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다시 찾은 조태열 "北 탄약, 우크라 전쟁 장기화 시킨다"
"북한의 군수품과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는 민간인의 고통을 더할 뿐 아니라 전쟁을 장기화시키고 있습니다."
━
"기술 이전·유류 반입 위협적"
조 장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년째를 맞아 열린 안보리 공식 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대러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첨단 군사 기술을 받았거나 안보리 결의의 상한선을 초과하는 유류를 반입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북한의 역량을 강화해 한반도와 그 너머를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이 군사 기술 이전, 유류 반입 가능성을 안보리에서 구체적으로 공개 지적한 건 그만큼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반대급부'가 우려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간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군수품을 컨테이너에 실어 보내는 정황은 위성 사진을 통해 여러 차례 포착됐지만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하는 바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아울러 조 장관은 "안보리가 내재적으로 결점이 있고 또 최근 한계를 보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효율적인 전략을 고안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 등 상임이사국의 비토권 남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도발에도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는 안보리의 현실을 지적했다.
최근 안보리에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비롯한 중대 도발에도 불구하고 언론 성명 등 가장 낮은 단계의 공동 조치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ICBM을 쏠 경우 유류 반입을 자동으로 더 제한하는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도 중·러의 반대로 유명무실해졌다. 이같은 안보리의 무력한 현실을 지적한 조 장관은 "러시아와 북한이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제재를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유엔 대사 시절에도 "제재는 유일한 외교 수단으로 그 효과는 마지막 순간에 폭발한다"(2017년 9월)며 꾸준히 제재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북한과 대화 국면이 펼쳐졌던 때에도 "남북 사업이 본격화하면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2018년 10월)며 제재의 틀을 벗어나는 수준의 남북 관계 과속을 경계했다.
이사국 활동 시작…"평화·안보 기여"
조 장관은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도 면담하고 북한 문제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또 올해부터 2년 동안 한국이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는 것과 관련해 "국제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겠다"며 "특히 한국이 안보리 의장국을 맡는 6월에는 북한 문제, 사이버 안보 등의 분야에서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구테흐스 총장은 "안보리가 진영 갈등으로 주요 현안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가교 역할이 중요하다"고 화답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한국이 안보리 이사국 활동을 시작한 뒤 외교장관이 공식 회의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경제·통상 전문가로 취임 후 꾸준히 경제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조 장관은 24일 미국 뉴욕에서 삼성전자 등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간담회를 열었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경제·안보 융합 시대 속에 민관이 '원팀'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오는 26일 워싱턴으로 이동해 28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첫 대면 회담을 한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매춘 일삼은 신전 여사제들…왜 성행위가 종교의식이었나 | 중앙일보
- 속옷 검색하니 ‘매춘 의상·욕망 원피스’…알리 낯뜨거운 추천 | 중앙일보
- “SKY 가려면 초1 ‘이것’ 해라” 서울대 스타 강사의 공부법 | 중앙일보
- 우크라 전쟁에 한국 방산만 뜬다고?…세계 방산시장 판도 바뀐다 | 중앙일보
- "엄마 1차 추돌서 정신 잃어"…남양주 역주행 사망 사고 반전 | 중앙일보
- 이효리 소신발언 "제니∙뉴진스는 노출의상 안 입었으면 좋겠다" | 중앙일보
- [단독] 정계 돌아온 이상호, 강제추행 집유 중 정봉주 캠프 합류 | 중앙일보
- "이준석 성상납, 여자 촉" 옥지원, 개혁신당 간뒤 "통절히 반성" | 중앙일보
- "북 김정은 '첫째 아들' 있다…창백하고 말라 공개 꺼리는 듯" | 중앙일보
- 투자자 수만명 몰렸는데…'생숙' 수분양자들 거리 나온 까닭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