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로 해외서 1200억?…‘두끼’ 알고 보니 글로벌 기업이었네 [내일은 유니콘]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김지연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colorcore@naver.com) 2024. 2.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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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훈 두끼떡볶이 CMO. (두끼떡볶이 제공)
두끼떡볶이(이하 두끼).

2014년 출범 후 국내 236개점(2023년 기준)을 보유한 유명 떡볶이 브랜드다. 사명에는 ‘떡볶이로 한끼, 볶음밥으로 두끼’라는 뜻을 담았다. 성인은 1만900원, 청소년은 9900원에 1시간 30분 동안 취향에 따라 떡볶이를 마음껏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무한리필’ 전략이 먹힌 덕분에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 가맹점 포함 매출액은 2021년 62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2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것만으로도 성공한 프랜차이즈 업체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K푸드 해외 진출 사례를 찾다가 두끼가 외국인 사이에서도 호평받고 있다는 소셜미디어(SNS) 포스팅을 어렵지 않게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심지어 2019년 대만의 현지 설문조사에서 일본 스시, 이탈리아 파스타·피자 현지 맛집을 제치고 두끼가 레스토랑 부문 1위에 선정된 뉴스도 있었다.

그래서 본사(법인명 다른)에 해외 진출 현황을 요청, 받아봤는데 깜짝 놀랐다.

두끼 점포 수·소비자 매출액 표.
2023년 기준 두끼는 해외 총 9개국, 164개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2021년 84개점이었던 해외 점포 수는 지난해 164개점으로 2년 만에 2배 뛰었다. 매출 흐름은 더 좋다. 가맹점 소매가 기준 해외 매출액은 2021년 390억원에서 지난해 1200억원으로 3배 넘게 성장했다. 흑자 기조도 계속 유지 중이다. 알고보면 두끼는 글로벌 기업이었다. 그 사연이 궁금해 남승우 대표, 김관훈 CMO에게 자세히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창업 스토리부터 들려달라.

김관훈 CMO(이하 김) : 창업 전에는 서울의 한 대기업 정유회사 대리점에서 영업사원으로 7년간 일을 했다. 무미건조하게 회사를 다니다가 주변 상황이 좋지 않아 제일 좋아했던 떡볶이로 뭘 해볼까 해서 돌아다녔다. 당시 떡볶이를 정말 잘 만들고 싶어 유명 포털 사이트의 카페를 뒤져봤는데 ‘떡볶이’와 관련된 카페(커뮤니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직접 카페 동호회 ‘떡볶이의 모든 것’을 만들어 동호회 회원들과 ‘떡볶이 순례’를 다녔다. 이때 내린 결론은 떡볶이에 지역 특색은 있어도 절대적인 맛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떡볶이를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즉석떡볶이 장소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고 이곳에서 만난 회원들(남승우 대표 포함)과 ‘다른 사람이 모여 하나되는 기업’이라는 의미를 담은 법인 ‘다른’을 설립한 것이 오늘에 이른다.

두끼떡볶이 호주 시드니점. (두끼떡볶이 제공)
Q. 주력 사업 모델은.

남승우 대표(이하 남) : 기본 구조는 가맹 사업이다. 두끼라는 타이틀을 갖고 매장 운영을 희망하는 예비 창업점주에게 매장을 오픈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전파하는 것이다. 두끼 수익의 대부분은 물류 공급, 즉 원재료 공급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예비 점주들의 창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본사의 성공적인 창업 노하우와 정보를 전파하는 교육 비용이 있다.

Q. 해외 시장 개척기가 놀랍다.

김 : 한국인에게 떡볶이는 누구나 편안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지만, 해외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이미 서양인에게는 빨갛고 매운 양념이 익숙하지 않고, 떡의 쫀득한 식감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떡볶이의 형태를 그대로 고집하기보다는 현지 문화에 맞춰 변형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했다. 두끼떡(후루룩밀떡)이 그렇게 탄생했다. 떡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면처럼 긴 모양의 떡으로 접근성을 높였다.

두끼떡볶이 미국 휴스턴 벨레어점.(두끼떡볶이 제공)
Q. 현지화를 꾀했다는 말인데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김 : 떡볶이를 단순 음식으로 접근하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환경과 문화에 잘 어우러지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현지인 생활 패턴과 그들이 선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연구했다. 그 결과 K컬처 인기가 높은 데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현지인들은 한국 음식 각각에 대한 궁금증도 있지만 그보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다. 그래서 두끼는 단순히 분식집이 아니라 K컬처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업의 재정의’를 했다. 매장의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한국 그대로 구현했고 치킨, 잡채, 김밥 등과 같이 K푸드 대표 음식을 떡볶이와 함께 제공, 매장 내에서 다양한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남 : 여기에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식재료도 함께 제공함으로써 ‘케미’를 높였다. 기본 떡볶이의 재료(떡, 어묵, 소스)에 그들이 익숙한 식재료로 접근성을 높여 떡볶이를 처음 접하는 현지인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Q. 해외 진출하고 싶어하는 K푸드 회사, 식당 브랜드 대표들이 많다. ‘이것만 알아보고 진출하라’ 같은 조언이 있을까.

남 : K푸드 인기가 높다는 데 너무 자만하면 안 된다. 한국에서 대형 점포나 아주 특별한 레시피를 갖고 성공한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들만의 영업 비밀(?)을 갖고 나가면 해외에서도 성공할 것이라 맹신한다. 하지만 해외에서 성공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현지의 가맹사업법, 수출 품목, 트렌드 등 사전 시장조사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김 : 무엇보다 현지화를 어떻게 이루느냐가 중요하다. 우리 것을 고집하는 것도 좋겠지만 어찌 됐든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K푸드를 그들에게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현지화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두끼떡볶이 필리핀 SM CITY BAGUIO점. (두끼떡볶이 제공)
Q. 회사 성장세를 보면 놀랍다. 중간중간 위기는 없었나.

김 : 대부분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시기 가맹점과 본사 모두가 힘들었다. 불확실한 시장 환경과 위기 상황에서 뷔페가 고위험시설로 분류되면서 방역 수칙이 한층 더 강화돼 매장 운영이 더욱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에도 불구하고 가맹점주가 본사를 믿고 함께 버텨줬다. 이런 믿음에 보답하는 길은 감염병 시대 전 매출로 빨리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Q. 어떻게 극복했나.

김 : 이에 두끼에서만 가능한 트렌드에 맞는 식재 프로모션을 기획, 준비해 2022년 엔데믹 전환 시점에 ‘찐마라 소스’를 빠르게 출시했다. ‘찐마라 소스’가 SNS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며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과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는 바로 매장 매출로 연결, 코로나 전의 매출로 빠르게 회복했다. 이후 고객들이 두끼에 지속적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이슈와 트렌드를 바탕으로 한 소재들을 활용한 프로모션(MBTI떡, 무한치킨, 겨울간식 등)을 통해 매출 안정화를 이뤘다.

Q. 앞으로 어떤 회사로 키울 것인가.

김 : 두끼를 전 세계 어느 나라를 여행하더라도 만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떡볶이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 더 나아가 떡볶이를 주제로 한 K푸드 멀티플렉스 레스토랑도 꿈꾸고 있다.

김관훈 두끼떡볶이 CMO. (두끼떡볶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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