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중국 고품질 성장의 이상과 현실

베이징=김현정 2024. 2.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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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쑤성 옌청에 위치한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하이파이의 생산 라인은 지난해 말부터 3개월째 멈춰있다.

하이파이 브랜드를 전개하는 전기차 제조사 화런원퉁(휴먼 호라이즌스)이 6개월간 생산을 중단한다는 사실은 최근 들어서야 외부에 알려졌지만, 실제 공장이 멈춘 것은 지난해 말부터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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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쑤성 옌청에 위치한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하이파이의 생산 라인은 지난해 말부터 3개월째 멈춰있다. 이곳은 한때 스포티지, 쎄라토 등 기아차를 생산했던 웨다기아의 제1공장이었다. 그러다 현지 판매 실적 악화로 지난 2019년 합작사이던 웨다그룹에 기아차가 장기임대로 넘긴 상태다.

공장 가동 중단 한 달 전(2023년 11월)까지만 해도 하이파이는 외신 기자들을 공장 앞으로 불러 억대의 프리미엄 전기차 '하이파이X', '하이파이Y'를 선보였다. 하이파이 브랜드를 전개하는 전기차 제조사 화런원퉁(휴먼 호라이즌스)이 6개월간 생산을 중단한다는 사실은 최근 들어서야 외부에 알려졌지만, 실제 공장이 멈춘 것은 지난해 말부터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일부 소식통은 "생산 중단이 6개월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하이파이 사업은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방문한 중국 장쑤성 옌청 하이파이 전시장 건물. 생산 중단을 코앞에 뒀던 당시에도 하이파이는 외신 기자들에게 주력 차종을 소개하고, 최고출력을 체험할 수 있는 시승을 진행했다.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

위기는 한두 업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전기차 제조 스타트업 웨이마(WM)자동차가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고, 앞선 8월에는 치뎬자동차가 파산 후 청산됐다.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던 스타트업 유망주 바이톤도 같은 경로를 걸었다. 차이나비즈니스뉴스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중국에서 최소 15개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파산했거나 파산 직전으로 내몰렸다. 내부에서는 본격적인 양산도 하기 전에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하자 "PPT(프레젠테이션)로만 차를 만들었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올해 업계의 도미노 파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완성차 판매량이 뒷걸음치고 있는 상황에서 눈앞에는 치열한 전장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승용차 소매판매는 203만5000만대를 기록해 전월 대비 13.9% 감소했다. 화수분 같던 투자금도 하나둘 마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상당수가 스타트업이고, 투자금이 끊기면 곧바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빠른 구조조정은 예견된 수순"이라고 전했다.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가 촉발한 가격경쟁은 화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최근 BYD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단 ‘친플러스 DM-i’와 ‘디스트로이어05’ 오너에디션을 7만9800위안(약 1478만원)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친플러스 DM-i의 가격을 처음 10만위안 이하로 떨어뜨린 뒤, 1년 만에 2만위안을 더 낮췄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시선을 정반대의 시장으로 돌리면, BYD 못지않게 전 세계에서 빠르게 발을 넓히는 PDD홀딩스를 주목할만하다. 자국에서는 핀둬둬로, 해외에선 테무로 온라인 쇼핑 시장을 점령한 회사다. 무기는 '초저가' 공산품. PDD홀딩스에 위협받는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콰이쇼우, 더우인 온라인 플랫폼들은 최근 더욱 가성비를 높인 저가 채널을 만들어 공세에 들어갔다. 이들 진영을 짧게 줄여 '더우콰이타오'라고 부르기도 한다. 더 값싼 물건을 내놓기 위해 제조·유통 업체들은 강도 높은 원가 절감 전략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작은 생활용품에서 완성차까지, 소비시장 양 끝단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는 가격 낮추기의 흐름은 공산당이 줄기차게 외치는 '고품질 발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사실은 세계인이 모두 알고 있는 경험칙이다. 극단적인 경쟁은 중장기적으로 업계의 체력 저하와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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