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잡으러 온 거북이, 여기에 있소이다
이돈삼 2024. 2. 25. 15:06
화순에만 있는 독특한 절들... 거북바위와 비자나무 숲 매력인 개천사
전라남도 화순엔 독특한 절집이 많다. 천불천탑의 신비를 간직한 운주사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철감선사 탑과 탑비로 유명한 쌍봉사, 사계절 진분홍 꽃이 피어있는 만연사, 무등산 광석대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규봉암도 널리 알려져 있다. 조금은 색다르면서도 덜 알려진 개천사도 있다.
재밌는 전설도 전해진다. 풍수지리의 일인자인 도선국사가 여기서 수도할 때의 얘기다. 도선은 '거북이가 개천산 정상을 오르면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을 누르고 강대국이 될 것'을 예언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엔 일본군이 거북의 머리를 칼로 베어버렸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옛날 개천사에는 암자가 많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은적암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가 숨어지낸 곳이라고 한다. 최제우는 여기서 천도교 경전인 '동경대전', 포교가사집인 '용담유사'를 썼다. 동학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은적암 터를 찾는 이유다. 최제우가 숨어지낸 곳이 남원 교룡산성 내 선국사라는 얘기도 있지만, 전해지는 기록이 없다.
개천사 비자림도 매력 있다. 직경 10㎝ 이상 되는 비자나무 1000그루로 숲을 이룬다. 수령은 100년에서 300년 사이, 가장 오래된 나무는 450년 됐다. 나무가 연리지(連理枝)를 이루고 있다. 큰 나무의 뿌리에서 나온 가지가 자라 서로 이어졌다. 큰 나무가 어미나무, 뿌리에서 나와 자란 나무가 자식나무다. '모자(母子)나무'로 불린다.
비자림에 탐방로도 잘 단장돼 있다. 비자나무 아래에, 지난해 가을에 떨어진 비자가 많다. 껍질이 벗겨진 것도 있고, 껍질까지 그대로인 열매도 지천이다. 쌉싸래한 비자향이 고스란히 전해져 기분까지 좋게 해준다.
개천사는 '가난한' 절집이다. 최근 많은 절집에서 불사가 진행되면서 대형화·규모화되고 있다. 건축물도 빽빽이 들어선다. 개천사는 다르다. 막히는 곳 없이 사방으로 탁 트여 있다. 절집으로 가는 길에 일주문이나 사천왕상이 없다. 담장도 없다. 대웅전 앞마당에 불상이나 탑도 없다. 대신 몇백 년을 산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다. 약수가 흐르는 샘도 있다.
[이돈삼 기자]
▲ 천불천탑의 신비를 간직한 운주사. 화순의 독특한 절집 가운데서도 첫손가락에 꼽힌다. |
ⓒ 이돈삼 |
전라남도 화순엔 독특한 절집이 많다. 천불천탑의 신비를 간직한 운주사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철감선사 탑과 탑비로 유명한 쌍봉사, 사계절 진분홍 꽃이 피어있는 만연사, 무등산 광석대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규봉암도 널리 알려져 있다. 조금은 색다르면서도 덜 알려진 개천사도 있다.
개천사(開天寺)는 하늘이 열리는, 하늘을 여는 절집이다.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에 속하는 해발 497m 개천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서기 828년 신라 흥덕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동학과 개신교, 민간신앙이 한데 버무려진 절집이다.
개천사 대웅전 뒤로 20여 분 올라가면 돌거북(거북바위)이 있다. 거북바위가 산정을 향해 오르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언뜻, 용왕의 분부를 받고 토끼를 잡으러 온 거북이 같다. 길게 뻗은 머리, 네 개의 다리와 꼬리, 등에 이끼까지 뒤덮여 영락없는 거북이다.
▲ 개천사 대웅전 뒤에서 만나는 돌거북. 산정을 향해 오르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
ⓒ 이돈삼 |
▲ 개천사 거북바위. 길게 뻗은 머리, 네 개의 다리, 등에 뒤덮인 이끼까지도 거북이의 생김새 그대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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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전설도 전해진다. 풍수지리의 일인자인 도선국사가 여기서 수도할 때의 얘기다. 도선은 '거북이가 개천산 정상을 오르면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을 누르고 강대국이 될 것'을 예언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엔 일본군이 거북의 머리를 칼로 베어버렸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광복 이후에 동학교도들이 거북의 머리를 되찾아 다시 붙였다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염원과 기원, 포부와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거북바위다. 이 때문일까? 영험한 기운을 지닌 거북바위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얘기까지 전해진다.
치유의 숲... 봄볕 바라기를 하기에도 그만인 곳
▲ 개신교의 성자로 꼽히는 이세종의 생가. 이세종은 금욕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신앙의 삶을 산, 개신교도의 본보기로 통한다. |
ⓒ 이돈삼 |
옛날 개천사에는 암자가 많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은적암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가 숨어지낸 곳이라고 한다. 최제우는 여기서 천도교 경전인 '동경대전', 포교가사집인 '용담유사'를 썼다. 동학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은적암 터를 찾는 이유다. 최제우가 숨어지낸 곳이 남원 교룡산성 내 선국사라는 얘기도 있지만, 전해지는 기록이 없다.
개천사 뒤편 산자락에, 개신교의 성자로 꼽히는 이세종의 생가와 기도처도 있다. 이세종은 금욕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신앙의 삶을 산, 개신교도의 본보기다. 산자락을 따라 '이세종 선생 성지 순례길'이 조성돼 있다. 개천사를 둘러싸고 있는 비자나무 숲길이 성지 순례길과 만난다.
순례길로 이어지는 등광리는 이세종이 영성의 삶을 시작하면서 활동한 터전이다.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피해 화학산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생활한 집과 기도 터가 마을에 있다.
▲ 노거수가 된 개천사 비자나무. 나무의 키가 20m, 둘레는 4m 남짓, 줄기는 동서와 남북 각 20m에 이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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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천사 비자림. 비자나무 숲 사이로 산책로가 잘 단장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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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사 비자림도 매력 있다. 직경 10㎝ 이상 되는 비자나무 1000그루로 숲을 이룬다. 수령은 100년에서 300년 사이, 가장 오래된 나무는 450년 됐다. 나무가 연리지(連理枝)를 이루고 있다. 큰 나무의 뿌리에서 나온 가지가 자라 서로 이어졌다. 큰 나무가 어미나무, 뿌리에서 나와 자란 나무가 자식나무다. '모자(母子)나무'로 불린다.
자세히 보면 모자 아닌, 엄마와 딸이다. 두 나무 모두 열매를 맺는다. '모녀나무'가 마땅하다. 비자나무도 은행나무처럼 암나무에서만 열매가 맺힌다. 비자나무의 키는 20m, 둘레는 4m 남짓 된다. 줄기도 동서와 남북 각 20m에 이르는 노거수(老巨樹)다.
▲ 개천사 비자림에 떨어진 비자 열매. 지난해 가을 떨어진 것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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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에 탐방로도 잘 단장돼 있다. 비자나무 아래에, 지난해 가을에 떨어진 비자가 많다. 껍질이 벗겨진 것도 있고, 껍질까지 그대로인 열매도 지천이다. 쌉싸래한 비자향이 고스란히 전해져 기분까지 좋게 해준다.
개천사 비자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비자나무는 바둑판이나 가구를 만드는 목재로, 열매는 구충제나 약재로 쓰였다. 비자림은 산불 같은 화재로부터 전각을 보호하는 방화림 역할도 했다. 지금은 치유를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치유의 숲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 개천사 비자림의 비자나무. 반듯하게 쭉쭉 뻗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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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천사 비자림. 숲 사이로 산책로가 잘 단장돼 싸목싸목 걷기에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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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사는 '가난한' 절집이다. 최근 많은 절집에서 불사가 진행되면서 대형화·규모화되고 있다. 건축물도 빽빽이 들어선다. 개천사는 다르다. 막히는 곳 없이 사방으로 탁 트여 있다. 절집으로 가는 길에 일주문이나 사천왕상이 없다. 담장도 없다. 대웅전 앞마당에 불상이나 탑도 없다. 대신 몇백 년을 산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다. 약수가 흐르는 샘도 있다.
전각이라곤 대웅전과 천불전이 전부다. 천불전 안에도 현재 500불만 모셔져 있다. 불상 봉안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이지만, 오백불에서 오히려 여백의 미를 선사한다. 불상으로 꽉 채워진 천불전보다도 더 편안한 느낌을 준다.
개천사는 정유재란 때 일본군에 의해 불에 탔다. 한국전쟁 땐 빨치산 주둔지라고 국군에 의해 불탔다. 제대로 복원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비어 있어서 더 좋은 절집이다. 봄까치꽃 활짝 핀 절집 마당에서 봄볕 바라기를 하기에도 그만이다.
▲ 개천사 대웅전. 절집이 사방으로 탁 트여 시원한 느낌을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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