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오늘 2차 전력강화위 회의…'답정너' 우려 속 감독 후보군 압축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차 회의를 열고 대표팀 감독 후보군을 좁힌다.
이번 회의에서는 임시 감독과 정식 감독 사이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잡고 국가대표팀 감독에 적정한 인물 후보군을 추릴 것으로 보인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을 경질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1일 마이클 뮐러(독일) 전 전력강화위원장을 대신해 수장이 된 정해성 위원장을 중심으로 1차 전력강화위원회의를 열고 본격적으로 후임자 물색에 나섰다.
전력강화위원으로 선임된 고정운 김포FC 감독, 박성배 숭실대 감독, 박주호 해설위원, 송명원 전 광주FC 수석코치, 윤덕여 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윤정환 강원FC 감독, 이미연 문경상무 감독, 이상기 QMIT 대표, 이영진 전 베트남 대표팀 코치, 전경준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 등은 첫 회의에서 새 감독에게 필요한 8가지 자질을 발표했다.
▲ 감독의 전술적 역량 ▲ 취약한 포지션을 해결할 육성 능력 ▲ 지도자로서 성과를 냈다는 명분 ▲ 풍부한 대회 경험을 갖춘 경력 ▲ 선수, 축구협회와 축구 기술·철학에 대해 논의할 소통 능력 ▲ MZ 세대를 아우를 리더십 ▲ 최상의 코치진을 꾸리는 능력 ▲ 이상의 자질을 바탕으로 믿고 맡겼을 때 성적을 낼 능력 등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인물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겠다는 것이다.
가능하면 3월로 예정된 2025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태국전을 치르기 전까지 임시 감독보다는 정식 새 사령탑을 선임해 대표팀을 정비하는 것으로 다수 의견이 모였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촉박한 시간 때문에 외국인 감독보다는 국내 사정과 선수들 면면 파악이 용이한 한국인 감독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대회위원장에서 전력강화위원장으로 보직을 변경한 정해성 위원장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결과 브리핑에 앞서 위원 선임은 축구계 계신 분들 중 선수 출신, 지도자 경험, 사회 경험 등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모셨다. 10명의 위원을 모시는 데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검토했다"라며 입을 뗐다.
대표팀 감독은 협회 전력강화위원회의 후보군 압축과 최종 면접 등을 통해 선임된다. 감독 선임을 위한 전력강화위원회는 대한축구협회 임원회의를 통해 뽑힌 전력강화위원장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정해성 위원장은 "3월 21일, 26일을 앞두고 임시 체제로 갈지, 아니면 이번에 정식 감독을 선임할지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임시 체제보다 이번에 정식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대표팀이 중요한 시기인데 감독 선임을 6월로 미루는 건 옳지 않고 지금부터 팀을 다져야 단단해진다. 현실적으로 임시 체제를 꾸리기에는 여러 장애가 있어 택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시체제가 낫다는 일부 의견으로는 성급하게 결정하기 보다 장기적으로 보고 신중하게 선임하자. 6월을 보고 감독 선임을 해도 월드컵 예선에 큰 부담은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위원들께서 오늘 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에 대한 발표는 위원장을 단일 창구로 하자는 의견을 주셨다. 그렇게 약속을 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 서두르지 않지만, 지체하지도 않고 차기 감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약속했다"라고 브리핑을 마쳤다.
국내 감독으로는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 최용수 전 강원FC 감독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다만 홍명보 감독, 김학범 감독 등 현직 K리그 감독을 선임한다면 각 구단 팬들의 반발에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까지 2주도 남지 않은 K리그에는 예상치 못한 불똥이 떨어진 셈이다. 정해성 위원장의 발언 이후 일부 K리그 팀들은 개막을 앞두고 사령탑을 잃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홍명보 감독과 김기동 감독은 당장 3월 첫 주에 K리그 개막전을 치러야 한다.
이에 K리그 팬들은 축구회관 앞으로 트럭과 화환을 보내 K리그 감독들을 방패로 삼아 이번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멈출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미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홍명보 감독이 국내파 중에서는 가장 자주 감독 후보로 언급되는 데 대해 'K리그 감독 선임 논의 백지화', '필요할 때만 소방수, 홍명보 감독은 공공재가 아니다' 등 항의성 문구를 띄운 트럭을 축구협회에 보내 감독 지키기에 나섰다.
처용전사는 "다수의 매체로 보도된 '대한축구협회의 K리그 현역 감독 대표팀 감독 선임'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협회는 최근 한국 축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그 어떤 책임감도 느끼지 않고 오롯이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라며 대한축구협회의 행동을 지적했다.
이어 "협회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비 당시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에 책임감 있는 자세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K리그 현역 감독이던 최강희 감독을 방패로 내세워 표면적인 문제 해결에만 급급했으며 그 결과는 K리그를 포함한 한국 축구 팬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지금 협회는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해 또 한 번 K리그 팬들에게 상처를 남기려 하고 있다"라며 10년 전에 이어 또다시 홍명보 감독을 소방수로 데려가려는 움직임을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협회는 더 이상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자신들의 잘못을 회피하는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무거운 책임감과 경각심을 가지고 본 사태를 해결하길 바란다. 또한 처용전사는 리그 현역 감독의 선임 논의 자체를 무효화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위해 어떠한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임을 선언한다"라며 성명문을 마쳤다.
외국인 감독으로 눈을 돌린다면 최근 한국 감독직에 관심을 표명한 스티브 브루스 전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잉글랜드) 감독도 검토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영국 매체 미러는 브루스 감독의 측근을 인용해 "브루스 감독이 잠재적 (한국 대표팀) 감독 후보자로 논의되고 있다"며 "브루스 감독이 클린스만을 대신해 새롭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맡는 데 관심이 있다"고 보도했다.
브루스는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이끌던 당시 맨유의 중앙 수비수이자 주장이었다. 1부리그 260경기와 프리미어리그 149경기를 소화했고 프리미어리그 우승 3회 등 굵직한 커리어를 남겼다.
이후 자신이 은퇴한 셰필드 유나이티드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브루스는 허더스필드, 위건, 크리스탈 팰리스, 버밍엄, 선덜랜드, 헐시티, 애스턴 빌라, 셰필드 웬스데이, 뉴캐슬, 그리고 웨스트브롬위치까지 주로 빅클럽보다는 잉글랜드 중소 규모의 구단 감독을 지휘했다.
다만 대표팀 감독 경력은 단 한 번도 없다. 긴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성과도 좋지 않다. 2022년 2월 챔피언십리그(2부)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 감독이 됐던 그는 2022-2023시즌 성적 부진으로 팀이 22위까지 떨어지자 경질됐다.
정해성 위원장이 '거수기는 없다'며 전력강화위원회의 독립성을 공언했지만 축구계 안팎에선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 '답정너' 우려 속 전력강화위원회가 회의를 거듭하며 투명한 절차를 밟고 인물의 면면을 제대로 검증해 잡음 없이 새 사령탑을 앉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엑스포츠뉴스DB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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