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포커스]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는 어떻게 대중을 사로잡았나

박세연 2024. 2.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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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 (사진=블래스트 제공) 


3D 인공지능(AI) 기술이 아이돌과 만나 스파크가 제대로 터졌다. 주인공은 5인조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다. 애니메이션·아이돌·게임 ‘덕후’를 넘어 대중마저 사로잡은 이들은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또 하나의 ‘5세대 대세 보이그룹’으로 거듭나고 있다. 

플레이브는 지난해 3월 12일 첫 번째 싱글 앨범 ‘아스테룸’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탄생한 가상(버추얼) 그룹인데 단순 AI 가수가 아니라 실제 사람이 3D 캐릭터의 옷을 입고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통해 소통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덕분에 대체로 일방향 소통에 그쳤던 타 AI 가수들과 달리 플레이브는 자연스러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겉모습이 인간의 모습이 아닐 뿐, 팬들에겐 실제 아이돌 그룹과 동일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시각적으로 애니메이션 덕후와 아이돌 덕후를 동시에 사로잡았고, 이지리스닝 음악을 통해 대중도 사로잡았다. 정식 데뷔 전부터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한 이들은 첫 앨범이 가상 아이돌 최초로 초동 20만 장을 넘긴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8월 발매한 미니앨범 ‘여섯 번째 여름’으로는 지난해 데뷔한 신인그룹의 노래 중 멜론 최다 재생 기록을 쓰는 등 신인으로서 달성하기 힘든 성적을 냈다. 
 
비결은 무엇일까. 애니메이션 ‘덕후’들과 아이돌 ‘덕후’를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는 ‘본 투 비’ 매력과 대중에 통한 이지리스닝 음악, 여기에 데뷔 전부터 꾸준히 쌓아온 나름의 성장 서사가 팬들과 제대로 통해 탄탄한 팬덤까지 구축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26일 서울 상암 MBC에서 진행된 두 번째 미니앨범 ‘아스테룸 : 134-1’ 발매 쇼케이스 현장에선 이같은 플레이브의 진가가 드러났다. 이들은 “사실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큰 사랑을 왜 받지? 어떻게 받지? 생각을 매일 하고 있다”면서도 “우리의 서사와 대중적인 이지리스닝 음악을 만들려 노력했는데 그 부분에서 좋아해주시지 않았나 싶다”고 나름의 인기 비결을 자평했다.

그들이 소개한 플레이브의 서사 역시 ‘덕질’ 포인트다. 리더 예준은 “우리는 원래 카일룸이라는 곳에 살고 있었는데 신비한 힘에 이끌려 아스테룸에 오게 됐고, 플레이브가 만들어졌다. 아스테룸에 오니 테라(지구)에 있는 분들과 교신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스스로 ‘외계인’이라 칭하지만 “지구인들의 음악 취향은 사실 우리와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아스테룸에서 유행하는 음악이 당연히 먹힐 것이라 생각했다”고 소개한 점 역시 팬들에겐 흥미로운 요소다.

실연자들의 모션을 실시간으로 캡처해 선보이는 플레이브만의 기술 역시 이들에 빠져들 수 있는 포인트였다. 쇼케이스는 가상세계 ‘아스테룸’으로의 영상통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노아, 은호, 밤비, 하민, 예준까지 다섯 명의 캐릭터는 기대 이상으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실시간 라이브로 구현되는 멤버들이 간담회에 나선 모습은 3D 애니메이션 기술 발달 수준에 걸맞게 자연스러웠고, 무대 역시 어색함 없이 수려하고 정교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본체(실연자 정체)를 공개하지 않는 점도 플레이브를 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플레이브 제작자 이성구 대표는 “본체 관련해선, 우리는 디지털 펭수라고 생각하고 있다. 펭수 뒤에 어떤 분이 있는지 아는 분도 계시지만 그걸로 IP를 소비하지 않지 않나. 펭수 자체를 즐기듯 우리 역시 플레이브 자체로 즐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멤버들 역시 “우리는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버추얼 혹은 아이돌로 분리하지 말고 버추얼 아이돌 그 자체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면서 “버추얼 그룹으로서 레전드 그룹이라는 수식어를 받고 싶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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