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게 증권사는 왜 사나” [편집장 레터]
직원만 좋은 결정 말고 주주에게 관심을…”
지난해 주총 시즌을 뜨겁게 달궜던 SM엔터와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대치.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얼라인이 처음부터 행동주의를 표방한 것은 아니었다고 고백합니다.
“SM에 투자를 한 것은 사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하도 한류가 난리여서 관심이 생겼고 관련주를 찾다 보니 SM이 주가가 낮은 데다 감사 선임 등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있을 것 같아 1%도 안 되는 지분 매집하고 시작한 거다. 기존 경영진도 얼라인 생각에 공감하고 함께 잘해보자고 해서 힘을 받았다. 이수만 창업자를 몰아내려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라이크기획에 가는 연 250억원 정도 기획료를 100억원 미만으로 낮추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수만 창업자가 갑자기 대치 국면을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시끄러워지고 경영권 분쟁이 되고 그 덕에 얼라인파트너스가 엄청 유명해졌다. 처음부터 행동주의를 표방한 건 아니고 수익을 내려고 투자한 건데 그게 SM이었다 보니 얼결에 행동주의가 돼버렸다.”
어느 순간은 미래를 만들기도 하죠. 이후 얼라인은 정말 행동주의 펀드가 됐습니다. 올해 1월 상장 금융지주 7곳을 대상으로 주주환원율이 저조하다고 지적하며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책을 요구했죠. 국내 은행주가 선진국 은행 수준인 최소 50%의 정상적 주주환원율을 달성해야 한다며 금융가 지배구조와 이사회 구성 개선 등도 언급했고요.
얼라인은 지난해 초 JB은행 지분 14%와 우리은행 지분 1% 정도를 매집하고 1년여간 꾸준히 은행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왔습니다. 그 여정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저PBR주 살리기’ 정책과 맞물려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고요.
이 대표한테 “우리은행이 증권사 사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비싸게 증권사 사들이는 대신 자사주 사서 소각해야 주가에 더 이롭다”고 잘라 말하기에 “기업의 미래 가치도 중요한 것 아닌가. 미래 가치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지 않나?” 했더니 “은행이 그동안 직원만 좋은 결정을 해왔다. 주주에게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투자금을 준 주주에게 이로운 의사 결정을 하고 주가가 어느 정도 정상화됐을 때 미래 가치를 위한 일을 해야 주주도 수긍할 것 아닌가. 주가가 바닥인데 무슨 미래 가치를 위한 일을 하나?”라고 답했습니다.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야 있겠지만, 마구 틀린 얘기도 아니죠.
주주총회 시즌마다 행동주의 펀드는 목소리를 내왔지만, 올해는 K증시를 살리겠다는 윤 대통령의 ‘기업 밸류업’ 정책과 맞물려 더욱 강경 기조로 나올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다소 위축됐던 주주행동주의는 2022년 이후 다시 살아났죠. 특히 일본과 한국에서 주주행동주의가 강해졌답니다. 일본 증시는 이미 40% 성장을 일궈냈으니, K증시도 그에 걸맞게 성장하리라 기대해봐도 될까요. 올해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어느 기업에 무엇을 요구하고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큽니다. 매경이코노미 스페셜리포트 ‘밸류업 올라탄 주주행동주의(p.50~53)’에서 힌트를 찾아보시죠.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8호 (2024.02.28~2024.03.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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