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장이라 못 빠져나가”…이수진 언급 ‘백현동 판결문’ 보니
판사 출신 이수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문제 삼았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부각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의원은 본인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이 전략선거구로 지정됐다는 소식에 반발해 22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 대표에게 2선으로 물러나라고 요청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백현동 판결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언급한 건 이른바 ‘백현동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5년과 추징금 63억5000여만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1심 판결문이다. 이 대표도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에게 특혜를 몰아줘 1356억원의 이익을 독차지하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돼 있다. 김 전 대표 1심 유죄는 이 대표에도 악재다.
이수진 의원은 23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판결문을 거론하며 “이 대표가 아무리 아니라고 그래도 법적으로는 시장이기 때문에 빠져나갈 수가 없다”며 “특히 옆(김인섭) 재판부가 그렇게 판단하면 (이재명 재판부도) 그대로 판결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부인하는 건 곧 반성을 안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판부는 계속 형을 올릴 것이고, 법정 최고형이 나올 경우 액수가 5억원 이상이라 특가법상 무기징역”이라고 설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05년이다. 재판부는 함께 시민운동을 하면서 친분이 두터워졌고, 김 전 대표가 2010년 개인 비용을 들여 여론조사까지 의뢰하는 등 다섯 차례 선거에서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봤다. 이는 이 대표가 2022년 2월 대선 TV 토론에서 김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백현동 사업은) 한참 후 벌어진 일이고 김 전 대표는 저와는 연락도 안 되는 사람”이라고 답한 것과 정반대 내용이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와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관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정 전 실장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대표의 성남시장 캠프에 자원봉사자로 합류하면서 김 전 대표를 알게 됐다. 이 대표는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정 전 실장을 성남시 정책비서관으로 임용했다. 2014년 ‘형수 욕설 파문’이 불거지자 김 전 대표가 정 전 실장에게 대응방법 등을 조언했다고 한다.
판결문은 “정진상은 김인섭과 2014년 4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교류했고, 민간 납품업자 등과 관련된 청탁을 전달받기도 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썼다. 특히 김 전 대표가 2016년 1월 알선수재 혐의로 수감 중인 때는 정 전 실장이 ‘장소변경접견’으로 면회를 오기도 했고,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표가 “성남도개공까지 들어오면 사업이 어려워진다”고 청탁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세 사람의 관계에 대해 “성남시 공무원 등도 특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적시했다. 그밖에 ▶부지 선정 과정에 정바울·김인섭·정진상이 관여한 점 ▶성남도개공 참여 배제 과정에 정진상이 관여하고 이재명이 결재한 점 등이 1심에서 사실로 인정됐다.
이 대표 측은 판결문만으로 이 대표 혐의를 재단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의 백현동 사건 변론을 맡은 조상호 변호사(서울 금천 민주당 예비후보)는 23일 페이스북에 “이 사건 판결은 결론에서 피고인이 알선의 대가로 금품·이익을 수수한 이상, 피고인의 알선으로 성남시의 용도지역변경 등이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밝혔다”며 “즉, 김인섭이 실제 알선행위를 했는지, 그 행위가 성남시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전혀 증명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그러면서 ‘사실은 누구보다 이재명 대표를 믿었다’고 밝혔던 이수진 의원을 겨냥해 “재판도 그런 식으로 했나. 친한 사람 말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어 주다 자신에게 못하면 금방 손바닥 뒤집듯 판결을 뒤집은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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