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탈당 여부 조만간 말씀…여러 사람들과 상의"

23일 '하위 10%' 통보에 긴급회견
'새로운 미래' 합류 가능성도 시사
"주말을 넘기면서 거취 결정될 것"
집단탈당·분당 사태로 번질 수도

지난해 3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민주평화국민연대 간담회'에서 설훈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뒤를 지나고 있다. ⓒ뉴시스

대표적 비명계 인사인 5선 중진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 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10% 통보를 받은 사실을 밝혔다. 설 의원은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와 방탄정당 전락을 비판하며 가감 없이 쓴소리를 해왔다.

이로써 공관위로부터 하위 통보를 받은 의원은 김영주·김한정·박영순·박용진·송갑석·윤영찬 의원에 이어 설 의원까지 7명으로 늘어났다.

설훈 의원은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아닌 이재명 대표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재명 대표가 아닌 국민을 위한 민주당을 지키고자 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의 본연의 가치를 다잡고 정신을 지키고자 앞장섰다는 이유로, 하위 10%에 밀어 넣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는 혁신이라는 명목하에 자신과 자신의 측근에게는 전혀 칼을 대지 않고, 오히려 공천에 적극 개입하여 '친명횡재, 비명횡사'를 주도하고 있다"며 "자신을 비판했던 의원들을 모두 하위 20% 안에 포함하고 개인적인 복수를 자행하고 있다. '0점을 받은 의원도 있다'고 낄낄대며 동료 의원을 폄하하고 이를 즐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탈당 가능성도 내비쳤다. 설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탈당 여부는 조만간 말씀을 드리겠다"며 "(민주당을) 좋은 당으로 만들고자 일조하려는 생각이었는데 결국 참는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제3지대인 '새로운미래'에 합류할 가능성과 관련, "모두 다 범위에 넣을 생각"이라며 "여러 사람들과 상의를 할 것이기에 주말을 넘기면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설 의원은 옛 이낙연계 좌장으로 꼽힌다. 설 의원이 탈당 등 자신의 정치적 거취를 홀로 결정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과 상의를 거쳐 결정할 뜻을 시사함에 따라, 민주당의 '공천 대란'으로 인한 탈당이 집단탈당으로 번지면서 분당(分黨) 규모에 이르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가 쓴소리를 해서 하위 평가 불이익을 줬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설훈 의원은 "당연하다"며 "나름대로 이게 민주당의 길이라고 생각을 해서 이야기했지만, 결국 그게 (쓴소리가) 안 받아들여져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의 보복이라 보느냐'라는 물음엔 "그럼 (보복이 아니면)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하느냐"라고 헛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