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마다 불어오는 북풍… “4월 총선 사이버 공격 가능성”
대선·총선 때마다 각종 군사도발
3월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 변수
북한이 오는 4월 10일 열리는 총선에 개입하기 위해 각종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의 선거에 앞서 핵실험, 미사일 발사, 테러 등으로 위협 수위를 높였던 전례가 있다. 북한은 역으로 남북 대화 제의 등 유화 정책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를 펼치기도 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서해안 포격, 극초음속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발사, 수중핵무기체계 시험,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등 군사 도발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오는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는 변수다. 북한은 이 훈련을 핑계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최근 남북 관계를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북한이 무력 도발 등 전통적 방식과 함께 사이버 해킹, 가짜뉴스 살포, 친북 세력을 활용한 공작 등을 시도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도발을 통해 총선에 개입한다고 하더라도 선거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북한의 개입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고재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달 발표한 ‘북한의 대남 선거 개입 행태와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의 대남전략 담당 기구들은 한국의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대남 공작을 펼친다고 설명했다. 고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한국 선거 개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통일부가 발간하는 월간북한동향에 따르면 북한의 대남 선거 개입은 1987년 13대 대선 때부터 본격화됐다. 그해 대선을 20여일 앞둔 11월 29일 북한 공작원의 테러로 발생한 KAL 858기 폭파는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북한은 2002년 16대 대선 당시에는 남북 당국회담과 군사회담 등으로 유화책을 펼치면서도 제2연평해전(6월 29일)을 일으키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대선 일주일 전에는 제네바 핵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역대 총선 때도 북한은 크고 작은 도발을 감행했다. 15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1996년 4월 5~7일 북한은 무장병력 470여명을 비무장지대에 투입해 무력시위를 전개했다. 18대 총선 한 달 전인 2008년 3월에는 개성공단 내 남측 당국자를 추방했고 단거리 미사일을 세 차례나 발사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2016년 초순에는 4차 핵실험(1월 5일), 장거리 로켓 발사,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등 연이은 도발을 감행했다.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3월 한 달 동안 남측을 겨냥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4회 연속 발사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도 북한은 각종 도발을 획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책임연구위원은 23일 “북한이 이번 총선을 겨냥해 적극적인 선거 개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북한이 도발과 대화 제의라는 양면전술을 구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한국의 4월 10일 총선 직후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15일), 김정은 집권일(11일) 등 큰 행사들이 예정돼 있다. 이에 앞선 3월에는 북한이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추가 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신형 대함미사일 검수 사격 시험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해상 국경선’을 언급한 것과 관련, 해안지역에서 순항미사일 등을 활용한 도발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직접적인 도발보다 간접적인 방식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전통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허위사실 유포나 사이버 공격 등 방해 공작을 통한 북한의 개입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한국과 교전 관계로 전환했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본인들의 세력을 전시 요원으로 활용해 기관시설이나 주요 인물을 테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개입하더라도 선거 판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의 선거 개입에 대한 한국 유권자들의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윤민우 가천대 교수는 “북한이 총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겠지만 국민들이 북한의 도발 의도를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이번 총선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두 국가론’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남한 내 동조 세력을 구축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북한이 우리 총선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호령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은 “북한은 우리의 총선보다 11월 미국 대선을 겨냥한 도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북한의 각종 도발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지난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해상 국경선’과 관련해 “우리 군은 대비태세를 완비한 가운데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도 사이버 테러 등 북한의 도발과 관련, “4월 총선을 앞두고 해외 세력의 국내 영향력 공작이 본격화할 것을 대비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국제 공조를 통해 배후 세력 규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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