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人사이드] 한국에서 전시회 진행 중…평화 그리는 100세 화가 후지시로 세이지

전진영 2024. 2.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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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화가'로 유명…신비롭고 동화같은 분위기 특징
100세 나이에도 불구, 세계 평화 위한 작품활동 계속

지난 1월부터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시로 화가 후지시로 세이지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오사카 파노라마 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회를 다녀온 분들의 후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올라오고 있는데요. 일본에서도 올해 백수를 맞는 후지시로씨의 이야기가 많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전시 관람전 읽고 가시면 도움이 될까 해서, 오늘은 100세 화가 후지시로 세이지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1924년 도쿄에서 태어난 후지시로는 게이오 대학 경제학부에 입학합니다. 전쟁 당시에는 해군으로 있었고, 인형극을 부하들과 진행했다는데요. 전쟁이 끝나고 다시 게이오 대학으로 돌아와 인형극에 다시 몰입하려고 할 때, 그림자 연극에 마음을 빼앗겨버려 그림자 연극에 몰입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그림자 연극에 등장할 것 같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죠. 후지시로를 '그림자 화가'로 부르는 이유입니다.

작업 중인 후지시로 세이지.(사진출처=후지시로 세이지 X 계정)

그래서 화풍도 동화에 나올 법한 아기자기하면서도 신비롭죠. 아사히신문에서 그림 연재를 했는데, 무엇이든 그려달라는 주문에 그림자 연극에 등장하는 난쟁이를 떠올리게 됐다고 합니다. 이후 그의 그림의 마스코트처럼 등장하게 되죠.

후지시로는 그림에 대해 "전쟁에 대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전쟁이나 재해를 모티브로 하는 것은 의식적으로 피해 왔다"며 "대신 인간의 삶의 기쁨, 동물이나 꽃, 나무와 같은 자연과의 만남을 표현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포도주병의 이상한 여행' 이야기로 그림자 그림책도 만들고, 각종 그림자 연극도 상연하죠.

여기에 1970년대에는 TV 만화에 등장하는 개구리 캐릭터 '케로욘'도 만들게 됩니다. 영원히 사랑받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 전파료를 구입해 직접 제작해 방영했는데요. 원래 이름은 '케로짱'이었지만 실패해도 상심하지 않고 밝은 표정을 짓는 개구리의 표정 덕분에 케로욘이라는 애칭이 생겼다고 합니다. 놀이공원, 백화점 등에 케로욘이 도배되는 등 한차례 붐을 일으키기도 하죠.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 '난쟁이의 낙원'.(사진출처=후지시로 세이지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아기자기한 것들을 그려 나가던 인생은 그가 81세가 되던 2005년 달라집니다. 사인회를 위해 히로시마에 방문했을 때인데요. 원폭 돔을 보고 전쟁이 왜 나는지 생각하게 하는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2012년 여름에는 피해지역인 도호쿠 지방을 방문해 풍경을 그려내기도 했죠. 그는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지진의 현실을 그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 사명"이라고도 전했습니다.

올해 새해 첫날 일본을 강타한 노토반도 지진과 관련해서도, 원래 이 노토반도에 유명한 등불축제를 그려낼 계획이었는데 지진이 덮쳐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전했죠. 100세의 나이지만 상황이 괜찮아지면 현지에 방문해 그림으로 담아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전쟁을 겪었던 세대기 때문에 전쟁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인데요. 그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요즘은 관심이 식어가는 것 같다. 현실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잊어버리면 안 된다"며 "과학의 진보보다 문화 예술의 힘이 크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내 그림이 평화를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테마로 한 그림을 그려 매출의 일부를 대사관에 기부하는 자선 판매에도 임했죠. 이러한 그의 활동으로 그는 '평화를 그리는 화가'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작품 '앨리스의 하트'.(사진출처=후지시로 세이지 홈페이지)

이처럼 100세의 나이지만 작품활동에 대한 그의 열정은 여전히 뜨거운데요. 계속 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은 걷기라고 하네요. 80대까지는 하루 만보는 걸었고, 여전히 자택에서부터 작업하는 카페까지 하루 5000~6000보는 걷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전시회 일정으로 한국도 방문했었죠. 그는 "불러주면 세계 어디든 간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후지시로는 다이쇼, 쇼와, 헤이세이, 레이와 등 일본의 연호가 4번 바뀌는 것을 모두 목격한 사람이기도 하죠. 그는 그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100년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했다.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것은 100세가 다 돼서 알게 된 것 아닐까"라고 답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오는 4월 후쿠오카시 박물관에서 '후지시로 세이지 100세 아름다운 지구, 사는 기쁨, 미래로'라는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갈등의 시대, 평화를 생각하며 주말 전시회 한번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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