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방전’…배터리 업계, UAM·로봇으로 눈 돌린다
새 시장 찾는 2차전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로 불황을 겪는 가운데, 전기차 밖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도심항공교통(UAM), 로봇, 방위산업(방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늘리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지난해 12월 ‘2차전지 전주기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주제로 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항공, 국방, 해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를 추진하기로 하며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이 특히 눈여겨보는 건 ‘하늘을 나는 자동차’로 불리는 UAM 탑재용 배터리다. UAM 시장은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2040년까지 1조 달러(약 1331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는 등 잠재력이 큰 모빌리티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정부도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오는 8월 인천 아라뱃길 상공에서 UAM 첫 실증 비행을 시작한다.
국내에서 UAM 배터리 시장에 적극적인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UAM에 탑재할 수 있는 특수 목적용 배터리를 공동 개발 중이다. UAM 배터리는 하늘을 나는 기체 특성상 개발 난도가 더 높다. 전기차 배터리보다 훨씬 가벼워야 하고, 화재 대비 안전성 기준도 더 높아야 한다. 에너지 사용량이 전기차보다 많은 만큼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도 높아야 한다. 이 때문에 UAM에는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닌 리튬메탈 또는 리튬황 배터리가 적합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김동명 사장 직속으로 미래기술센터라는 조직을 신설하고, UAM을 위한 리튬메탈·리튬황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또 지난 25일까지 차세대 배터리 팩 설계를 위한 경력사원을 모집했다. UAM용 고효율 배터리 개발 인력을 채용하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SK온의 행보도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과 UAM 실증 사업에 참여 중인 미국의 기체 제작사 조비 에비에이션이 테스트 비행에 SK온 배터리를 탑재한다고 밝혀서다. 조비 에비에이션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2026년부터 운용할 UAM 택시 등의 기체를 공급하는 회사로, SK텔레콤이 1억달러 가량 지분 투자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있어 선두주자인데,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이 모두 우수해 UAM에도 쓰일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생태계는 방산으로도 확장 중이다. 최근 한화오션이 정부로부터 수주한 3000t급 잠수함(장보고-Ⅲ Batch-Ⅱ 3번함)에는 국내 잠수함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다. 배터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제품이 실린다. 방위사업청은 “이번 잠수함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은밀성과 수중 작전 지속 능력을 크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로봇 시장의 성장세도 배터리업계엔 호재다. 지난해 12월 로봇의 실외 이동이 법적으로 허용되면서 자율주행 로봇의 실용화가 가능해졌다. 특정 장소에 고정된 산업용 로봇과 달리 실외에서 움직이는 자율주행 로봇은 배터리가 필수다. 또 전기차뿐 아니라 전기 이륜차 시장도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사내벤처 ‘쿠루’는 전기 오토바이가 배터리팩을 교체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로 시장 확장을 노리고 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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