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을수록 더 가렵네”…결절성 소양증 뭐길래 [헬스]
가려움증은 말 그대로 피부를 긁거나 문지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불쾌한 증상이다. 흔하다고 생각해 가볍게 여기는 이가 많다. 하지만 가려움증을 겪는 이들에게는 더없는 고통이다. 특히 ‘결절성 소양증’은 ‘가려운 질환의 최고봉’ ‘악마의 가려움증’으로 불린다. 심할 경우 긁는 수준을 넘어 후벼 파야 할 정도의 고통이 뒤따른다.
결절성 소양증은 심한 가려움과 함께 다수의 결절, 즉 단단한 덩어리가 나타나는 만성 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불분명하다. 다만 아토피 피부염이나 빈혈·간 질환·갑상선 질환·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임신·만성콩팥병·정신적인 스트레스·곤충 물림(교상) 등이 앞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결절성 소양증의 국내 연간 유병률은 피부과 외래 환자 1000명당 4.82명 정도다. 의료보험이 있는 18~64세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역학 연구에서도 유병률이 10만명당 72명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드문 질환인 셈. 다만 최근 결절성 소양증 유병률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면역력이 취약한 중장년층이 늘면서 유병률이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상은 결절로 확인 가능하다. 수㎜에서 2㎝ 정도의 붉은색 또는 갈색 결절이 팔다리나 등 상부, 엉덩이에 발생한다. 가려움 정도가 상당한데, 특히 덥거나 피부가 건조할 때 심해진다. 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자려고 누웠을 때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술을 마셔 덥거나 피부가 건조할 때 가려움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절성 소양증 치료는 초기에 가려움을 잡는 게 핵심이다. 통상 가려움증에는 항히스타민제가 사용된다. 하지만 결절성 소양증의 가려움을 조절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결절성 소양증 환자들은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면역 조절제와 신경 전달 체계를 조절하는 가바펜틴이나 아미트리프틸린 등을 복용해왔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인 듀필루맙(Dupilumab)과 여러 염증 경로를 조절할 수 있는 아누스키나제(JAK) 억제제 등도 새로운 치료제로 떠오른 상태다.
이 같은 약물 치료와 함께 바르는 약도 병용해야 한다. 실내 온도는 시원한 상태를 유지하고 면 소재의 옷을 입고 가벼운 샤워 후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는 것이 좋다. 술이나 담배, 과도한 때 밀기 등은 가려움을 악화시킨다.
김혜성 교수는 “결절성 소양증 환자들은 불안, 우울을 함께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개입이 필요하다”며 “강박증이나 HIV(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당뇨, 갑상선 질환, 빈혈, 고형암이나 혈액암이 동반된 경우도 종종 확인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이나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7호 (2024.02.21~2024.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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