경우, 내장지방으로 인해 장의 길이가 짧아서 인공방광을 만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환자 건강상태와 병기에 따라 수술 후 항암 치료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공방광 수술 후 환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인공방광은 소장으로 만들어진 만큼, 장의 흡수 기능이 그대로 유지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장으로 만든 인공방광을 통해 소변 및 노폐물 성분이 흡수돼 전해질 균형이 깨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몸이 무기력해지고 식욕이 없어지며 심할 경우 사망으로도 이어집니다. 이를 막기 위해 환자들은 수술 후 매일 2L 정도의 물을 마시며 평소에 수분을 충분하게 섭취해야 합니다.”

-비뇨의학과 명의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다면?
“비뇨의학과 교수로 40년간 환자를 보면서 항상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고자 했습니다. 환자의 아픔을 치료하고 도와주며 저 역시 행복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매 순간 환자를 위해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며 더 나은 치료법에 대해 항상 공부하고 있습니다. 방광암 수술 방법과 치료 기술이 계속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만큼, 저 역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습득하고자 계속 노력하는데요. 수술 전 매일 아침 ‘최선을 다 하게 해달라’며 항상 마음속으로 기도합니다. 환자가 고마워하는 의사, 환자를 도와줌으로써 행복한 의사가 되기 위해, 평생 노력하겠습니다.”

-방광암과 싸우고 계신 환자들에게 한 말씀.
“방광암은 다른 암보다 악성도가 높은 암입니다. 재발이 되지 않게 생활을 전반적으로 교정하시고,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으세요. 금주, 금연은 물론 스트레스도 받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암 환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조기 발견도 중요합니다. 암에 걸리지 않은 분들이라면 건강검진 꼭 정기적으로 받으세요. 혈뇨, 배뇨통 증상이 있을 때 단순하게 생각하시지 말고 반드시 비뇨의학과 방문해 내시경 검사를 꼭 한 번쯤은 받아보세요.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브로콜리, 두부와 같은 식이섬유 풍부한 채소와 과일 섭취를 늘리세요. 특히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고 금연과 금주하는 게 방광암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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