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소비부진, 21년전 카드사태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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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올해 통화정책 환경이 21년 전인 2003년 카드사태 당시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카드사태로 소비가 크게 부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했는데 고금리, 고물가가 이어지는 현재 경제상황이 당시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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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카드대란 당시에도 극심한 소비부진
한국의 올해 통화정책 환경이 21년 전인 2003년 카드사태 당시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카드사태로 소비가 크게 부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했는데 고금리, 고물가가 이어지는 현재 경제상황이 당시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2월 금융통화위원회 결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금리 중심의 통화정책이 도입된 1998년 이후에 총 6차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을 겪었는데 이번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은 2003년 카드사태 시기와 가장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2003년 카드사태는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인해 카드회사들이 파산위기에 몰리고, 사회에서는 대량의 신용불량자가 양산된 사건이다. 정부가 소비를 진작시키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신용카드 규제를 완화하면서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까지 신용카드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당시 소비가 극도로 침체됐고 경제성장률은 급락했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추는 등 적극적인 정책 개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현재 소비부진도 당시 못지않게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매판매액지수는 재작년보다 1.4% 줄었다. 카드사태가 발생했던 2003년(-3.2%)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0.3%)에 이어 2년 연속 하락했는데 이는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초다.
한은은 지난 22일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9%에서 1.6%로 하향했다. 지난해 민간소비 성장률인 1.8%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을 1.6%로 예측했다. 한은은 "고물가와 고금리 영향으로 재화소비를 중심으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회복 모멘텀이 당초 예상보다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내수 회복 지연에 따른 국내 경기 부진을 감안해 한은이 현 3.5% 수준인 기준금리를 향후 15개월 동안 점진적으로 2.5%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서 시장금리가 먼저 하락하는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3.5% 전후인 국고채 3년물 금리 상단이 4분기에는 3.25%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실제 통화정책 전환 전까지는 시장금리의 낙폭이 확대될수록 향후 인하 속도와 폭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며 상방압력이 강화되고 반대로 시장금리 상승 시 연내 금리 인하 베팅에 의해 하방압력이 부각되는 박스권 장세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윤석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이어지고 연내 통화정책 방향 전환 기대가 유효할 시 향후 시장금리는 기준금리를 하회한 상황이 장기화되며 점차 상단을 낮춰가는 흐름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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