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탕 다크히어로 아냐… 그의 능력은 저주”

정진영 2024. 2. 27.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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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벌인 일들, 제가 마무리 짓지 않으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요.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정의가 정의겠어요?" 자신을 쫓으며 포위망을 좁혀오는 형사 장난감(손석구) 앞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이탕(최우식)은 공허한 눈빛과 두려움에 떠는 얼굴을 하고 이렇게 말한다.

그의 말처럼 최우식이 표현한 이탕은 스스로를 히어로라 생각하며 어떤 정의감을 띄고 살인을 하고 다니는 사람의 모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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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ㅇ난감’ 최우식
살인 정당화·미화 안 해
즐겁게 연기하는 게 목표
넷플릭스 제공


“제가 벌인 일들, 제가 마무리 짓지 않으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요.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정의가 정의겠어요?” 자신을 쫓으며 포위망을 좁혀오는 형사 장난감(손석구) 앞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이탕(최우식)은 공허한 눈빛과 두려움에 떠는 얼굴을 하고 이렇게 말한다. 확신을 가진 ‘히어로’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이탕은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온 취객을 우연히 살해한 뒤, 그 사람이 12년간 지명수배 중이었던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로도 보험금 때문에 부모를 죽인 사람, 후배를 성폭행해 죽게 만든 비행 청소년들, 제자를 임신시켜 놓고 나 몰라라 하는 교수 등 ‘죽어 마땅해 보이는’ 사람만 골라 살인하는 능력이 있음을 깨닫는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우식은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에서 자신이 연기한 이탕을 다크히어로로 보는 시선에 선을 그었다. 최우식은 “이탕을 다크히어로라고 하는데, 전 그걸 부정했다”며 “송촌(이희준)은 자신을 사회의 청소부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솔직히 (그 능력이) 저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8화의 엔딩을 보면 탕이 안쓰러워서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묻고 싶더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최우식이 표현한 이탕은 스스로를 히어로라 생각하며 어떤 정의감을 띄고 살인을 하고 다니는 사람의 모습은 아니다. 살인 초반엔 꿈에서 죽은 사람이 나타나고, 죄책감에 자살 시도를 한다. 여러 차례 살인을 한 후에도 자신을 돕는 노빈(김요한)에게 “형 나 너무 무서워”라고 토로하며 울기도 한다.

최우식은 “원작에선 스스로 (살인 행위에) 타협한 캐릭터로 나오는데, 저는 ‘타협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으면 했다”며 “갈 곳을 잃고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나밖에 할 수 없구나’라고 생각하며 계속 (살인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살인을 정당화하고 미화한 건 아니다. 살인을 끝내겠다며 장난감 앞에 제 발로 나타나 자기 머리에 총은 겨눈 게 일례다. 최우식은 “이 작품이 살인을 미화하는 거였다면 연기도, 연출도 달랐을 것”이라며 “이탕은 속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배우 최우식은 자신이 연기한 이탕으로 대중들이 사적제재에 열광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이탕은 다크히어로가 아니다. 그의 능력은 저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작에서 인간병기처럼 몸을 키웠던 이탕이 드라마에선 외형을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넷플릭스 제공


그래서 운동을 통해 몸을 키우고 몇 달 사이 인간병기가 돼 돌아온 원작과 달리 외적인 변화는 크게 주지 않았다. 눈썹을 지우고 평상시와 달리 앞머리를 넘기는 식으로만 변화를 표현했다. 눈썹을 지운 건 흐리멍덩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인간병기가 되면 (현실과) 먼 얘기 같아서 싸움도 안 해본 대학생처럼 보이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살인을 하면서도 ‘이게 맞나’ 계속해서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하던 이탕의 모습은 실제 최우식의 모습과도 비슷했다. 고민과 의심이 많고 외부의 반응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파격적인 변신도 잘 시도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불편한 옷을 잘 안 입으려 하는 것도 있고,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것만 찾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눈썹을 지우고 불량스러운 스타일링을 한 건 도전이었다. 최우식은 “예전에는 이미지 변화를 위해서 일부러 반대되는 작품을 많이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제가 원래 하던 대로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변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과 연기에 대해 얘기하며 즐겁게 연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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