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의 '36시간 단식' 고백…"월요일마다 실수, 그래서였나"
" 매주 일요일 오후 5시부터 화요일 오전 5시까지, 총 36시간 금식. "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지난달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친구들의 발언을 인용해 밝힌 그의 ‘간헐적 단식’ 루틴이다. 이후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한 수낵 총리는 단식 시간 동안에는 물과 블랙 커피, 차만 마신다고 소개하며 이를 “나 자신에 대한 훈련이자, 건강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텔레그래프·가디언·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국 주요 매체는 물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까지 일제히 논평을 내며 그의 단식에 주목했다. 매체들은 공통적으로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총리가 이렇게 긴 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게 과연 국정 판단에 도움이 될까”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지나친 공복, 판단 오류 부를 수도
대세는 ‘비판’으로 쏠렸다. WP는 각종 연구 결과를 인용해 “장시간 단식은 혈당 수치를 낮추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코르티솔과 두통·불안을 일으키는 아드레날린 등의 호르몬을 과잉 분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외교·이민 정책에 대한 막중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국가 지도자가 졸음 유발, 집중력 저하, 에너지 부족 등을 초래하는 공복 상태를 지나치게 길게 유지하는 걸 현명하다고 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일부 소셜미디어에선 “식사를 오랜 시간 거르면, 일반적으로 크랭키(cranky) 상태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크랭키 상태란 업무 능력이 부진해지고 산만함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책임있는 정부의 수장이라면 확인되지 않은 건강 상식에 자신을 내맡겨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아예 “수낵 총리가 월요일마다 판단 실수를 저지른 비밀이 밝혀졌다”며 그의 단식 습관을 조롱했다. 매체는 수낵 총리가 ‘불명예스러운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를 외무장관으로 발탁하고 이 일을 ‘승리’라 불렀던 것도 아마 월요일이었을 것이라고까지 비꼬았다.
또 그가 다우닝가 총리 관저를 영화 ‘나홀로 집에’ 스타일로 꾸미고 해맑게 뛰노는 모습을 담은 크리스마스 비디오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날도 월요일이었다고 덧붙였다.
보수 성향의 영국 GB뉴스 방송국 진행자인 톰 하우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요7개국(G7)의 수장이자 핵 보유국의 지도자가 36시간 굶는 것은 좋지 않다”며 “이는 미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기네스 펠트로, 일론 머스크도 단식
반면 텔레그래프는 간헐적 단식이 오히려 머리를 맑게 해주고, 소화력과 면역력을 증강하며 혈당과 혈압 문제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수낵 총리의 공무 수행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기네스 펠트로, 리즈 위더스푼, 휴 잭맨, 제니퍼 애니스톤 등 미국 할리우드 스타는 물론이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도 간헐적 단식을 예찬한 바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애초 선데이타임스에 수낵 총리의 단식 습관을 일러준 ‘익명의 소식통’들 역시 “이는 수낵이 가진 삶과 일 등 모든 측면에 대한 규율과 결단력, 집중력을 보여주는 예”라고 긍정적으로 표현했다.
실제 간헐적 단식 효과에 대해선 의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런던 재생연구소의 유전공학자인 세브넴 운루이슬러는 “장기간 단식으로 신체의 자가포식이 활성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가포식이란 세포 내 영양소가 부족해지면서 파괴되거나 노화된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건강한 세포의 영양분을 보충해주는 현상을 말한다. 세포의 노폐물 제거 과정으로 ‘세포 청소’라고도 불린다.
또 공복 상태가 길어지면 몸속에서 저장된 지방산이 분해돼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탄수화물이 아닌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면 체중 감량이 빨라지고 두뇌 작용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국 영양학협회 대변인이자 영국 영양사 클리닉 설립자인 프리야 튜는 간헐적 단식의 이점에 대한 증거는 아직 “결정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대다수 연구가 쥐 실험 수준에 그쳤고,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소규모·단기간에 머물렀기 때문에 효과가 명확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도자 건강에 대한 관심 당연"
수낵 총리의 단식 습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자, 그는 영국 ITV에 출연해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줄 몰랐다”며 웃었다. 이어 “나는 단 음식을 좋아하고, 특히 콜라 중독자”라면서 “일주일 동안 마음껏 좋아하는 음식을 탐닉하고 매주 초 단식을 하면서 건강을 관리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일뿐”이라고 설명했다.
WP는 “아마 수낵 총리는 자신의 단식 루틴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에 당황한 것 같다”면서 “강력한 권한을 쥔 지도자의 건강은 국민적 관심사일 수밖에 없고, 이같은 논쟁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신이여 성행위를 하소서’ 신성한 신전, 박수받은 매춘 | 중앙일보
- 이효리 소신발언 "제니∙뉴진스는 노출의상 안 입었으면 좋겠다" | 중앙일보
- "北김정은 '첫째 아들' 있다…창백하고 말라 공개 꺼리는 듯" | 중앙일보
- 투자자 수만명 몰렸는데…'생숙' 수분양자들 거리 나온 까닭 | 중앙일보
- 우크라 전쟁에 韓 방산만 뜬다고?…세계 방산시장 판도 바뀐다 [Focus 인사이드] | 중앙일보
- [단독] 푸바오∙티모가 "마약 사세요"…1만6000명 온 수상한 '백화점' | 중앙일보
- 황정음 분노의 대댓글 "400명은 만난 듯…이혼은 하고 즐겨" | 중앙일보
- 임창정 미용실도 먹튀 논란…"100만원 애걸복걸하더니 폐업" | 중앙일보
- 이틀 전에도 걸그룹 신곡 올렸는데…신사동호랭이 숨진 채 발견 | 중앙일보
- 여성 프로골퍼인 줄 모르고…"내가 20년 공 쳤는데" 스윙 훈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