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산 13개사 싱가포르 에어쇼 참가…한국은 KAI가 유일 [취재파일]
파리 에어쇼, 판버러 에어쇼와 함께 세계 3대 에어쇼로 통하는 싱가포르 에어쇼가 지난 20일부터 어제(25일)까지 열렸습니다. 전 세계 항공 관련 기업들의 각축장이자, 최신 항공 기술의 향연이었습니다. 군용기 중심의 시범비행과 각종 전시가 펼쳐져 대중들의 관심도 높았습니다.
올해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최첨단 전투기와 항공 기술 못지않게 주목받은 것은 일본이었습니다. 일본 방위성이 처음으로 13개 대형 방산업체를 거느리고 싱가포르 에어쇼에 참가했습니다. 2014년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의 채택으로 무기 수출의 길을 튼 이래 사상 최대 규모로 'made in japan' 무기 마케팅에 나선 것입니다.
P-1· C-2 앞세운 일본 항공 방산
이번 싱가포르 에어쇼에는 50여개 나라 1,000개 이상 업체가 참가했습니다. 미국, 유럽, 중국의 대형 항공 관련 기업들이 앞다퉈 부스를 열었습니다. 싱가포르 에어쇼 첫 출전의 일본은 항공 거인들의 틈바구니에서도 기죽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이미 자위대에 수십대씩 전력화된 P-1 대잠초계기와 C-2 수송기의 모형, 그리고 항공기 엔진을 전시했습니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주력 P-1 초계기는 세계 최고라는 미국의 P-8 포세이돈에 버금가는 성능을 자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당 가격은 P-8이 3,000억 원에 육박하고, 일본의 P-1은 2,000억 원이 안 됩니다. C-2 수송기도 미국의 수송기에 비해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가와사키중공업 외 주피터코퍼레이션, 스카이퍼펙트 JSAT, 아사히금속, 오키전기, 쓰바루, 쿠리모토, NEC, 일본특수광학, 일본무선 등도 항공 AI, 레이더, 엔진, 항공기복합재부품, 위성통신 등 첨단 항공 기술과 항공기 구성품을 선보였습니다. 일본 매체들은 우선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수출을 추진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실상 KAI 단독 참가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고난도 곡예비행이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찬사를 받았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습니다. 블랙이글스의 선전은 누가 뭐라 해도 평가받아야 하겠지만 국제 에어쇼의 주인공은 방산업체와 항공기, 항공 기술입니다. 어떤 부스에서 어떤 무기와 기술을 선보여 얼마만큼의 수요를 창출했는지가 관건입니다.
싱가포르 에어쇼에 부스를 연 한국의 기관 또는 기업은 KAI와 한국항공산업진흥협회, 인천 테크노파크 등 3곳입니다. 기업은 KAI 뿐입니다. 한국 방산업체로 유일하게 싱가포르 에어쇼에 참가한 셈입니다. 그럴듯한 항공기와 기술이 있는 방산업체라면 싱가포르에 가고 싶었을 터. 한국 방산 중 KAI만 그 정도의 밑천을 갖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지금까지 K-방산의 선풍을 일으킨 무기들은 주로 지상용입니다. 항공 방산은 최첨단 기술과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고 부가가치도 커서 방산의 꽃으로 통하지만 K-방산은 상대적으로 항공에 약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K-방산이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항공의 날개를 달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민간의 방산업체만 뛰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정부가 방산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데 특히 항공 방산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국방과학연구소 ADD도 미사일 연구개발의 역량 중 일부를 6세대 전투기, 항공기 엔진, 고성능 항전장비, 무인기 등 항공 분야로 돌려 미래 방산 먹거리를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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