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 스티븐 연, 美 배우조합상 남우주연상

미국 주요 시상식 남우주연상 석권
'오펜하이머' 3관왕…오스카 정조준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이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로 또 한 번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제30회 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TV영화·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이로써 스티븐 연은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에미상 시상식,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 이어 올해 미국 주요 시상식 TV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네 개를 모두 석권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SAG 트로피는 할리우드 동료 배우들이 연기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배우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시상대에 오른 스티븐 연은 연기 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매번 내가 '넌 이해 못 해. 이건 아주 한국적인 것 같아'라고 할 때마다 '아니, 그건 우리 모두 겪는 일이야'라고 말해줬다"며 "그게 내게 정말 중요했다"고 말했다.

'성난 사람들'에서 스티븐 연과 호흡을 맞춘 앨리 웡도 이날 같은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성난 사람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가난한 남자 대니(스티븐 연), 남편과 소원해져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부잣집 여자 에이미(앨리 웡)가 운전 중 서로 시비가 붙어 벌어지는 일을 그린 블랙코미디 드라마다. 지난해 4월 넷플릭스에 공개돼 시청 시간 10위권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리는 등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흡입력 있게 풀어냈다는 호평도 받았다. 그 덕에 에미상 시상식 8관왕(작품상·남녀 주연상·감독상·작가상·캐스팅상·의상상·편집상), 골든글로브 시상식 3관왕(작품상·남녀 주연상),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 4관왕(작품상·남녀 주연상·여우조연상) 등을 차지했다.

SAG 시상식은 크게 영화와 TV, 스턴트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TV 부문에서는 드라마 시리즈와 코미디 시리즈로 나눠 작품상 격인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언 앙상블'을 시상하는데 미니시리즈 부문에는 이 상을 배정하지 않았다. '성난 사람들'은 구조적으로 앙상블상을 받을 수 없었으나 해당 부문 주연상을 모두 챙기면서 올해 이 부문 최고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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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문에서는 '오펜하이머'가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언 앙상블과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을 거머쥐며 3관왕을 차지했다. 골든글로브 작품상·감독상, 크리틱스초이스 작품상·감독상, 미국감독조합(DGA) 감독상 등의 기세를 이어가며 다음 달 10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선전을 예고했다.

'플라워 킬링 문'의 릴리 글래드스톤은 미국 원주민 배우로는 처음으로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여우조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의 더바인 조이 랜돌프에게 돌아갔다. 가수 겸 배우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평생 공로상을 수상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서 공개된 할리우드 배우들의 출연작을 회고하며 추모하는 영상에는 고(故) 이선균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2020년 SAG 시상식에서 다른 배우들과 함께 앙상블상을 받은 바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