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저출산, 한국사회 '내러티브'가 바뀌어야 한다

2024. 2. 2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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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부위원장이 1년 만에 교체되었다.

그만큼 정부가 저출산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나, 한편으로는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어떻게든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초조함이 느껴진다.

저출산은 그 원인이 복잡하고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정책의 효과도 미미하고 성과도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저출산 대책 대부분이 구조적 원인에만 처방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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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대책 구조적 원인에만 처방 한정
경제적 지원·비용·손실 관점서 벗어나
가족의 가치·행복 알리는 인식 전환을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부위원장이 1년 만에 교체되었다. 동 위원회의 실질적 수장이 임기의 절반만 채우고 물러난 것이다. 신임 부위원장으로는 전직 고위 관료가 새롭게 위촉되었다. 불도저식 밀어붙이기의 달인이라고 알려진 전직 고위 관료가 수장이 되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을까? 물론 일시적인 출산율의 반등은 나올 수 있다. 지금까지의 출산율이 낮아도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에 ‘특단의 대책’, ‘강력한 추진력’ 등의 자극적인 수식어가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정부가 저출산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나, 한편으로는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어떻게든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초조함이 느껴진다. 문제는 인구정책이 경제나 산업정책 등 타 정책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저출산은 그 원인이 복잡하고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정책의 효과도 미미하고 성과도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특단의 대책이나 강력한 추진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구문제는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이면서도 다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래학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는 분석 기법 가운데 ‘인과계층분석(Casual Layered Analysis)’이라는 것이 있다. 하나의 현상이나 사건에는 구조적 원인이 있으며, 이를 정당화시키는 이론, 그리고 가장 근원적 인지 수준인 ‘은유(Metaphor)’가 있다는 가정이다. 가장 심층적인 은유의 단계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즉 ‘내러티브(Narrative)’를 형성한다. 따라서, 은유의 단계로 진입할수록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변화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저출산 대책 대부분이 구조적 원인에만 처방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용, 주택, 교육 등의 구조적인 문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정당성이 대표적이다.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려면 우리 사회의 가장 근원적 인지 수준인 ‘내러티브’가 바뀌어야 한다. 내러티브에는 개개인들의 특정 상황과 경험, 세계관과 비전 등이 스며있다.

저출산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내러티브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비용(돈)’이다. 결혼, 출산, 양육에는 많은 돈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기회비용도 포기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연금은 고갈되고, 생산인구는 줄고, 경제는 축소된다는 등의 내러티브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 정부도 출산을 경제적 지원이나 경제적 가치로만 연결하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용’이나 ‘경제적 손실’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는 내러티브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가족의 소중한 가치, 가족이 주는 행복 등으로 우리 사회의 내러티브가 바뀌어야 한다. 필자도 50대 중반이 되어보니 아이들 낳고 키울 때가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된다. 물론 어렵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을 보면서 기쁨과 희망을 얻고 더 분발하려고 노력했다.

우리 사회의 내러티브를 바꾸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디어는 연일 저출산으로 인한 비용 문제나 경제적 지원 규모만 다루고 있다. 경제적 측면의 지나친 강조는 오히려 청년세대의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 결혼, 출산, 양육이 주는 기쁨과 행복, 가족의 소중함을 알릴 수 있는 기사나 콘텐츠 제작을 대폭 늘려야 한다. 우리 사회의 내러티브가 바뀐다면, 시간은 걸릴지언정 출산율은 반등할 수 있으리라.

서용석 KAIST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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