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끝내기 6연승' 세계 바둑 새역사...한국 농심배 4연승
또 하나의 신화가 빚어졌다. 신진서가 끝내기 6연승으로 세계 바둑의 새 역사를 썼다.
한국 최강자 신진서 9단이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국에서 중국 구쯔하오 9단을 맞아 흑 249수 만에 불계승했다. 신진서가 중국의 최종 주자마저 꺾으면서 제25회 농심배는 한국이 품게 됐다. 한국의 16번째 농심배 우승으로 대회는 마무리됐지만, 25회 농심배는 한국 바둑을 넘어 세계 바둑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신진서 혼자 이뤄낸 단체전 우승이어서다. 한국 선수 4명이 모두 초반 탈락해 신진서만 남았던 절체절명의 상황, 한국 바둑 최후의 보루는 중국과 일본의 최강자 6명을 차례로 다 쓰러뜨렸다. 이창호의 상하이 대첩을 뛰어넘는 또 하나의 신화가 탄생했다.
위대한 행보
2023년 12월 4일 2라운드 최종국이 부산에서 열렸다. 8연승을 노리는 셰얼하오 앞에 한국팀 최종 주자 신진서가 앉았다. 신진서마저 무너지면, 한국은 최종 라운드가 열리기도 전에 전원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신진서는 달랐다. 지난해 11월 삼성화배재에서 결승까지 올랐던 기세를 농심배까지 이어온 셰얼하오를 신진서는 가볍게 뿌리쳤다. 신진서의 위대한 행보가 시작됐다.
2024년 2월 19일 제25회 농심배 최종라운드가 상하이에서 시작했다. 한국은 신진서 1명, 일본도 이야마 유타 1명, 중국은 셰얼하오를 뺀 4명이 그대로 살아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이 우승하려면, 신진서가 중국과 일본 선수 5명을 다 꺾어야 했다. 그 기적 같은 드라마가 마침내 쓰였다. 19일엔 이야마 유타를, 20일부터는 중국 선수들을 물리쳤다. 20일은 중국 7위 자오천위, 21일은 중국 2위 커제, 22일은 중국 3위 딩하오를 한 명씩 꺾었다. 모두 완승이었다. 신진서는 이들 네 판의 바둑에서 중반 이후 한 번도 우세를 뺏기지 않았다. 특히 무려 103개월이나 중국 1위를 차지했던 커제는 힘 한 번 못 쓰고 물러났다. 신진서는 이날 승리로 커제와의 상대전적도 12승 11패로 앞서게 됐다.
23일 드디어 최종국이 열렸다. 중국도 한 명만 남은 상황, 이미 중국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신진서의 마지막 상대는 중국 1위 구쯔하오 9단이었다. 지난해 란커배 결승전에서 신진서를 상대로 역전 우승을 거뒀던 강자다. 신진서가 세계대회 결승에서 외국 선수에게 역전패한 건 구쯔하오가 유일하다.
역시 역사는 쉽게 쓰이는 게 아니었다. 내내 우세했던 신진서가 끝내기를 앞두고 크게 흔들렸다. 우변 전투에서 신진서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고, 형세가 확 넘어갔다. 70% 신진서의 흑 우세였던 바둑이 98.5% 구쯔하오의 백 우세로 뒤집혔다. 신진서도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닷새째 이어지는 승부가 끝내 집중력 저하로 나타난 것으로 보였다. 아!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아쉬운 패배를 예감하는 순간. 일찍이 초읽기에 몰린 구쯔하오도 실수를 저질렀다. 아마, 그때 신진서의 눈이 반짝였으리라. 예의 그 날카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신진서가 우상귀에서 패를 걸었고 바꿔치기 끝에 형세가 다시 역전됐다. 신진서의 흑 99.7% 우세. 우세는 마침내 승세로 바뀌었다. 중국의 마지막 자존심 구쯔하오는 1분 초읽기에 몰리고서도 1시간 넘게 버텼지만, 농심배의 새 종결자에 고개를 숙였다.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뒤 신진서는 “큰 판을 이겨서 뿌듯하다”며 “첫 판을 둘 때만 해도 먼길이라고 생각했는데 6연승까지 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진서는 “대국할 때 우승을 생각하면 안 되는데 생각이 나다 보니 나중에 좋지 못한 바둑을 둔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정신을 바싹 차리고 둬서 이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신화 창조
반상의 롤드컵 챔피언
한국 바둑의 허약한 저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팀은 신진서를 제외한 선수 4명이 1승도 못 거두고 전패 탈락했기 때문이다. 조훈현·이창호·이세돌 등 불세출의 영웅이 한국 바둑을 이끄는 게 전통이라지만, 신진서 한 명만 바라보는 현실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 🕵️ 농심배 우승 상금 5억원, 어떻게 나눌까
「 농심배는 단체전이다. 한 나라에서 5명씩 출전한다. 우승 상금이 5억원인데, 우승국이 독차지한다. 이 5억원을 어떻게 나눌까? 원칙은 있다. 출전 선수 5명이 상의해서 나눈다. 규칙은 없다. 그때그때 정한다는데, 지난해 기준을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전체 상금의 70%가 출전 수당이다. 본선 진출 선수 5명 전원에게 7000만원씩 똑같이 나눠준다. 20%는 승리 수당이다. 한국 선수 중 승리한 선수들이 나눠 갖는 몫인데, 이번 대회에선 신진서만 승리했으니 신진서가 다 갖는다. 나머지 10%는 한국팀의 우승을 확정시킨 마지막 주인공에게 주는 우승 수당이다. 이것도 신진서 몫이다. 하여 신진서는 우승 상금 5억원 중 총 2억2000만원(세전 기준)을 받는다. 7000만원(출전 수당)+1억원(승리 수당)+5000만원(승리 수당).
우승 상금 말고 대회 주최사에서 주는 돈이 있다. 우선 대국료. 본선에서 한 판 둘 때마다 대국료 300만원을 받는다. 이번 대회에서 신진서는 모두 6번 대국을 했으니 신진서의 대국료 총수입은 1800만원이다. 연승 상금도 있다. 농심배는 3연승부터 1승을 더할 때마다 1000만원씩 연승 상금을 준다. 신진서는 6연승을 했으므로 연승 상금 4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대회 신진서의 수익 총액은 우승 상금과 대국료, 연승 상금을 더해 총 2억7800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화재배 우승 상금 3억원에 육박한다. 박정환·변상일·설현준·원성진 등 한국팀 선수 4명도 각자 7300만원씩(우승 상금 7000만원+대국료 300만원) 받게 된다. 올해 대회는 매우 희귀한 상황이 벌어져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도 있다.
」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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