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판 모터스포츠 '나스카'에 입문하기 좋은 다큐
[김형욱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스카> 포스터. |
ⓒ 넷플릭스 |
2020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운동선수로 칭송받는 마이클 조던이 나스카(NASCAR) 컵 시리즈의 팀 '23XI'을 창단했다. 그는 2010년(~2023년)에 NBA 프로농구팀 샬럿 호네츠의 단독 구단주가 되어 오랫동안 팀을 이끈 바 있다. 그랬던 그이기에 소유주로 팀을 이끄는 것 자체는 놀랄 일이 아니었다. 놀란 건 그가 선택한 게 NBA가 아닌 나스카의 팀이라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조던은 혼자가 아닌 현직 드라이버와 함께 팀을 창단했다. 그는 다름 아닌 조 깁스 레이싱의 간판으로 활동 중인 데니 햄린이었다. 햄린은 나스카 컵 시리즈 50회 우승에 빛나는 업적을 세운 전설적인 베테랑으로, 그로써 조 깁스 레이싱의 드라이버이자 23XI 레이싱의 소유주로 동시 활동하게 되었던 것이다. 자못 황당한 그림이지만 가능하다니 나스카 컵 시리즈의 후한 인심(?)이 대단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스카: 풀 스피드>는 우리에겐 너무나도 생소하지만 미국 간판 모터스포츠인 나스카 1부 리그 '나스카 팀 시리즈'의 2023년 시즌 플레이오프와 챔피언십 레이스를 따라간다. 넷플릭스는 일찍이 <F1, 본능의 질주> 시리즈로 크나큰 성공을 거둔 후 축구, 테니스, 골프 등을 거쳐 미국 내에서만 펼쳐지는 스톡카 레이스까지 선보이게 된 것이다. 과연 어떨지, 아무것도 모르니 오히려 궁금하다.
나스카 컵 시리즈의 피 튀기는 플레이오프
나스카 컵 시리즈의 정규 시즌은 최대 40명의 드라이버가 36번의 레이스를 거쳐 16명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식이다. 쉐보레, 포드, 토요타 3종의 차량이 있고 15개의 팀이 있다. 또한 F1과 다르게 나스카는 기술 제한이 있어 차량 성능이 사실상 동일하다. 오직 실력과 전략, 운과 배짱만이 있을 뿐이다. 정비팀의 실력도 중요할 것이다.
16명이 치르는 플레이오프는 총 10번의 레이스가 펼쳐지는데 3번의 레이스에서 승점이 가장 낮은 4명씩 떨어지는(우승하면 무조건 올라간다) 식으로 3번의 경기를 치르고 최종 1번의 레이스, 즉 챔피언십 레이스에 4명만이 올라가 자웅을 겨룬다. 그야말로 매 레이스마다 뒤가 없는 피 튀기는 경쟁이다.
생소하기 이를 데 없는 나스카 컵 시리즈, 선수와 팀 모두 들어본 적이 없다. 쉐보레, 포드, 토요타 차량과 이곳저곳 덕지덕지 붙어 있는 광고의 기업만 익숙할 뿐이다. 하여 이 작품 <나스카>는 정규 시즌을 통째로 과감히 버리고 플레이오프 위주로 레이스를 보여주는 한편 전체적인 분위기와 선수, 팀, 방식, 규정 등을 설명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시리즈를 이어가기 위한 빌드업이겠다.
오직 승리, 무조건 우승
나스카 컵 시리즈를 뛰는 선수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다른 선수들 모두 인정하고 또 존중하지만 트랙 위에선 철저하게 적일 뿐이다. 친절할 필요가 없다. 하여 평소 아무리 착하도 무른 성격의 소유자라고 해도 한순간에 악마로 변한다. 사람들이 비열하다고 야유하든 나쁘다고 욕하든 상관없다. 오직 승리만이 영광을 가져다줄 뿐이다.
플레이오프에는 50승에 빛나는 대니 헴린을 비롯해 챔피언 출신 조이 로가노, 카일 라슨과 전통의 베테랑 라이언 블레이니, 버바 월러스, 로스 채스테인 그리고 떠오르는 신성 크리스토퍼 벨, 타일러 레딕 등이 올라갔다. 팀으론 헨드릭 모터스포츠, 팀 펜스키, 조 깁스 레이싱, 23XI 레이싱 등이 눈에 띈다.
정규 시즌과 다르게 플레이오프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살얼음판이다. 우승을 하면 막바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만 우승을 하지 못하면 매 경기에서 상위권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탈락해도 매 레이스마다 40명이 모두 함께하는 나스카 컵 시리즈 특성상 꾸준히 상위권에 드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면 점수가 리셋되니 또다시 우승해야 마음이 놓인다. 그러니 챔피언이 되려면 꾸준한 우승이 필요한 것이다.
나스카 컵 시리즈의 챔피언이 되기까지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내 능력만으로 모든 걸 완벽하게 이루긴 힘들다. 40명이 함께 똑같은 트랙을 몇 백 바퀴 돌아야 하는 극한의 경기에선 누가 언제 어떤 식으로 사고를 당해 엄한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를 끼칠지 모른다. 최대한 피하되 당해도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다. 통제를 벗어나는 일이 부지기수인 것이다. 레이스가 인생과 다르지 않은 듯하다.
2023년 나스카 컵 시리즈 챔피언 결정전에는 라이언 블레이니, 카일 라슨, 윌리엄 바이런, 크리스트퍼 벨이 올랐다. 챔피언 출신 카일 라슨과 iRacing 출신 윌리엄 바이런은 같은 헨드릭 모터스포츠 소속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챔피언은 라이언 블레이니에게 돌아갔다. 가혹하고 처절하며 잔인하기까지 한 경기들을 모두 이겨내고 차지한 위대한 챔피언의 자리다.
모터스포츠가 다 그렇듯 나스카 컵 시리즈도 절대 드라이버 혼자 할 수 없다. 우선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팀이 있고 코치와 관전자가 있으며 끊임없는 훈련으로 시간을 단축시키려고 노력하는 정비팀도 함께한다. 하지만 영광과 성공 그리고 좌절과 실패는 모두 드라이버의 몫이다. 모든 사람이 드라이버만 바라보니 말이다.
그 어떤 스포츠보다 팀이 중요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떤 스포츠보다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다. 그래도 이런 작품을 통해 스텝의 존재와 가치를 드러낼 수 있으니 앞으론 좀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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