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세대 59% ‘엽산 부족’… 나이 들면 심혈관질환 등 위험
녹색잎채소·콩류·견과류 챙겨야
엽산(비타민B )은 흔히 임신을 준비하거나 임신·수유 중인 여성이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태아나 신생아의 성장·발달에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성인에게 나타나는 엽산의 결핍은 심혈관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병 신부전 암 등의 발생과 연관성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평소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국내 10·20대 10명 가운데 6명은 체내에 엽산이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보다 남성의 결핍 수준이 심각했다. 청소년과 젊은 층의 엽산 결핍은 나이 들어서 각종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어릴 때부터 엽산이 많이 든 채소와 과일 등을 섭취하는 식습관을 들이는 것이 요구된다.
질병관리청은 6기 국민건강영양조사(2013~2015년)의 10세 이상 참여자 8016명(남 3931명, 여 4085명)의 혈액 검체를 분석해 혈중 엽산과 호모시스테인 농도를 최근 공개했다. 질병청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식품으로부터 1일 평균 엽산 섭취량을 조사하고 있으나 엽산 보충제나 강화식품 섭취에 따른 체내 수준 파악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조사 대상의 혈액 샘플에서 엽산 농도를 측정함으로써 국민의 전체 엽산 섭취 수준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호모시스테인은 엽산을 포함한 비타민B군 섭취가 부족하면 증가하는 아미노산으로, 혈중 농도가 높으면 동맥 손상과 혈관 내 혈전(피떡)을 유발한다.
분석 결과 10세 이상 남녀의 5.1%에서 엽산 결핍, 31%에서는 경계 결핍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르면 6.8나노몰(n㏖)/ℓ미만일 때 결핍, 6.8~13.4n㏖/ℓ 미만일 때 ‘경계 결핍’으로 분류된다. 10대와 20대는 약 13%가 결핍, 46%가 경계 결핍에 해당해 절반 이상(59%)이 엽산 부족 상태였다. 10대 남성의 63.4%, 20대 남성의 71.4%가 적정 수준에 미달했다. 여성(10대 51.2%, 20대 46.1%)보다 부족 정도가 훨씬 심했다. 또 혈중 엽산 농도가 낮을수록 체내 호모시스테인 농도는 상승했고 고호모시스테인혈증(혈중 호모시스테인 농도 15마이크로몰 초과) 비율도 남성이 여자보다 7배 높았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6일 “젊은 층, 특히 남성에서 식생활의 서구화로 패스트푸드, 정크푸드의 섭취가 증가하고 시금치 등 녹색 잎채소, 브로콜리, 양배추, 완두콩 등 콩류, 땅콩 등 견과류, 통곡물, 달걀 등의 섭취가 줄어든 것이 아닌지 원인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혈중 엽산 농도가 낮으면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올라가고 동맥벽의 손상, 동맥경화성 혈관 변화를 유발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특히 강 교수는 “음식에 대한 호기심 많고 기호가 형성되는 영·유아기, 학동기부터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가 자녀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엽산이 풍부한 식품은 시금치 콩나물 깻잎 팥·대두 딸기 참외 오렌지 키위 등이 있다.
실제 엽산 결핍 시 태아의 신경관결손, 유산, 조산 등 임신의 부정적 결과와 함께 심혈관질환, 뇌졸중, 암, 우울증, 치매 등과 관련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영양학회지 발표에 따르면 40세 이상 한국인 약 2만1000명을 1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엽산 결핍(10n㏖/ℓ 미만)과 고호모시스테인혈증 그룹이 두 지표가 모두 정상인 그룹에 비해 전체 사망 위험은 1.6배,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 1.9배, 암 사망 위험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및 젊은 성인을 장기간 추적해 만성질환 발생과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는 흔치 않다. 18~30세 미국인을 중년까지 추적해 엽산과 고혈압, 만성콩팥병, 당뇨병 발생 위험성을 보고한 것이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젊은 층에서 엽산 결핍이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조사하고 결핍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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