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감독 선임 혼란에…홍명보 "불편했다" 고백, 김학범·이정효·박태하 K리그 감독들도 쓴소리

김희준 기자 2024. 2. 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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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울산HD 감독. 서형권 기자
김학범 제주유나이티드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서울] 김희준 기자= K리그 현역 감독으로 대표팀 감독 선임과 연관된 지도자들이 축구협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발언들을 꺼냈다.


26일 서울 중구의 더플라자호텔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개막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K리그1 12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참석해 팬들 앞에서 새 시즌 출사표를 던졌다.


K리그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축구팬들의 관심은 대표팀 감독 선임에 쏠려있다. 지난 7일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무기력하게 0-2로 패한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거쳐 16일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새로 구성된 전력강화위원회가 3월 A매치 전까지 정식 감독을 선임하기로 결정하면서 K리그 현역 감독들이 물망에 올랐다. 홍명보, 김학범, 김기동 등 구체적인 이름들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에 울산HD를 비롯한 K리그 팬들은 이미 동계훈련을 끝내고 시즌 개막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K리그 현역 감독들을 빼내려는 시도에 대해 성토했고, 전력강화위원회는 2차 회의를 통해 3월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임시 감독이 치르는 방향으로 노선을 바꿨다.


이날 K리그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진행된 사전 인터뷰에서도 가장 큰 화두는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각 감독들의 생각이었다. 김기동 FC서울 감독은 이와 관련해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서울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정석적인 답변으로 갈음했다.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가장 이름이 많이 오르내렸던 홍명보 울산HD 감독은 불편했던 심경을 고백했다. "개인적으로 생각이 없었는데 자꾸 대표팀 얘기가 나오니까 그게 힘들었다"며 "내 이름이 거론되는 게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불편했다. 그거 외에는 다른 얘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협회에도 있었고, 지금은 K리그 일원으로 있는데 이런 문제로 서로 대립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팬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며 "협회는 나름대로 일을 할 것이고, 우리는 K리그가 300만 시대가 됐는데 더 많은 분들이 올 수 있도록 K리그에 대해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주제를 바꿨다.


김학범 제주유나이티드 감독은 다른 두 감독보다 직접적으로 축구협회의 현 상황을 비판했다. 대표팀 감독 후보로 올랐던 것에 대해 "거론되는 것 자체는 다 이상한 거다. 회의도 안 한 시점이었다"며 중요하지 않은 의견으로 치부했다.


이어 "우리가 단추를 하나 잘못 끼는 바람에 이 사단이 났다. 그러면 다시 단추를 풀러서 끼어야 하는데 그 사이에 틈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 싶은 거다. 겸직이 일단은 제일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며 "올림픽 때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이나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 감독과 같이 다녔다. 그들은 다 A대표팀 겸직이었다"고 연령별 대표팀 감독이 A대표팀을 겸직하는 구체적인 대안이 있었음을 넌지시 말했다.


이정효 광주FC 감독. 서형권 기자
박태하 포항스틸러스 감독. 서형권 기자

직접적으로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된 적 없는 감독들도 입을 열었다. 특히 이번 개편 전까지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이정효 광주FC 감독과 박태하 포항스틸러스 감독은 한국 축구 발전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최근 강기정 광주 구단주(광주시장)에 의해 대표팀 감독으로 제안됐던 이정효 감독은 "시장님도 어떻게 보면 리더다. 대표팀 리더가 얼마나 엉망진창이면 그런 말을 하셨겠느냐. 그만큼 내가 능력이 있다는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축구협회에 대한 작심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이정효 감독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간단한 일이다. 각 팀마다 감독이 생각하는 축구가 있다. 대표팀이 생각하고 원하는 축구 철학이 뭔지 궁금하다"며 "철학에 맞고 능력있는 사람이 오는 게 맞다. 이름 가지고 축구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감독 경력 내내 보여줬던 거침없는 언사를 발휘했다.


박태하 감독은 이정효 감독보다도 구체적이고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시스템이 비정상적이다. 누군가 용기있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우리가 주인인데 왜 우리가 숨어야 하는가. 비정상적인 것은 정상으로 돌아놓아야 한다.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시스템에 따라 하지 않고 함부로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전력강화위원회에 있으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난 항상 나쁜 소리를 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불공정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서 후배들에게 좋은 것을 물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 자리에서 몸으로 느끼고, 보고, 들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축구인이라면 응당 대표팀과 관련한 현 상황에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27일 오후 2시부터 제3차 전력강화위원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임시 감독 선임이 완료되고 당일 발표가 가능할 경우 회의브리핑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임시 감독으로 거론되는 유력 후보는 박항서 전 베트남 감독, 황선홍 파리 올림픽 대표팀 감독 등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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