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줄자 이런 결과…30대男은 실업, 30대女는 취업 더 늘었다
혼인 감소가 노동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혼을 안 한 남성은 고용시장을 이탈하고, 반대로 여성은 사회활동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男 고용률 줄고, 女는 역대 최고
25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0대 남성 고용률은 87.8%로, 같은 달 기준 2021년(87.1%)을 제외하면 고용률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낮았다. 2021년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체 고용률(57.4%) 자체가 낮아지면서 30대 남성도 덩달아 내려간 때다. 지난달은 전체 고용률이 61%에 달할 정도로 고용 호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반대로 30대 여성의 지난달 고용률은 69.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4년 같은 달(55.1%)과 비교하면 14.3%포인트 늘었다. 30대 여성 고용률이 10년 새 가파르게 늘면서 남성 고용률과의 차이를 좁혔다.
미혼남, 비경제활동 비중 6배 높아
30대 남녀의 고용률 희비를 가른 건 혼인 여부다.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 미혼 30대 남성(200만6000명) 중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31만명으로 15.5%를 차지했다. 반면 기혼 30대 남성(155만9000명)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4만명으로, 2.6%에 불과했다. 미혼일 때 경제활동을 아예 하지 않는 경우가 기혼일 때보다 6배 높다는 의미다. 실업자 비중 역시 미혼 남성이 기혼 남성보다 높았다.
1997년부터 30만명대를 유지하던 혼인 건수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2022년엔 19만1990건을 기록했다. 30대 남성의 고용률이 하락하고, 여성은 상승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핵심연령층에서 미혼 인구 비중 증가로 인한 여성 노동공급 증가보다 남성 노동공급 감소의 효과가 컸다”며 “혼인율을 높이는 게 미래뿐 아니라 현재의 안정적인 노동공급 확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혼인 감소가 출생아 수 감소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노동공급을 줄이는 결과를 낳을 뿐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남성의 노동력을 감소시켰다는 뜻이다.
고용시장에서 여성의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남성의 일자리가 줄었다는 풀이도 나온다. 여성 대학진학률은 2009년 남성을 역전했다. 건설업, 운수·창고업 등 남성 근로자가 주도적인 산업에서도 여성의 진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실제 지난달 건설업 여성 취업자는 27만3000명으로, 10년 전(14만3000명)보다 90.9% 늘었고, 운수·창고업에선 50.4%(13만3000→20만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 취업자 증가율은 건설업(15.3%), 운수·창고업(11.9%)에 그쳤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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