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정선아 "10년 만에 복귀한 '드라큘라', 더 재미있어요"

박병희 2024. 2. 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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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때 이해 안된 부분, 이제는 이해돼"
"결혼·출산, 공백기였지만 배우 생활에 도움"
"인생2막 열어준 '이프덴'…가장 잘한 선택"

"무대 위에서 배우는 나이 등 그 어떤 것에도 영향받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무대에 대한 여전한 갈증이 느껴지는 뮤지컬 배우 정선아(40)의 말이다. 그는 뮤지컬 배우로서 누구보다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18살 때인 2002년, 대작 뮤지컬 '렌트'의 여주인공 '미미'로 데뷔했다. 이후 '지킬 앤 하이드', '모차르트!', '아이다', '위키드' 등 주요 대작 뮤지컬 작품을 섭렵하며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결혼, 출산으로 최근 공백기가 있었지만 마흔이 된 올해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출산 후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프덴'으로 받아 의미가 컸다. 정선아를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제공= 오디컴퍼니㈜]

정선아는 현재 뮤지컬 '드라큘라'에 출연 중이다. 2014년 초연 때 여주인공 '미나'로 출연했던 작품이다. 2016년, 2020년, 2021년 공연에는 참여하지 않았고 10년 만인 올해 다시 미나 역을 맡았다. 그는 초연 때보다 미나 역에 더 재미있게 몰입하고 있다고 했다. 미나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기 때문이다.

"초연 때에는 어리기도 했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꽤 있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서 나이를 먹고 또 세상을 좀 더 많이 겪어보니 미나가 이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하고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이 배우 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 미나라는 캐릭터를 더 이해하고 더 사랑할 수 있다. 그래서 10년 전보다 더 슬프고 더 아련하고 더 애틋하다. (과거에) 고민했던 부분들을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더 잘 풀어내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너무 재미있게 공연하고 있다."

미나는 드라큘라 백작의 400년 전 연인 엘리자벳사를 닮았다. 미나는 연인 조나단 하커와 결혼을 약속했지만 자신을 엘리자벳사라 부르며 다가오는 드라큘라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드라큘라에게서 그의 옛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혼란에 빠진다. 정선아는 미나가 혼란에 빠지며 힘들어하지만, 자신의 사랑을 위해 용기를 내는 따뜻하고 단단한 여성이라고 했다.

"미나는 사랑하는 조나단이라는 남자도 있고 정말 평범한 삶을 꿈꿨던 여자였는데, 드라큘라를 만나면서 그의 전생에 대한 얘기를 듣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드라큘라가 겪은 아픔도 같이 느끼면서, 그렇게 많은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그러면서 사랑을 위한 열정과 용기를 보여준다. 그렇게 잔잔한 파도였다가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는 그런 인물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다. 1막과 2막에서 (미나를 표현하는데) 차이를 크게 둔다."

정선아는 지난달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앞서 두 차례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했고 세 번째 도전 만에 영예를 안았다. 그는 여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다면 이프덴으로 받고 싶었다고 했다. 그만큼 의미를 크게 둔 작품이었다. 정선아는 "이프덴은 뮤지컬 배우 인생 2막을 열어준 작품"이라고 했다.

이프덴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39세 여성 엘리자베스의 일과 사랑을 다룬 작품. 극 속 인물이지만 나이도 비슷하고 엘리자베스 역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커리어 우먼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얘기도 나와서 나의 인생 1막과 2막이 여기에 다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공감과 위로를 많이 받았다. 공연하면서 많은 관객이 그대로 다 같이 공감과 위로를 받는 것 같아 기뻤다."

[사진 제공= 오디컴퍼니㈜]

이프덴은 국내 초연작이었다. 초연작은 인물 설정 등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어떻게 보면 무에서 유를 만드는 작업이기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복귀작으로 초연작을 선택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모험이다.

"저의 뮤지컬 인생이 다 도전인 것 같은데 이프덴은 진짜 큰 도전이었다. 불안하고 부담되는 복귀작이었는데 지금 뒤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잘 선택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생 2막을 열어주는 열쇠가 됐다."

멋지게 무대에 다시 복귀한 만큼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후배들이 늘면서 책임감도 커졌고 그만큼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고 연차가 쌓일수록 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이제는 운동을 하고 공연을 하면 공연의 수준이 더 좋아진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운동도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이전보다 더 책임감과 무게감을 느낀다. 더 멋지게 반짝반짝 빛날 수 있다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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