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개혁신당 구원등판…"중도층 이끌 것" "소수당 한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는다.
이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느 당보다 중량감 있고 정무적 능력이 탁월한 김종인 위원장을 공관위원장으로 모시게 됐다”며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훌륭한 인재를 발굴해 공천 업무에 신속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원장은 공천 전권을 행사하는 자리”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해 최대한 국민 눈에 드는 공천을 하겠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이 영입된 건 지난 20일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이 대표와의 합당선언을 파기한 지 사흘 만이다. 20일 이전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은 “(공천 전권을) 다 준다고 해도 공관위원장을 안 맡을 것”(지난 17일 CBS라디오)이라고 했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이날 “지난 일주일간 김 위원장과 활발한 소통을 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대ㅏ표와 결별 분위기가 커졌던 시점부터 김 위원장과 물밑 접촉을 해왔다는 얘기다. 결국 이낙연 대표가 이탈하면서 김 위원장에 공천 전권을 부여할 수 있게 되자 김 위원장도 마음을 돌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과 지속해서 소통해온 금태섭 최고위원도 역할했다.
김 위원장이 정치 전면에 재등장한 것은 2년 만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인 2022년 1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의견 차이로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조언자 역할을 하면서 제3지대 파이를 키워왔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사심없는 공천을 하실 분”이라며 “중도층 표심을 얻는 데 역할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지방에 가 있는 김 위원장은 이르면 26일 공식 회의에 참석해 공천 방침을 설명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경제민주화’ 어젠다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역할했다. 2016년 20대 총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맡아 ‘친노(친노무현계) 물갈이’ 공천을 통해 민주당이 1당이 되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두 케이스 모두 거대양당에서 맡은 직책이기 때문에 “소수정당인 개혁신당에서는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강대강 대치를 이루는 상황이어서 제3지대 정당이 유권자 시야에 들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지휘한 선거가 매번 승리한 것도 아니다. 김 위원장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선거에서 참패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 영입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가 김 위원장을 영입한 이유가 공천 막판 자신을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치하는 역할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정치권에 돌면서다. 이와 관련해 개혁신당 관계자는 “비례대표 공천 논의는 아직은 이른 데다, 지역구 출마를 수차례 공언해온 이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로 선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전민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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