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손짓한 北 보란듯…한미일 외교장관 "北도발 공동대응"
북한이 일본에 손짓하며 한·미·일 ‘틈새 파고들기’를 시도하는 가운데 3국 외교장관이 “북한의 도발 위협에 한·미·일이 공동 대응할 것”이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23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은 22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3국 장관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열린 사이드라인 회의였지만, 이날 오후 2시 15분부터 한 시간에 걸쳐 심도 있게 진행됐다.
한·미·일 외교 당국이 각기 낸 결과 자료에는 3국의 대북 공동 대응 기조가 담겼다. 이들 장관이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의 성과인 3국 공조의 제도화(institutionalize)” 방침을 강조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북·러 간 군사 협력에 맞선 한·미·일의 공동 대응 기조를 재확인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번 회의는 최근 북·일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키우며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내려는 북한의 시도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의미가 있다. 북한은 올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향해 이례적으로 ‘각하’ 칭호를 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5일 깜짝 담화를 통해 “일본이 결단하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며 북·일 관계 개선을 원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외교부는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 가동 등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3국의 대응 역량을 강화해가기로 했다”며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포함해 핵·미사일 자금 조달을 차단하기 위한 3국간 공조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3국은 북한이 특히 민감해 하는 인권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도 재확인했다. 앞서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12일부터 22일까지 한·일을 연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외교부는 또 “3국 장관은 북한이 호전적 언사와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복귀할 것 촉구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연결 고리로 전례 없이 밀착하는 푸틴·김정은의 브로맨스를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도 포함됐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한·일 두 장관과 최근 늘어나는 북한의 도발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군사 지원에 대응해 긴밀히 공조할 것을 논의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와 관련, 미 정부는 오는 23일 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을 맞아 대규모 대러 제재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는 개인·단체 500여곳이 제재 명단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무부는 이중에 북·러 군사 협력에 관련한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암시해왔다.
일본 외무성이 “가미카와 장관이 일본의 납치 문제에 대해 한·미 외교 장관으로부터 일관된 지지를 얻고 있는 데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 대목도 눈에 띈다. 북한은 앞서 김여정 담화를 통해 ‘일본인 납북 문제와 핵·미사일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을 기시다 총리의 방북의 전제 조건처럼 내걸었는데, 이런 북측 요구와는 상반된 입장이다. 외무성은 이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한·미·일의 안보 협력을 포함한 지역의 억제력·대처력 강화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두려워 하는 ‘그 무기’ 띄운 한미
한·미 공군은 매해 쌍매훈련 등 정기적으로 연합훈련을 하지만, 이날은 정례 일정이 아니었다. 연말연초 김정은의 “영토 수복” 위협과 불화살·바다수리 등 순항미사일 연쇄 발사 시험 등 북한의 도발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공군은 이날 순항미사일을 콕 찍어 “한·미가 이를 격추하는 훈련을 진행했다”고 공개했다. “한·미 F-35A가 한 팀을 이뤄 우리 영공을 침범한 가상의 적기와 순항미사일을 요격·격추하는 ‘방어제공임무(DCA)’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면서다.
F-35A는 적의 심장부까지 은밀하게 침투해 수뇌부 제거 작전이 가능한 무기 체계로 꼽힌다. 이와 관련,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F-35A를 운용하는 충북 청주의 공군 17전투비행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단 시간 내 적 지도부를 제거하고 북한 정권의 종말을 고하는 선봉장이 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박현주·이유정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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