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월러 "왜 서두르나"…랠리 피로감 덮친 엔비디아 [글로벌마켓 A/S]
[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미 주식시장을 밀어올린 엔비디아 주도 랠리가 주말과 다음 주로 다가온 개인소비지출(PCE)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힘을 잃었다. 개장 직후 시가총액 2조 달러(한화 2,665조 원)를 넘긴 엔비디아의 상승폭이 줄면서 나스닥은 장중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를 반납했다.
현지시간 23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7포인트, 0.03% 오른 5,088.80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62.42포인트 0.16% 상승한 3만 9,131.53포인트로 사상 최고가를 썼다. 다만 반도체주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조정을 받아 나스닥은 44.80포인트, 0.28% 빠진 1만 5,996.82로 주저앉았다.
● 올라도, 내려도 엔비디아탓..2조 달러 돌파 후 매도 압력 엔비디아는 이날 개장 직후 4% 넘게 올라 사상 첫 시총 2조 달러를 돌파했지만 강한 차익실현 압력으로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종가 기준 0.35% 상승한 주당 788.17달러, 시가총액은 1조 9,700억 달러를 기록했다.
2조 달러 기록은 내줬지만 이날 아마존(1조 8,200억 달러), 알파벳(1조 8천억 달러) 혼조세를 보이면서 상장기업 시가총액 3위 자리를 그대로 이어갔다. 엔비디아 창업자인 젠슨 황은 약 8,660만 주에 달하는 보유 지분가치가 692억 달러, 한화 92조 원에 달해 세계 21위 부자 반열에 올랐다.
젠슨 황은 1993년 개인용 컴퓨터의 게임용 그래픽카드 시장을 겨냥해 엔비디아를 창업했다. 그는 2006년 GPU를 이용한 고속 병렬연산이 그래픽 이외의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표준 프로그래밍 언어인 CUDA를 선보여 데이터베이스 시장에 영향력을 키워왔다.
엔비디아가 호퍼 아키텍처 기반으로 출시한 H100 반도체는 2만5천달러 이상에 판매되는 초고가 제품임에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의 경쟁적인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릴스 영상을 통해 올해 말까지 엔비디아의 H100 반도체를 35만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엔비디아의 차익실현 압력으로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데이터베이스용 가속컴퓨팅 기술의 경쟁사인 AMD는 이날 2.94% 내렸고, 브로드컴(-0.65%), ASML(-1.95%),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1.29%) 등을 기록했다. 반도체 설계 원천기술을 가진 Arm홀딩스는 3.74% 올랐다.
● 18년 만에 지분판 다이먼…후계 구도 관심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재임 18년 만에 첫 지분을 매각했다. 전날 미 증권거래위원회 공시에 따르면 다이먼 회장 일가는 82만 2천 주의 지분을 매각했다. 이번 매도에도 다이먼 회장은 약 1억 5천만 달러, 우리 돈 2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다이먼 측은 총 100만 주의 지분 매도 계획을 SEC에 공시했다. 당시 다이먼은 JP모건의 향후 강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지분의 상당량은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 이번 매도후 다이먼이 보유한 JP모건 주식은 약 7,700만 주에 달한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달 25일 상업·투자은행 신임 대표에 제니퍼 핍스잭 소비자·커뮤니티 부문 공동대표와 트로이 로어보 트레이드 부문 공동대표를 선임했다. 소비자·커뮤니티 부문에는 메리앤 레이크 단독 체제로 변화를 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해당 인사에 대해 핍스잭, 로어보, 레이크가 유력한 후계자로 좁혀졌다고 평가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해 1년간 27% 주가 상승률을 기록해 미국 은행 가운데 최고 수익을 보였고, 다이먼 회장 재임기간 4배 이상의 가치 상승을 기록했다.
● 결제 신흥 강자 블록…민간 첫 달 착륙 기업 주목 전날 랠리 이후 숨고르기를 이어간 시장에서 호실적을 낸 블록, 카바나 등이 강세를 보였다.
결제 플랫폼 업체인 블록은 4분기 매출액 57억 7천만 달러로 예상에 부합했고, 주당 순이익은 2배 증가한 45센트로 기대치를 넘어섰다. 기존 사업 영역인 스퀘어의 매출 총이익은 8억 2,800만 달러, 주력 사업으로 떠오른 캐시앱은 11억 8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캐시앱의 월간 활성이용자는 5,600만 명으로 급여를 입금한 뒤 간편 결제에 이용하는 소비자가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잭 도시 블록 최고경영자는 "새로운 시장의 확장이 아닌 미국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금융 솔루션으로 쓰는 고객을 확보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중고차 매매 플랫폼인 카바나도 지난 4분기 상각적 영업이익이 6천만 달러로 월가 기대를 넘어서고, 연간 첫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하루 만에 32% 뛰었다.
미국은 민간 우주개발업체인 인튜이티브 머신즈(티커명 LUNR)는 달 남극 착륙 소식에 15% 급등했다. 이 회사의 달 탐사선 '오디세우스'는 1972년 아폴로17호 이후 미국이 보낸 첫 달 탐사이자 민간 우주선 최초로 달에 착륙했다.
● “뭘 그리 서두릅니까?”..금리 인하 기대 누른 연준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 연준 내부의 매파적 인사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전날 세인트 토머스대 미니애폴리스 캠퍼스 연설에서 너무 이른 금리인하에 대한 경계감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 강세를 언급한 월러 이사는 "1월이 과속방지턱일지, 포트홀일지 판단하려면 적어도 두 달 이상의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경제에 커다란 충격이 없다면 금리 인하를 몇 달 더 늦춘다고 해서 단기적으로 실물 경제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러 이사는 연설 막바지 "어떤 단어를 취하든 결론은 '서두를 이유가 있는가? (What's the rush?)라며 하반기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얀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지표 발표는 두 번뿐이고, 5월 회의까지 두 달여 남아 있다"면서 "그의 발언은 5월까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첫 인상 시점을 6월로 제시하고 있으며 7월과 9월, 12월 등 총 4차례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금리 변화에 영향을 줄 남은 중요 지표인 1월 개인 소비지출은 다음주 29일 공개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스 등 10개 투자은행이 전망한 에너지와 식품을 뺀 근원 개인소비지출의 월간 상승 예상치는 0.41%, 연간 대비 변동폭은 2.8%다. 이는 지난달 기록한 2.9%보다 0.1%포인트 낮은 경로에 해당한다.
한편 이날 시장 전반적인 조정이 이어지면서 원자재와 채권 가격 등도 소폭 내렸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 4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2.6% 내린 배럴당 76.57달러에 그쳤다.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인 발언에도 국채금리는 이날 하락을 이어갔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7,7bp 내린 4.250%, 2년물 금리는 2.2bp 하락한 4.692%에 그쳤다. 주요 6개국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0.01% 상승 전환하며 103.96으로 한 주간 거래를 마쳤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