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 더보기] '감독만큼, 어쩌면 더 중요' 맨유도, 리버풀도 최우선 목표는 스포츠 디렉터 선임
[풋볼리스트] 조효종 기자= 최근 축구계에선 좋은 감독만큼 좋은 스포츠 디렉터를 데려오는 것이 중요시된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최근 본격적인 새 시대를 맞이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와 축구협회(FA)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글로벌 화학 기업 이네오스의 짐 래트클리프 회장이 공식적으로 공동 구단주 자리에 올랐다. 비판받던 기존 구단주 글레이저 가문이 여전히 공동 구단주로 남아있지만, 이사회 결정으로 축구단 운영을 담당하게 된 이네오스 측 인사들이 구단 운영진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실질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거란 기대가 크다.
"맨유를 원래 위치로 돌려놓겠다"는 래트클리프 구단주의 각오를 실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 가운데, 최우선 과제로는 축구적인 성과와 밀접한 스포츠 디렉터 선임이 꼽힌다. 래트클리프 구단주는 구단 합류 후 첫 정식 인터뷰에서 맨유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이유로 시스템 미비, 영입 실패를 들며 이를 해결할 '전문가'를 데려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거에는 대체로 감독에게 모든 초점이 맞춰졌으나 갈수록 스포츠 디렉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스포츠 디렉터는 구단의 스포츠, 축구 분야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구단마다 세부 업무에는 차이가 있다. 테크니컬 디렉터와 병존하는 경우 비슷한 업무 영역을 공유하기도 한다. 단장으로 번역되는 경우도 많은데, 대개 단장은 업무 범위가 더 넓은 '제너럴 매니저'에 가깝다. 스포츠 디렉터는 축구와 직결된 분야에 더 집중한다. 대중의 주목도가 가장 큰 담당 업무는 선수 이적이다. 감독 등과의 내부 역학 구도에 따라 선수단 구성 작업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기도 하고 협상 실무만 담당하기도 한다.
팀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까지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 한 팀에서 큰 권한을 갖고 장기적으로 일하는 스포츠 디렉터들은 일관된 방향성으로 팀을 이끌어가면서 구단만의 문화, 색깔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금력만 풍부하던 맨체스터시티가 유럽 축구를 선도하는 구단으로 발돋움하는데 큰 역할을 한 치키 베히리스타인, 총 20년 넘게 몸담으며 세비야를 거상,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의 강자로 만든 몬치 등이 대표적이다.
더 큰 틀에서 그림을 그리는 역할이므로 이제 감독보다 좋은 스포츠 디렉터를 선임하는 게 우선시되는 경우도 많다. 스포츠 디렉터가 먼저 구단에 들어와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적합한 감독을 찾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감독에 따라 팀 기조가 널뛰는 걸 막고 일관성 있게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맨유도 비판의 여지가 있는 에릭 텐하흐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기에 앞서 새 스포츠 디렉터를 구하려고 한다.
맨유 새 운영진이 눈여겨보는 스포츠 디렉터는 뉴캐슬유나이티드의 댄 애쉬워스다. 애쉬워스는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잔뼈가 굵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인물이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에서 일하며 브라이턴이 상위권을 위협할 만한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기반을 마련했다. 당시 브라이턴에 영입된 선수로는 레안드로 트로사르(아스널), 모이세스 카이세도, 마르크 쿠쿠렐라(이상 첼시), 미토마 카오루, 에반 퍼거슨(이상 브라이턴) 등이 있다. 뉴캐슬은 애쉬워스 스포츠 디렉터 체제에서 알렉산데르 이사크, 앤서니 고든, 스벤 보트만 등을 영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에 인수된 이후 도약을 원하는 뉴캐슬 입장에서도 쉬이 놓치기 싫은 인재다. 애쉬워스는 맨유 이적을 위해 사직 의사를 표했는데, 뉴캐슬은 일종의 보상금으로 2,000만 파운드(약 337억 원)을 받아야겠다는 입장이다. 맨유가 난색을 표하자 뉴캐슬은 애쉬워스를 유급 휴직 처리 해둔 상태다. 뉴캐슬과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애쉬워스는 이 기간 동안 맨유로 이직할 수 없다.
맨유의 오랜 라이벌 리버풀도 스포츠 디렉터 선임이 시급하다. 리버풀이 위르겐 클롭 체제에서 성공하는데도 스포츠 디렉터들의 기여도가 높았다. 특히 2022년까지 일한 마이클 에드워즈의 역할이 컸다. 2011년부터 리버풀에서 일한 에드워즈는 클롭 감독 부임 후인 2016년부터 스포츠 디렉터 역할을 맡아 최전선에 섰다. 리버풀은 이 시기 모하메드 살라, 버질 판다이크, 알리송 베케르, 파비뉴 등을 영입했고 모든 대회에서 한 번씩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클롭 시대 정점을 찍었다.
에드워즈는 클롭 감독과 협력하는 한편 서로 견제하는 역할도 수행하며 내부 권력의 무게가 치우치지 않고 리버풀이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드워즈 사임 이후 힘의 균형이 압도적인 위상을 가진 클롭 감독에게 쏠리게 됐고 리버풀은 부침을 겪었다.
에드워즈에 이어 후임 줄리안 워드도 한 시즌 만에 팀을 떠나기로 하면서 리버풀은 스포츠 디렉터직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최근 두 차례 이적시장은 독일에서 주로 활동한 외르크 슈마트케와 단기 계약을 체결해 급한 불을 껐다. 슈마트케는 클롭 감독의 에이전트가 추천한 인물이고 단기직이라 실권이 거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클롭 감독을 도와 주로 협상 실무 등을 맡았다. 지금은 슈마트케마저 계약을 마치고 떠난 상태다.
리버풀은 변혁의 시기를 앞두고 있다. 구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클롭 감독이 재충전이 필요하다며 시즌 종료 후 사임을 발표했다. 올여름이면 포지션별 핵심인 살라, 판다이크,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계약 기간도 1년 밖에 남지 않는다. 리버풀 역시 앞장서서 모든 과제를 하나씩 풀어나갈 스포츠 디렉터부터 선임할 계획이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의 데이비드 온스테인 기자는 리버풀이 3월 안에는 스포츠 디렉터를 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사자의 거절로 에드워즈를 복귀시키려는 시도가 무산된 뒤 프레데릭 마사라 전 AC밀란 스포츠 디렉터, 플로랑 기솔피 니스 스포츠 디렉터, 과거 리버풀에서 스카우팅 업무를 맡았던 스튜워트 웨버 전 노리치시티 스포츠 디렉터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 조효종 기자의 'PL 더보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 '더보기 리그(11위 이하)'를 중심으로 덜 알려진 구단과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사진= 풋볼리스트, 리버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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