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바이든, 당신은 해고야!"…트럼프 연설에 흑인들 환호했다
"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색은 검은색입니다. 그런데 가장 좋아하는 맛은 바닐라죠.” "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듭되는 말실수로 고령 논란에 휩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흉내 내며 한 말이다. 트럼프가 굳이 ‘색깔’을 소재로 삼은 데는 의도가 있었다.
이날 트럼프가 연설한 곳은 흑인보수연맹(Black Conservative FederationㆍBCF)이 주최한 갈라 만찬이었다. 트럼프의 말은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black)을 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백인(vanilla) 중심주의자란 의미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도 컬럼비아 메트로폴리탄 컨벤션센터를 메운 흑인들은 트럼프의 뼈 있는 연설에 ‘USA’를 연호했다.
흑인 커뮤니티는 민주당 표밭?
중앙일보와 JTBC가 단독으로 참석한 BCF의 갈라 만찬이 열린 컨벤션 센터에는 턱시도와 정장을 차려 입은 흑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미국 흑인 보수 진영의 핵심 단체인 BCF가 최대 연례 행사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조연설자로 초청했기 때문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차와 앰뷸런스도 배치됐다.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스티븐 월라스는 “최근 민주당은 흑인들을 선거에 악용하고, 경선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며 “정부가 인종을 무기로 삼는 슬픈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사업을 한다는 제트 에드워드는 “이제 흑인들도 깨어나면서 민주당을 수십년 지지했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내 표가 트럼프에게 갈 수 있도록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에도 트럼프를 지지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흑인들을 향해 인근을 지나는 다른 흑인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며 “정신 차려라”, “멍청한 사람들”이라는 등의 욕설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달라진 흑인 표심 노린 트럼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흑인 비율은 26%다. 전체 평균 15%보다 높고 초반에 경선이 진행되면서 미국 전체의 흑인 표심을 가늠할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대공황 이후 흑인들이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로 대거 이동했다는 점에서 이곳의 표심은 전체 선거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1964년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가 민권법에 반대한 이후 60여년 민주당의 ‘표밭’으로 불렸다. 이후 공화당은 흑인표의 15% 이상을 득표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 대선을 앞두고 표심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는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 이곳에서 흑인표의 6%와 8%를 얻는데 그쳤지만, 최근 조사에선 22% 전후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당신은 해고야”
트럼프는 이날 “바이든 3년 간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흑인들에게는 재앙이었고, 최근 임금이 조금 올랐지만 흑인들만 훨씬 뒤처져 있다”며 “인종 차별주의자인 바이든과는 달리 나는 평생 흑인들과 함께 일해왔고, 흑인 근로자들은 정말 훌륭한 일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국경을 개방해 불법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있다”며 “그들(불법 이민자)은 최고의 거리 한 가운데 살고 있고, 여기 사람(흑인)들은 잔디밭에 텐트를 치거나 그냥 누워 (노숙을 하며)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당신은 해고야(fired). 당장 여기서 나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이어 “내가 여성과 흑인에게 인기가 없다고 하지만, (흑인에게)인기가 없지 않고 여성도 나를 좋아한다”며 약세를 보인다고 평가받는 흑인과 여성을 공략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구하고 싶다면 사우스캐롤라이나부터 구해야 한다”고 했다.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트럼프는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ㆍMAGA)’ 외쳤고, 흑인 유권자들은 모두 기립해 트럼프와 함께 구호를 외치며 호응했다.
니키 헤일리엔 사퇴 압박
앞서 진행된 대중 유세장에서도 6000여명이 컬럼비아에서 1시간 반가량 떨어진 록힐의 대형 실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트럼프는 여기서도 바이든을 공격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경선 경쟁을 벌이는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에 대해선 “내일(프라이머리 당일) 아주 나쁜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특히 “헤일리는 민주당에 의존하고 있고, 그들에게 자금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헤일리는 “사퇴는 없다”며 정치적 고향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의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30%포인트 안팎으로 트럼프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
컬럼비아=김필규ㆍ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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