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슈트라우스가 부른 백조의 노래
백조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 위대한 작곡가들의 마지막 작품은 흔히 백조의 노래에 비유되곤 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 ‘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슈트라우스가 부른 백조의 노래였다. 모두 네 곡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마지막 곡은 아이헨도르프의 시에 곡을 붙인 ‘황혼에’이다.
“그동안 우리는 슬픔도, 기쁨도 손을 맞잡고 견디어 왔다. 이제 방황을 멈추고 저 높고 고요한 곳에서 안식을 누리리.” 이렇게 시작하는 첫 구절에 노래의 주제가 압축돼 있다. 여기서 ‘잠’은 ‘죽음’을 의미하는 듯하다. “곧 죽음이 찾아오리니 그리하면 외로움 속에 길 잃을 일이 더 이상 없으리”라는 구절이 암시하는 듯 죽음은 또한 ‘평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후반부에 소프라노가 장대한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추어 드높은 목소리로 “오! 장대하고 고요한 평화여! 그토록 심오한 황혼이여!”라고 노래하는데, 이 부분을 들으면 일종의 전율 같은 것이 느껴진다. 노래와 오케스트라의 장대한 외침이 깊고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자기 앞에 놓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슈트라우스는 이렇게 다가올 죽음을 찬양했다. 지극히 장대하고, 엄숙한 울림으로.
그는 곡을 이렇게 맺는다. “방랑에 지쳐버린 우리. 이것이 혹시 죽음이 아닐까?” 본래 원시에는 “저것이 혹시 죽음이 아닐까?”라고 돼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슈트라우스가 ‘저것이’를 ‘이것이’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당시 슈트라우스는 죽음을 멀리 떨어져 있는 것(저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아주 근접해 있는 것(이것)으로 느끼고 있었던 듯하다.
슈트라우스는 이 작품이 공연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생을 마감하는 바로 그 순간에 그는 아마 자신이 부른 백조의 노래가 먼 후세 사람들에게 이토록 깊은 감동으로 다가가리라는 것을 짐작하지는 못했으리라.
진회숙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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