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중립국’ 스웨덴, 나토 가입한다…헝가리, 비준안 가결
과거 세계대전과 냉전을 지나면서도 비동맹 중립 노선을 지켰던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다. 마지막 남은 헝가리의 회원국 동의를 받으면서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헝가리 의회는 찬성 188명, 반대 6명, 기권 없이 그동안 수개월 미뤄졌던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통과 처리했다. 앞서 스웨덴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200년 넘게 고수한 비동맹 정책을 포기하고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다.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합류하면서 나토와 접한 러시아 국경선은 기존보다 약 2배 늘어날 전망이다. 또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맞닿은 전략적 요충 발트해를 나토 동맹국이 사실상 포위하는 형세를 만들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1814년 이후 전쟁을 치른 적이 없다. 이번 가입으로 스웨덴은 나토의 32번째 회원국이 될 예정이다.
스웨덴은 발트해 조건에 맞는 최첨단 잠수함과 자국 제작 그리펜 전투기 등의 자원을 나토에 제공할 수 있다. 스웨덴은 또 군사비 지출을 늘리고 있으며 올해 나토의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기준 2%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앞으로는 헝가리 국회의장과 라슬로 쾨베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비준안에 서명하고, 이후 가입 서류를 나토 조약 수탁국인 미국에 제출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해당 절차는 형식적인 것으로, 지난해 핀란드 가입이 사흘 걸린 것을 고려하면 닷새 안에는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초청으로 스웨덴이 나토 설립조약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공식 가입문서(instrument of accession)를 미국 국무부에 기탁하면 가입 완료다. 이때부터 스웨덴은 나토 군사 동맹의 핵심인 ‘집단방위 제5조’를 적용받는다. 이는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필요시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에 맞서는 서방 국가는 핀란드에 이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할 때 최대한 피하려고 했던 ‘동맹 확대’를 효과적으로 달성했다고 평가한다. 같은 북유럽 국가 핀란드는 지난해 나토에 가입했지만, 스웨덴은 튀르키예나 헝가리 등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를 갖고 있는 국가가 이의를 제기하며 가입이 미뤄지던 중이었다.
이에 나토 동맹국은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에게 스웨덴의 동맹 가입에 협조하라는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의회 투표를 사흘 앞둔 지난 23일에는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오르반 총리와 스웨덴산 그리펜 전투기 판매 등을 골자로 한 군사협력 심화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헝가리가 나토 합류에 대한 거부권을 지렛대 삼아 스웨덴에서 방공망 강화에 필요한 전투기 수출 약속을 받아낸 것이란 해석이 있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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