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호 체제 '프리미어 12', 류현진 태극마크 달까
[이준목 기자]
류중일 감독이 다시 한번 태극호를 지휘하게 됐다. KBO는 지난 2월 23일 류중일 감독을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올해 11월 열리는 '2024 WBSC 프리미어12'까지 지휘봉을 잡는다고 발표했다.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류중일 감독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유망주 선수들 중심으로 구성된 대표팀을 이끌고 금메달을 달성했고, 11월에 개최된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23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대표팀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룬 지도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류중일 감독은 현역 시절 삼성 라이온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국가대표 내야수 출신이다. 지도자로서는 삼성 (2011-2016년), LG 트윈스(2018-2020)를 이끌며 KBO리그 9시즌 통산 1242경기 691승 533패 18무 승률 5할6푼5리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삼성에서만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4년 연속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이라는 유일무이한 위업을 세웠고, LG 시절을 포함하면 포스트시즌 진출은 7차례에 이른다.
국제대회 경험도 현역 지도자 중 가장 풍부하다. 삼성 사령탑 시절 대표팀 감독직을 겸임하면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프로 사령탑에서 물러나 야인으로 지내다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팀 전임감독으로 복귀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로 1년 연기되고, 먼저 열리게 된 2023 WBC에서는 현역 프로 감독이 이강철 KT 위즈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이 돌아갔다. 이로 인하여 류 감독의 입지가 애매해지는 듯 했으나 WBC 대표팀이 1라운드에서 탈락하며 부진한 성적을 거뒀고, 현직 감프로 감독의 대표팀 겸임이 일정상 어려워지면서 아시안게임은 류중일 감독이 계속 지휘봉을 잡게 됐다.
류 감독은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2022년 항저우 대회에서도 다시 한번 금메달을 목에 걸며 유일하게 2회 우승을 달성한 사령탑이 됐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한국대표팀이 만 25세 이하로 스스로 연령제한을 적용하면서 이전보다 전력이 약해진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정상을 지켜내 의미가 컸다.
또한 같은 해에 연이어 열린 APBC(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서는 비록 한 수위의 전력을 갖춘 일본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완패했던 WBC 때와 비교하면 내용상 충분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류중일 감독은 특유의 보수적이면서도 뚝심있는 선수선발 및 운용으로 팬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리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두 대회 연속좋은 성과를 올리면서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그런 류 감독에게도 프리미어12 지휘봉은 이번이 첫 경험이다. 류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 데뷔 무대였던 2013년 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한 바 있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두 번의 AG 금메달을 통하여 성과를 증명하기는 했지만, 세계의 강호들이 대거 출전하는 프리미어12는 또다른 무대다. 프리미어12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차기 2026년 WBC 역시 류중일 감독에게 맡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류중일 감독에게는 대표팀 재계약과 동시에 또 하나의 호재가 전해졌다. 바로 한국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류현진의 국내 복귀다. 메이저리그에서 11시즌을 활약했던 류현진은 지난 22일 한화 이글스와 8년 총액 170억 원의 계약을 맺고 KBO리그에 전격 복귀했다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 대한민국 대표팀 부동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이끌고 국제전에서도 최정상급 활약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2013년부터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더 이상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다.
류현진은 한화와의 계약이 완료된 후 '국가대표팀 복귀'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뽑아주신다면 한번 더 대표팀에 가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경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류현진이 만일 대표팀에 복귀한다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14년 만의 태극마크가 된다.
공교롭게도 한국 야구는 류현진이 대표팀에서 자리를 비운 동안 WBC에서 3회 연속(2013, 2017, 2023년) 1라운드 탈락, 2020 도쿄올림픽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메이저리거들이 출전하지 못한 아시안게임과 프리미어12(2015년 우승, 2019년 준우승)에서는 그나마 선전했지만, 국제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는 피할 수 없었다.
류현진은 올해로 만 37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독보적인 투수로 꼽힌다. 지난 해에는 부상 후유증을 딛고 시즌 중반에 복귀, 11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의 성적을 거두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대표팀은 2023년 WBC를 기점으로 김광현, 양현종 등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은퇴하며 세대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아직 류현진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투수는 보이지 않고 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의 제구력과 경기운영 능력이 검증된 선수다.
류현진도 20대 초반 이후 대표팀 경력이 단절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일본의 다르빗슈유나 오타니 쇼헤이 같은 선수들은 전성기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로도 꾸준히 국가대표팀 경력을 이어왔다. 류현진도 기량이 건재하고 부상의 문제만 없다면 2024 프리미어12나 2026 WBC를 통하여 국가대표팀에서 유종의 미를 기약할수 있을 전망이다. 다시 시작하는 '류중일호'와 돌아온 '코리안몬스터'의 극적인 만남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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