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전기차 다음은 사람닮은 로봇

서유진 2024. 2. 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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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공개한 2세대 옵티머스 로봇. 이족보행은 물론, 빨래를 개고 손가락으로 계란 옮기는 등 능숙하게 집안일을 해 보였다. [X 캡처]

지난 24일 일론 머스크(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X(옛 트위터)에 ‘연구실을 거닐고 있는 옵티머스’라는 1분18초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자사의 휴머노이드(인간을 닮은 로봇)인 옵티머스가 마치 사람처럼 걷는 이 영상으로 머스크는 은연중에 기술력을 과시했다. 영상이 공개된 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삼성 등이 경쟁업체인 ‘피규어AI’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보도된 다음 날이었다.

최근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산·물류 등 경제 전반에서 산업혁명급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공개된 영상 속에서 옵티머스는 조금 엉거주춤했지만, 사람에 의지하거나 넘어지지 않고 혼자서 이족보행을 해냈다. 소셜 미디어에는 “마이클 잭슨처럼 ‘문워크’하는 옵티머스도 보고 싶다” “우린 정말 로봇 시대에 살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영상은 하루 만에 200만회 이상 조회됐다.

일론 머스크

지난해 5월만 해도 옵티머스의 걸음은 삐걱거렸지만, 약 9개월 만에 상당히 개선됐다. 로봇이 이족보행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사람의 업무 대부분에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응용 가능한 영역을 확 넓히기 위한 핵심 요소라고 외신들은 평했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도 옵티머스가 진화를 거듭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당시 31초짜리 영상에서 옵티머스는 바구니에 담긴 검은색 셔츠를 손가락으로 꺼내 테이블에 펼친 뒤 곱게 개는 데 성공했다.

셔츠를 개고 사람처럼 걸은 이 로봇은 테슬라가 지난해 말 공개한 ‘옵티머스’의 진화된 버전인 ‘2세대’다. 1세대보다 무게를 10㎏ 줄였고, 이동 속도는 30% 빨라졌다. 옵티머스 2세대는 두 팔을 앞으로 뻗거나 무릎을 90도 각도로 꿇는 ‘스쿼트’ 동작이 가능하다. 또 계란을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집어 냄비에 옮기는 섬세한 동작도 해냈다. 다섯 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기에 가능한 동작이다.

앞서 테슬라는 2021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처음 발표한 뒤 2022년 9월 말 옵티머스 시제품을 공개했다. 머스크는 당시 ‘테슬라 AI 데이’ 행사에서 “옵티머스 성능을 매우 우수하게 해 수백만 대를 양산하겠다”면서 3~5년 내로 2만 달러(약 2600만원) 이하 가격으로 주문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당 2600만 원짜리 로봇에게 가사노동, 공장노동 등 인간의 일을 대신시키는 게 머스크의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테슬라 공장에 투입된다는 전망도 있다. 로봇을 통한 ‘완전 자동화’가 이뤄지면 파업, 안전사고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계산이 깔렸다. 그는 “향후에는 옵티머스에서 테슬라의 장기적 가치 대부분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로 AI 로봇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4에서도 AI 로봇 등 AI 하드웨어 시장이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넥스트 MSC에 따르면 AI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956억 달러(약 127조원)에서 2030년에는 1847억5000만 달러로 2배 성장할 전망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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