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브리핑] 중국 설비 찾는 러시아, 그러나 만족도는?

최현호 2024. 2.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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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로 인해 무기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최근 서방 분석가들은 러시아 방산업체 관계자들의 발언을 분석해 러시아 방산업체들의 어려움이 더 광범위한 문제라는 점을 확인했다. 러시아제 대공방어 무기를 운용하고 있는 튀르키예와 그리스가 독일 주도 유럽 미사일 방어 구상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향후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 있다.

①안팎으로 치이는 러시아 방산업계
서방 분석가들에 따르면, 러시아 방산업체들이 숙련 노동력과 첨단 기술로 제작한 부품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러시아 정부의 주문을 빠른 속도로 이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카잔의 Tu-160M 폭격기 생산 공장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실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전 총리는 가까운 장래에 러시아 방위산업 전체에 약 40만 명의 근로자가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의 한 채용 대행업체 관계자는 러시아 방위산업계가 2022~23년에 급여를 인상하면서 인력을 끌어모았지만, 업체들이 채용 경쟁을 벌이면서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재로 우크라이나 제품이나 서방 부품을 조달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항공ㆍ우주ㆍ조선ㆍ공작기계ㆍ건설 분야 등이 타격을 입고 있다. 익명의 러시아 우주 사업 엔지니어는 로켓 및 우주 기술 시스템에 사용되는 전자 부품의 최대 50%, 위성 생산에 필요한 부품의 최대 70%를 외국제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서방 기술 의존이 크다.

러시아는 첨단이 아닌 오래된 구형 부품과 기술로 활로를 찾고 있다. 한 항공전문가는 첨단 레이더 부품을 구하기는 어렵지만,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 구형 부품 시장이 상당히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재가 강화하면서 영향을 받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 우주산업 전문가는 새로운 제재로 인해 다양한 우주선의 발사 일정이 중단되거나 연기됐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우주산업을 책임진 로스코스모스나 러시아 다른 업체들은 서방제 부품과 기술을 대체할 수 없기에 중국제를 도입하거나 밀수를 해야 하지만, 상당한 시간과 비용 손실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서방 제품이나 부품을 대체할 방법으로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러시아 특수장비 생산자 협회장은 러시아가 전차 제작에 필요한 유압 부품을 거의 생산하지 못하며, 베어링이나 전자 부품은 필요한 물량의 25%만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부품을 러시아에서 생산하는 것은 수익성이 없으며, 중국에서 도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군사장비 제작에 중요한 공작 기계를 오랫동안 서방에 의존해왔는데, 전쟁 이후 도입이 완전히 막히면서 어려움이 커졌다. 러시아는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며, 대안으로 언급되는 중국산은 내구성과 정밀도가 떨어져 어려움이 가중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서 T-14 아르마타 전차나 Su-57 전투기 같은 첨단 무기보다 T-90 같은 구형 무기를 생산하는 것이 더 쉬운 상황이다.

②프랑스, 스웨덴제 조기경보통제기 도입하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스웨덴을 1박 2일로 국빈 방문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두 나라는 방위관련 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여러 주제를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한 내용 중 프랑스가 스웨덴제 조기경보통제기를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포함됐다.

프랑스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스웨덴 사브의 글로벌아이 조기경보통제기. 사브


프랑스는 미국제 보잉 E-3F 조기경보통제기(AWACS) 4대를 운용하고 있는데, 1991년 처음 도입한 뒤 30년 넘게 운용하면서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E-3를 도입한 영국과 나토는 미 공군이 도입을 결정한 E-7 웨지테일을 선정했지만, 프랑스는 아직 대체기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에어버스가 생산하는 여객기에 조기경보 레이더를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실행하지는 못했다.

프랑스가 도입을 검토하는 스웨덴제 조기경보통제기는 사브가 아랍에미리트와 스웨덴에 판매한 글로벌아이다. 글로벌 아이는 캐나다 봄바르디아의 글로벌 6500 비즈니스 제트기 동체 위에 사브의 에리아이-ER 레이더를 탑재한 것인데, 기체 아래에 해상 탐색용 레이더도 달아 공중과 해상을 모두 감시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프랑스의 글로벌아이 검토는 군의 요구보다는 정치 및 산업적인 목적으로 보인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두 나라가 논의할 내용에 6세대 전투기 개발 계획인 FCAS와 무인전투기 개발에 스웨덴이 참여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이런 논의는 그동안 프랑스가 취해왔던 태도와 상반하는 것이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오랫동안 독자적인 방위사업 기반을 추구해 왔던 관계로 무기 수출 시장에서 번번히 경쟁했다. 프랑스 닷소의 라팔 전투기와 스웨덴 사브의 그리펜 전투기, 넥스터의 카이사르 차륜형 자주포와 보포스의 아처 차륜형 자주포 등이 대표적 경쟁 사례다.

프랑스는 최근 독일 등 다른 국가들과 공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추가로 다른 나라의 참여를 거부해왔다. 독일ㆍ스페인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FCAS 사업의 경우 프랑스는 스페인이 추가로 참여한 뒤 공개적으로 다른 나라들의 참여를 거부해 왔다. 그랬던 프랑스의 입장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두 나라는 FCAS 외에도 닷소가 주도하고 있는 무인전투기, MBDA가 개발한 아케론 대전차 미사일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의 협력은 아직 헝가리의 허가가 남아있지만,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유럽 방위를 강화하고, 유럽이 강점을 가지는 국제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③튀르키예와 그리스, 유럽 미사일 방어망에 참가할까
나토 회원국인 그리스와 튀르키예가 독일이 주도하는 범유럽 미사일 방어 구상 ESSI(European Sky Shield Initiative)에 참가하기로 했다. ESSI는 2022년 10월 출범한 계획으로 저고도는 독일 딜 디펜스의 IRST-SLM, 중고도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PAC-3, 고고도는 이스라엘 IAI의 애로우 3로 방어하는 유럽만의 다층 방공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거리 경보와 표적 정보 공유는 애로우 3에 통합한 그린파인 레이더를 사용하며, 구상에 참가한 나라들의 저고도 방공망에도 정보를 전달한다.

ESSI에서 고고도 요격을 담당할 이스라엘 IAI의 애로우 3. IAI


지난해 7월 나토 회원국이 아닌 중립국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도 참가를 선언했고, 이번에 튀르키예와 그리스가 참가하기로 하면서 참가국은 21개국으로 늘어났다. 오스트리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강조된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려고 ESSI에 참가 의사를 나타냈고, 참가가 오스트리아의 중립성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토 회원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자신들이 공동 개발한 SAMP/T를 선호하면서 ESSI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리스와 튀르키예의 참여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 국가가 러시아제 방공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1990년대 후반 러시아에서 S-300 PMU-1과 토르-M1 등 대공방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리스는 최근 미국이 F-35 전투기 판매를 허가하자 러시아제 대공방어 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러시아에서 S-400 대공방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미국의 제재를 받아 F-35 공동개발국에서 퇴출당하고, 그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F-16 전투기 최신형 도입도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승인하면서 겨우 허가를 받은 상태다.

러시아제 대공방어 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이전하기로 한 그리스와 달리 튀르키예는 S-400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ESSI 참가를 통해 튀르키예는 S-400 시스템의 동맹국 간 상호운용성을 강조하겠지만, 미국이 반발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최현호 밀리돔 대표ㆍ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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