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특급 과외? "인생 바꿀지도"…문동주의 행복한 상상 [오키나와 일문일답]

최원영 기자 2024. 2. 2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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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무려 16년 터울이다. 그토록 동경하던 대선배와 한 팀이 됐다. 한화 이글스 우완 선발투수 문동주는 요즘 기분이 최고조다. '코리안 몬스터'로 통하는 좌완 선발투수 류현진이 한화에 합류해서다. 한화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만난 문동주는 "류현진 선배님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특급 과외를 받을 수 있게 돼 영광이다. 선배님의 조언이 내 야구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두 눈을 반짝였다.

2003년생인 문동주는 2022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그해 데뷔해 경험을 쌓았고, 지난해 바로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차며 꽃을 피웠다. 23경기 118⅔이닝에 등판해 8승8패 평균자책점 3.72를 빚었다. 영예의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한화(빙그레 포함) 선수가 신인상을 받은 것은 1987년 이정훈, 2001년 김태균, 2006년 류현진에 이어 문동주가 네 번째였다. 류현진 이후 17년 만에 구단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문동주는 태극마크를 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돌아오기도 했다. 국가대표 선발투수로 발돋움했다. 올해도 한화 선발진의 주축을 맡는다.

1987년생인 류현진은 설명이 필요 없는 투수다. 2006년 한화의 2차 1라운드 2순위 지명을 받았다. 그해 데뷔해 승리(18승), 평균자책점(2.23), 탈삼진(204개)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다. 신인상, KBO MVP, 골든글러브를 전부 손에 넣었다. 2012년까지 7시즌 동안 한화의 선발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통산 190경기 1269이닝서 98승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을 자랑했다.

2013년 미국으로 향했다.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서 순항했다. 2019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까지 토론토에 몸담은 뒤 두 번째 FA가 됐다. 올해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한화는 지난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역대 KBO리그 최대 규모의 계약으로 예우했다.

류현진은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해 한화 선수단에 합류했다. 문동주는 "선배님과 인사를 나눴다"며 미소 지은 뒤 "복귀 축하 케이크는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고 웃었다.

온종일 상기된 모습이었다. 문동주는 "선배님의 모든 걸 다 가져오고 싶다. 하지만 너무 큰 욕심인 것 같다"며 "선배님은 엄청난 분 아닌가.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류현진'이라는 이름은 다 안다. 그 정도로 한국 야구에서 전설적인 인물이 우리 팀에 오게 됐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선배님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겐 메시지일 것 같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는데, 선배님께 여쭤볼 수 있게 됐다. 진짜 특급 과외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영광스럽다. 정말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문동주는 "아주 어릴 때부터 '류현진'이란 이름을 정말 자주 들었다. 그런 전설적인 선배님과 같이 선발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무척 영광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현진은 문동주에게 경기 운영 관련 팁을 주고 싶다고 했다. 문동주는 "그 팁 덕분에 내 야구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선배님의 팁이 내게 얼마만큼의 가치가 될지 모르지만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그런 팁을 들으려면 내가 먼저 선배님께 다가가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선배님과 대화해 본 경험이 별로 없어 얼른 친해지려 한다. 빨리 다가갈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다음은 문동주와의 일문일답.

-몸 상태는 어떤가.

▲좋다. 사실 호주(1차 캠프지)에선 그렇게 좋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엔 다르더라. 너무 좋아 유지만 잘하면 될 것 같다. 자신감을 가져가되 시즌에 몸을 잘 맞추려 한다.

-류현진이 복귀했다. 배우고 싶은 점이 많을 듯한데.
▲선배님의 모든 걸 다 가져오고 싶은데 너무 큰 욕심인 것 같다. 선배님은 엄청나지 않나.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류현진'이라는 이름은 다 안다. 그 정도로 한국 야구에서 전설적인 인물이 우리 팀에 오게 됐다. 선배님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겐 메시지일 것 같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의문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선배님께 여쭤볼 수 있게 됐다. 진짜 특급 과외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영광스럽다. 정말 감사하다.

-선수단 단체 메시지방에서 다 함께 연락처를 교환했다고.
▲원래 선배님 번호가 없었는데, 연락처도 받았고 메시지도 보냈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고, 다 예상하시는 그런 내용이다(웃음).

-KBO리그 류현진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언제인가.
▲아주 어릴 때부터 '류현진'이란 이름을 정말 자주 들었다. 국제대회에서 활약하신 것도 많다. 몇 살 때라고 정확히 기억하긴 어렵다. 하지만 내가 어릴 때부터 선배님은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런 선배님과 같이 선발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무척 영광스럽다. 현진 선배님의 뒤를 열심히 받치겠단 목표가 생겼다.

-지난해 팀에서 이닝을 관리해 줬다. 올해는 다를까. 
▲그건 내 권한이 아니다. 난 항상 모든 경기에 나갈 수 있게끔 준비한다. 그게 내 목표다. (최원호) 감독님께서 믿고 내보내 주셨을 때, 믿음에 보답할 수 있게끔 늘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원호 감독은 올해 규정이닝(144이닝)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고 했다. 등판 시 6이닝 소화에 대한 생각도 들 것 같은데.
▲한 경기에서 5이닝 만에 물러나면, 다음 경기에서 8이닝을 책임지면 된다. 모든 경기를 '6이닝'에 맞추는 것은 조금 그렇다. 평균 이닝을 늘려 나간다는 생각으로 던지려 한다. 아직 이닝에 따라 힘을 조절할 수 있는 레벨은 아니다. 경기 운영 능력이 부족해 이닝을 끌고 나가는 힘이 아쉽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올해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운영 능력이 안 좋은 게 아니라, (풀타임 선발이) 처음이라 그랬다는 걸 보여드리려 한다.

-류현진도 문동주에게 경기 운영 관련 팁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 팁 덕분에 내 야구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선배님의 팁이 내게 얼마만큼의 가치가 될지 모르지만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런 팁을 들으려면 내가 먼저 선배님께 다가가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선배님과 대화해 본 경험이 별로 없어 얼른 친해지려 한다. 빨리 다가갈 것이다.

-비시즌 류현진과 따로 식사한 적 있다고.
▲대전에서 한 번 만났다. 그때 난 겨우 한 마디 정도 했던 것 같다. 또 올해 퓨처스(2군)팀 코치님 결혼식 끝나고 선배님께서 밥을 사주셨다. 좋은 식당에 갔고 비싼 소고기를 먹었다. 이 이야기는 처음 하는 것이다(웃음).

-류현진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있나.
▲사실 지금은 크게 없다. 얼떨떨한 상태다. 시즌 도중이나, 현진 선배님께서 어떤 행동을 하셨을 때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려 한다. 한 시즌은 무척 길어 중간에 막히는 부분이 생긴다. 나 혼자 힘으론 (해결하기) 힘들다. 선배님은 무척 큰 무대에서 경험을 많이 해보셨으니 그런 점들을 물어보고 싶다.

-올해 한화 마운드를 향한 기대감이 크다.
▲기대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우리 팀은 물론 투수진, 그중 특히 선발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을 것이다. 그러니 다 잘해야 한다. 기대를 충족할 수 있도록 목표치를 높게 잡아야 한다. 좋은 팀메이트이자 선배인 외국인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잘했으면 한다. 앞에 좋은 본보기가 있으면 동기부여가 된다. 선배님들이 좋은 경기를 하면 나도 열심히 그 뒤를 따라가려 할 것이다.

현진 선배님이 먼저 압도적인 결과를 내시면 나도 선배님을 목표로 따라가게 될 듯하다. 앞선 선발투수가 5이닝을 못 채웠거나, 팀이 연패 중이면 등판하기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반대로 내 앞의 선발투수가 잘 던지면 부담감은 줄고, 나도 잘해야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커진다. 선배님들 뒤에서 잘 받치겠다.

-류현진이 오며 3선발에서 4선발이 됐다. 3선발일 때 부담감은 어땠나.
▲부담감은 항상 있다. 올해의 경우 신인상을 받은 뒤 다음 시즌이기 때문에 내게 거는 기대가 많아질 것 같다. 난 똑같이 하던 대로 할 것이다. 비시즌이 한 해를 결정한다고 생각해 훈련을 열심히 했다. 준비를 잘해 큰 걱정은 없다.

-신인상 수상 후 포수 최재훈의 이름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최재훈이 서운해하던데.
▲신인상을 받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했으면 선배님의 기사가 크게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무대에서 내려와 언급해야 선배님이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거기까지 계산한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이미 늦었다. 만날 때마다 죄송하다고 한다. 지금도 역시나 죄송하다. 재훈 선배님 이야기를 기사로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다. 올해 또 상 받겠다. 그때는 (수상 소감을) 시작하기 전에 부모님보다도 먼저 선배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웃음).

-풀타임 선발로 두 번째 시즌이다. 물음표를 지워야 한다.
▲나도 올해 어떻게 될지 물음표다. 모든 선수가 다 그렇지 않을까. 누가 더 잘할 확률이 높은가의 싸움이다. 그 확률을 조금씩 잘 만들어가고 싶다. 지난 시즌 좋게 마무리했으니 그 기운을 그대로 이어 올 시즌 출발한다면 문제없을 듯하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그래서 패기도 있다. 장점으로 승화해야 할 것 같다.

-실전 피칭은 언제 하나.
▲24일은 휴식일이다. 25일 투구가 예정돼 있다. 큰 기대는 안 하셨으면 좋겠다(웃음).

사진=​​​​​오키나와(일본), 고아라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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