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클럽 경비원→PGA 챔피언' 냅, 멕시코오픈 우승으로 완성된 드라마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미국의 프로 골퍼 제이크 냅이 꿈에 그리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경비원으로 일했던 경력이 알려지면서 인간 승리 드라마가 더욱 화제다.
제이크 냅은 26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멕시코 바야르타의 비단타 바야르타 골프 코스(파71)에서 열린 PGA투어 멕시코 오픈(총상금 81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이븐파 71타를 기록,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핀란드의 사미 발리마키를 2타 차이로 제치고 리더보드 최상단 자리를 지켜냈다.
제이크 냅은 4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1, 3번 홀 보기로 뒷걸음쳤고 12번 홀까지 버디를 1개밖에 잡아내지 못하면서 발리마키에 공동 선두를 허용하기도 했다. 긴장한 탓인지 티샷이 많이 흔들렸고 페어웨이에 떨군 게 딱 두 번이었다.
제이크 냅은 고비를 넘겼다. 승부는 13번 홀(파3)에서 갈렸다. 제이크 냅이 버디를 잡아냈고 발리마키는 티샷을 벙커에 빠트린 뒤 보기를 적어내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제이크 냅은 2타차 선두로 올라선 뒤 1위와 우승컵을 지켜냈다.
제이크 냅은 올해 PGA투어에 데뷔했다. 이번이 9번째 PGA투어 출전이지만, PGA투어 회원이 된 올해만 따져서는 이번 멕시코 오픈이 5번째 출전이다.
제이크 냅은 앞선 8번의 PGA 투어 대회 출전에서는 4번이나 컷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반면 올해는 세 차례나 컷을 통과했고, 지난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는 공동 3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제이크 냅은 PGA투어 진출을 꿈꾸며 캐나다투어와 콘페리 투어에서 실력을 갈고닦았다. 지난 2022년에는 낮에는 골프 선수로 활동하면서도 밤에는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제이크 냅은 캐나다투어에서 3차례나 우승을 차지했지만, PGA 투어에서 뛰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토요일 사흘은 저녁에 나이트클럽으로 출근해 경비원으로 일했다. 나이크클럽 외에도 결혼식 같은 행사에서 열리면 경비원으로 일했다.
제이크 냅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재학 중일 때부터 PGA 투어 진출을 꿈꿨다. 오랜 노력 끝에 지난해 콘페리투어 포인트 13위가 오르면서 PGA 투어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제이크 냅은 이번 멕시코 오픈 우승으로 상금 145만 8000 달러(약 19억 4000만 원)를 챙겼다. 경제적인 보상 못지않게 더 값진 보상도 얻었다. 2년 PGA투어 카드와 이번 시즌에 남아있는 특급 지정 대회 출전권이다. 최고 실력자들만 모이는 마스터스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제이크 냅은 우승을 확정한 뒤 18번 홀 그린에서 기다리던 여자 친구를 껴안고 기뻐했다. 그는 팔뚝에 지난해 세상을 뜬 외할아버지의 이니셜을 문신으로 새긴 채 경기에 임했다. 골프 선수로 성장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외할아버지에게 PGA투어 우승 트로피를 바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제이크 냅은 "(외할아버지께서) 늘 나를 격려해 주셨다. 외할아버지가 오늘 계셨다면 아마 '잘했어, 이제 우승 축하 닭튀김 먹자꾸나'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이크 냅은 이와 함께 "긴장감과 싸워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드라이버 샷을 좀 더 잘 쳤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겨냈다"고 기뻐했다.
제이크 냅은 17번 홀에서 어렵게 파를 지켜냈고 18번 홀에서도 티샷을 벙커에 집어넣은 뒤 뒷수습을 잘해서 타수를 잃지 않고 우승을 확정한 냅은 하늘을 가리키며 "할아버지, 고마워요"라고 속삭였다. 그는 '꿈을 좇으며 살자'(Living The Dream)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핀란드인 최초의 PGA 투어 우승을 노렸던 발리마키는 2타를 줄인 끝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미국 교포 김찬은 12언더파 272타로 공동 8위에 올라 이번 시즌 처음으로 톱10에 입상에 성공했다. 김찬은 사흘 내내 60대 타수를 때리며 선두권을 지켰던 지만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는 이븐파 71타로 다소 아쉬웠다.
지난해 멕시코 오픈 우승자 미국의 토미 피나우는 11언더파 273타로 공동 13위에 그치며 대회 2년 연속 우승이 불발됐다.
사진=AP/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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