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상 후보 이금이 "발밑만 보며 사는 한국 청소년 안타까워"

홍지유 2024. 2. 2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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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아동문학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의 최종 후보 6인에 한국인이 이름을 올렸다. 1984년 단편 동화 『영구랑 흑구랑』으로 데뷔해 가족 결손, 아동 성폭력 등 청소년의 현실을 반영한 작품 세계로 주목받아 온 이금이(62) 작가가 그 주인공.

이금이 작가가 지난 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금이 작가는 한국인 중 처음으로 안데르센상 글 작가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안데르센상은 덴마크 동화작가 한스 안데르센(1805~1875)을 기려 1956년 제정된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이다. 2년마다 글·그림 작가를 한 명씩 선정해 시상한다. 한국인으로는 이수지 작가가 2022년 안데르센상 그림 작가상을 받았다. 글 작가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이금이가 처음이다. 최종 수상자 발표(4월 8일)를 기다리고 있는 이금이를 지난 8일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데뷔 40년 차인데도 작품이 확장하는 느낌이다.
A : 청소년 소설 작가로서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쓰다 보니 작품의 무대가 학교·학원·집으로 한정되더라. 그런 점이 답답해서 시공간을 넓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한국 청소년들은 발 밑만 보면서 살지 않나. 코 앞의 입시만 생각하면서. 독자들에게도 다른 나라, 다른 시절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고 더 넓은 세상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일제 강점기에 하와이로 시집간 소녀들의 이야기(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나 일본·러시아·미국을 넘나들며 운명을 개척한 식민지 여성들의 이야기(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가 그렇게 나왔다.

하와이로 이주한 사진 신부들. 1910년부터 1924년까지 약 1000명의 한국 여성이 '사진 중매'를 통해 하와이로 이주했다. 사진 하와이주립대학교 한국학센터

Q : 가혹한 시대를 살아낸 여성들의 삶이 뭉클하다.
A : 배경은 일제 강점기지만 민족·이념 같은 거창한 주제보다 그 시절을 살아냈던 젊은 여자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역사가 기억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끝까지 치열하게 살아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세속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삶이라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Q : 한 장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썼다고 들었다.
A :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쓰면서 역사 공부를 하던 중 '사진 신부'에 대해 알게 됐다. 그 시절 많은 한국 남성이 사탕수수 농장에 취업해 하와이로 떠났는데, 대부분이 '사진 중매'를 통해 결혼했다. 직접 한국에 건너와 선을 볼 수 없으니 사진 한 장과 대강의 정보만 교환한 후 여성이 하와이로 이주하는 식이었다. 남자 사진 한 장만 믿고 망망대해를 건너는 열여섯 소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설이 됐다.

Q : 디아스포라 소설인 만큼 해외 독자들의 반응도 좋을 것 같다.
A : 이민자의 삶, 소수자의 삶을 다룬 디아스포라 소설은 영미권에서 하나의 독자적인 소설 장르가 된 것 같다. 특히 미국은 이민자들로 시작된 나라여서인지 디아스포라 소설에 관심이 많고 한국 역사에서도 보편성을 느끼는 것 같다.

이금이 대표작 『알로하, 나의 엄마들』 표지. 사진 창비

Q : 지금은 어떤 작품을 쓰고 있나.
A :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나『알로하 나의 엄마들』 같은 일제 강점기 한인 여성들의 디아스포라를 더 다루고 싶다. 사할린에 강제 이주해 살아간 동포들의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자료 공부를 하고 있고 올해 안에 쓰는 게 목표다.

Q : 어떻게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 작가가 됐나.
어릴 때 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작가를 꿈꿨는데, 내 마음속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전부 아이들 이야기더라. 처음부터 '동화를 쓸 거야' 생각했다기보다 쓰다 보니 '나는 아이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깨달았다고 할까. 어린 시절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 준 것이 동화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화를 쓰게 됐다. 또 내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따라 청소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Q : 청소년 소설이지만 성인 독자층도 상당한데.
A : 1차 독자를 어린이·청소년으로 생각하고 글을 쓰지만, 성인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모두 그 시기를 지나왔으니까.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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