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영상 찍고, 동료엔 한국말 전수…김하성 ‘핵인싸’ 였네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최근 황금빛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홍보 영상을 촬영했다. 샌디에이고 구단이 직접 한복을 준비한 뒤 김하성에게 “이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달라”고 요청했다. 25일(한국시간)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김하성을 만났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복을 입었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아주 어렸을 때였던 것 같다”며 빙긋이 웃었다.
김하성은 명실상부한 샌디에이고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입단 세 시즌 만에 팀을 대표하는 ‘핵인싸(무리 속에서 아주 잘 어울리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로 성장했다. 원래 친화력이 뛰어나 동료들과 잘 어울렸는데, 지난해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뒤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다.
샌디에이고는 3월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LA 다저스와의 개막 2연전을 앞두고 본격적인 ‘김하성 홍보’에 나섰다. 지난 1월 서울을 방문해 도시 곳곳의 풍경을 스케치했고, 김하성과 매니 마차도를 팀의 ‘얼굴’로 내세워 여러 가지 콘텐트를 제작 중이다. 김하성은 “서울 시리즈에 맞춰 구단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팬들의 기대도 큰 것 같다”며 “미국 팬들에게 한국을 알릴 기회가 될 것 같아서 나도 열심히 찍었다. 서울 경기에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김하성의 존재감은 애리조나의 스프링캠프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4년 3억4000만 달러), 마차도(11년 3억5000만 달러), 산더르 보하르츠(11년 2억8000만 달러), 제이크 크로넨워스(7년 8000만 달러) 등 수퍼스타들과 함께 훈련했다. 김하성을 제외한 4명 모두 초대형 장기계약을 마친 ‘비싼 몸’들이다. 4년 2800만 달러에 사인했던 김하성은 이들과 어울리면서 사실상 ‘동급’ 대우를 받고 있다. ‘빅 5’가 한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누면 구단 직원이 달려와 흐뭇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다.
김하성은 “내가 아직 ‘빅 5’는 아닌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그는 이미 거물급 동료들과 끈끈한 친분을 쌓았다. 통역의 도움 없이 웬만한 스몰 토크를 다 한다. 동료들에게 직접 한국말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김하성은 “다들 똑똑한 것 같다.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이 빠르다”며 “24세인 타티스에게는 ‘3월에 서울에 가면 윗사람에게 인사를 잘해야 한다’는 충고를 해줬다”고 귀띔했다.
김하성에게 주전 유격수 자리를 내준 보하르츠는 종종 2루 수비 방법을 물어본다. 둘은 지난 시즌에도 키스톤 콤비(유격수+2루수)로 활약했지만, 올해는 아예 자리를 맞바꿨다. 김하성이 유격수, 보하르츠가 2루수다. 김하성은 “보하르츠가 피봇 플레이 등 아직 어색한 부분을 나와 크로넨워스에게 물어본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최대한 자세히 알려주려고 한다”며 “시범경기를 해보니 생각보다 호흡이 괜찮았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잘 맞춰가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올해는 김하성에게 무척 중요한 시즌이다. 4년 계약의 마지막 해다.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지난해 홈런 17개를 때려낸 그는 올해 ‘20홈런 유격수’로 거듭나기 위해 체중을 7㎏가량 불렸다. 김하성은 “근육량도, 몸무게도 많이 늘었다.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계속하고 있다”며 “시즌 중에는 어쩔 수 없이 살이 빠진다. 이 몸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장타 능력이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몸이 불어나면서 스피드나 민첩성이 줄어드는 걸 가장 경계하고 있다. 꾸준히 러닝을 하면서 스피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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