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100억유로' 삭감하는 경제대국 프랑스[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세종=송승섭 입력 2024. 2. 25. 17:14 수정 2024. 2. 26.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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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예산도 싹둑, 긴축재정 나선 프랑스
1% 성장도 간당간당…추락하는 佛 경제
코로나19에 러-우 전쟁까지…국가지출 ↑
EU 재정규칙 못 지키면 신용 떨어질 위험

프랑스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계속해서 예산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죠. 성장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고요.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은 어쩌다 위기에 내몰렸을까요? 왜 해법으로 ‘예산 삭감’ 카드를 꺼내든 걸까요?

프랑스 정부는 지난 19일 올해 예산을 100억유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한국 돈으로 14조원이 넘는 큰돈입니다. 줄어드는 예산의 절반은 정부 부처가 차지합니다. 교육, 사법, 국방을 포함한 주요 기관 예산을 싹둑 잘라버렸죠. 나머지는 환경 예산입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주택개조보조금 등이 구조조정 됐습니다. 저개발국가에 지원하던 국제원조 예산 역시 축소됐고요. 다만 의료·지방정부 예산은 삭감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는 지난해부터 대대적으로 예산을 줄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프랑스 정부는 국회에 2024년도 예산안을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예산 규모가 42억유로나 줄어 있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정부지출 규모를 줄인 건 2015년 이후 처음이었죠. 하지만 두 달 뒤인 9월 예산을 추가로 삭감한다는 계획이 공개됐습니다. 예산삭감 규모만 무려 160억유로에 달했죠. 전력·가스 상한선을 폐지해 100억유로를 아끼고, 기업에 대한 국가지원을 축소해 45억유로를 절감했습니다. 노동시장 지원 조치와 실업수당 지출도 사라졌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전면에 있는 유로화 조형물.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프랑스는 왜 예산을 줄일까요? 프랑스 정부는 ‘성장하지 못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랑스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원래 1.4%로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0.4%포인트나 내렸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국가 예산을 담당하는 브루노 르메르 재무장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8일 예산삭감을 설명하는 뉴스브리핑에 출연했습니다. 르메르 재무장관은 “성장률이 낮다는 것은 세금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정부는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랑스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배경에는 지정학적인 이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2022년 2월부터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과 후티 반군의 공습 등 중동 지역의 불안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 경기 둔화, 독일 경기침체가 겹쳤죠. 유럽위원회도 이미 올해 프랑스 성장률을 1.2%에서 0.9%로 낮췄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0.8%에서 0.6%로 하향 조정했고요.

물론 재정상황이 괜찮았다면 이렇게 예산을 줄일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2020년 이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지출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에너지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죠. 2019년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출비중은 55.4%였습니다. 하지만 2020년 61.3%로 급격하게 뛰어올랐습니다. 2021년(59.1%)과 2022년(58.3%) 지출을 줄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과거보다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부활한 EU 재정규칙…못 지키면 신용등급 추락 위험도

경제가 어려우니 돈을 좀 써도 되지 않나 싶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유럽연합(EU)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재정규칙이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중단됐지만 올해부터 새롭게 가동됐습니다. 합의안에 따르면 각국은 4년 동안 부채를 줄일 수 있는 지출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은 60% 이하, GDP 대비 재정적자는 3% 이내로 유지해야 합니다.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는 초과 부채를 매년 줄여야 하고요. 부채 비율이 GDP의 90% 이상인 국가는 부채비율을 1년에 1%포인트씩 줄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상황을 암울하게 봅니다. 유로존 4대 경제국가(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중에서 목표 달성이 가장 어려운 국가로 프랑스를 꼽고 있죠. GDP 대비 재정적자는 지난해 4.9% 수준입니다. 3% 기준을 한참 벗어났죠. 프랑스 정부는 이를 우선 4.4%로 0.5%포인트 낮춰야 합니다. 2027년까지는 2.7%를 맞춰야 하고요. GDP 대비 부채비율도 2022년 111%로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빚을 줄여서 2027년까지 108%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죠.

만약 계획을 예정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프랑스의 부채등급을 하향할 거라는 보도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미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강등했고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신용등급을 유지했지만 올해 4월 다시 검토할 예정입니다.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진다는 건 그만큼 국가와 기업이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다는 의미입니다. 이자 비용도 당연히 부담스러워지겠죠.

현지시간으로 지난 18일 프랑스 최대 민영 TV 채널 TF1에 출연한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 사진=TF1 유튜브 캡처.

국가든 개인이든 경제에 공짜는 없는 법입니다. 큰돈을 썼다면 어디서든 메워야 하는 법이죠. 무분별하게 돈을 썼다면 뒤따르는 고통도 더욱 커지고요. 다만 프랑스는 재정충당을 위한 세금인상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습니다. 르메르 장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세금을 인하하는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프랑스 국민은 더 세금을 부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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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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