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좋다는 일본 [김선걸 칼럼]
일본경제신문(니케이)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놀랐다. 일본 1607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 중 37%가 “한국이 좋다”고 답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죽창가’ 등으로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2019년에는 14%였다. 5년 만에 20% 이상의 일본인들이 한국이 좋다고 돌아선 것이다.
한일 관계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사실 최근 지지통신 조사에서 한국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도 44%로 역대 최고로 올랐다.
한일 관계는 지금까지 난수표처럼 풀 수 없는 함수였다. 좌파 정부 땐 더했지만 이명박, 박근혜정부 때도 험난한 외교 과제였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한일 관계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위안부, 징용 등 역사가 관여된 구조적 이슈 ▲역사 교과서 검정, 야스쿠니 참배 등 주기적 이슈 ▲일본 초계기 레이더 조준 등과 같은 돌발적 이슈 등 복합 변수의 악순환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적이고 주기적인 데다 돌발 변수까지 터지는 지뢰밭이다. 실제 한일 관계를 낭만적으로 접근한 이명박 대통령 등은 극도의 배신감에 적대적으로 돌변하기도 했다. 역대 최고의 성과로 꼽는 ‘김대중-오부치 선언’마저도 1년 반밖에 유지되지 못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2016년 외교 장관으로는 쿠바를 처음 방문해 최근 성사된 한-쿠바 수교의 초석을 마련했던 지략가다. 그런 그도 일본 문제에 대해선 골머리를 앓았다.
그런 한일 관계에서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왜일까.
가장 큰 동력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정상 외교다. 정상의 결단 한 번이 국익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실감할 만하다.
국제 정세도 영향을 미쳤다. 북한의 핵실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시진핑 1인 독재 등 공산 국가 벨트가 긴장감을 키우며 한미일 3국 공조가 한층 절실해진 탓도 있다.
국내의 장애물도 약해졌다. 예를 들어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등이 돈을 횡령한 혐의에 징역형 판결이 나왔다. 이제 일본에 역사적 책임 묻기와 사리사욕의 반일 주장은 구분될 것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양국 젊은 세대들의 자신감이다. 한국 청년은 기성세대가 일본에 느꼈던 피해의식이 없다.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 청년들도 달라졌다. 이번 니케이 조사에서 1020세대 절반 이상이 한국이 좋다고 답했다. 과거의 질곡이 양국 젊은이들의 미래를 발목 잡을 이유가 없다.
‘해협’이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다. 2007년 NHK가 실화를 기반으로 광복 전후 조선 남자와 일본 여자의 애절한 사랑을 다뤘다. 하세가와 쿄코, 마시마 히데카즈 등과 고두심 씨가 출연했다. 부산서 태어난 일본 여자와 일제 헌병으로 근무한 조선 남자는 한없이 사랑하지만 한일 양쪽 모두에게 배척당한다. 찰나의 헤어짐 이후 6·25 전쟁을 겪으며 평생 동안 만나질 못한다.
이들은 둘 다 피해자다. 일제의 침략 세력, 전쟁을 일으킨 김일성, 그리고 스탈린과 마오쩌둥이 부린 야욕의 피해자다.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사죄는 당연하다. 그러나 현시대 양국 국민끼리 미워할 일은 아니다.
역사의 전철을 다시 밟고 싶지 않다면 제국주의와 공산 체제 옹호자들을 경계해야 한다. 최소한 양국 정치인들의 욕심 때문에 증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일만은 다시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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