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주·AI 키워드 뜬다…2024 코인 뉴 트렌드 [스페셜리포트]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2. 2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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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정 기자)
이제는 완연한 ‘봄’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진 디지털자산(코인) 투자 혹한기 이른바 ‘크립토 윈터’가 끝나고 ‘크립토 스프링’에 대한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등 여러 호재를 등에 업고 시장 전반에 온기가 감돈다. 지난 2월 22일 기준 올해 코인 시장에 유입된 자본만 약 3000억달러. 한화로 따지면 400조원이 넘는다. 최근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조달러를 돌파, 테슬라 시총을 뛰어넘었다.

코인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투자자 기대감도 덩달아 커졌다. 역대급 상승장으로 기억되는 지난 2021년 코인 랠리가 재현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올 초 상승장서 주목받는 ‘코인 투자 트렌드’를 정리해봤다.

[1] 매수세 돌아선 비트코인 ETF

코인 투자 대중화·반감기 기대감

비트코인 현물 ETF가 ‘매수 우위’로 전환되며 비트코인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ETF 승인 직후 오히려 추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1월 말 이후 다시 우상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차익 실현을 위한 기관 매도세가 주춤하면서 비트코인 ETF는 순매수로 돌아섰다. ETF 호조와 함께 조만간 비트코인이 전고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지난 1월 10일 전 세계 코인 투자자 이목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소식에 쏠렸었다. ETF는 특정 자산 가격 변화에 수익률을 연동시킨 펀드 상품이다. 예를 들어 금 가격이 오를 때 수익률이 오르도록 설계한 상품은 ‘금 ETF’, 원유 가격 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면 ‘원유 ETF’다. ETF 승인으로 코인 지갑이나 코인 거래소 계정 없이도 주식처럼 비트코인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비트코인 투자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지며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ETF 승인 직후 비트코인 가격이 전보다 하락한 것. 비트코인 ETF와 일대일 교환 가능한 투자 신탁 상품을 예전부터 보유해왔던 기관들의 차익 실현이 이어지면서 매도량이 급증한 탓이다. ETF가 승인된 1월 10일 4만7000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1월 24일 4만달러 선이 무너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매도세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2월 들어 비트코인 ETF가 순매수로 전환되며 반등이 시작됐다. ETF 승인부터 한 달 남짓 지난 현재 기준 비트코인 ETF 순유입액은 50억달러를 넘어섰다. 2월 22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5만17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ETF 승인 전보다 10% 이상 오른 가격으로, 5만달러를 돌파한 건 2021년 12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ETF가 매수세로 전환되면서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ETF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전문가 전망도 이어진다. 케네스 워싱턴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 당시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릴 만한 요인으로 바뀌었다”며 “비트코인 ETF가 코인 시장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인 온체인데이터 전문 업체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올해 ETF로 자금이 유입돼 비트코인 가격이 11만20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레이스케일에서 나오는 비트코인 매도 물량이 최근 감소해 가격 프리미엄도 플러스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올해 4월 말 예정된 ‘반감기’ 호재 역시 비트코인 ETF 매수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감기란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점을 의미한다. 전체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제한된 비트코인은 대략 4년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들게끔 설계됐다.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공급이 줄면 가격은 자연히 오른다’는 논리가 반감기를 비트코인 호재로 보는 주요 근거다. 그간 비트코인 반감기는 총 3차례 있었는데, 반감기 직후 공통적으로 가격이 올랐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지 않겠냐는 심리가 비트코인 매수세에 힘을 싣는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건 아니다. 단기적으로 몇 차례 대규모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비트코인 ETF가 투자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은 맞지만 그만큼 기관 대량 매도도 수월해졌다는 분석에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ETF 승인 후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차익 실현을 위한 기관 대량 매도가 나타날 수 있다”며 “지지선인 3만2000달러에서 3만6000달러까지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 투자 가치가 크게 쪼그라들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탈중앙’이라는 비트코인만의 본질이 흐릿해졌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정부나 중앙은행, 기존 전통 금융기관을 향한 불신이 만들어낸 ‘대안 화폐’ 성격이 짙다. 2008년 10월 나카모토 사토시가 공개한 비트코인 백서에도 ‘어떤 금융기관도 거치지 않고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전달되는’ 전자화폐라는 비전이 담겼다. 하지만 비트코인 ETF 승인으로 사실상 중앙화된 대형 금융사가 관리하는 금융 시스템에 편입됐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회의론자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CEO는 “비트코인은 디지털 통화로의 역할을 실패했고 투기 수단으로만 성공해왔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는 도박꾼이 카지노 들어오기 위해 거쳐야 하는 ‘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2] “구관이 명관” 메이저 코인↑

이더리움·솔라나 등 상승장 견인

올 초 상승장에서는 유독 ‘메이저 알트코인’ 선전이 두드러진다. ‘뉴 페이스’보다는 어느 정도 검증된 코인 위주로 투자하는 양상이 포착된다. 시총 순위 100위권 안에 위치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있는 코인에 대한 선호가 높은 모습이다.

역대급 상승장을 보였던 2021년 초에는 조금 달랐다. 시총이 상대적으로 작은 알트코인이 주목받으며 전체 시장 분위기를 주도해나갔었다. 일론 머스크 효과로 급등한 ‘도지코인’, 상장 1년이 채 안 된 신생 코인이었지만 상승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솔라나(SOL)’, 한국 코인으로 급격히 덩치를 키운 ‘클레이튼’과 ‘테라’ 같은 코인이 2021년 당시 주목받았던 대표적인 코인들이다.

당장 알트코인 대장주 ‘이더리움’부터 올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0월 1500달러 선에서 머물던 이더리움 가격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더니 최근에는 3000달러 선에 육박했다. 최근 3개월 기준 상승률은 41%로 현물 ETF 승인·반감기 등 여러 호재를 맞이한 비트코인(38%)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자랑한다. ETF 승인 기대감이 커졌던 2023년 12월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한 달간 가격 상승률이 15%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3%대 상승률을 보였다.

비트코인 다음 ETF 타자가 이더리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리 사놓자’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비트코인이 전고점에 근접하면서 이더리움 역시 비슷한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호재로 작용했다. 이더리움 전고점은 약 4600달러. 현재 가격은 전고점 대비 7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더리움 시총(약 3500억달러)은 어느덧 전 세계 모든 자산을 통틀어 30위권에 위치하게 됐다. 삼성전자(약 3680억달러)에는 약간 못 미치지만 텐센트나 코스트코, 토요타 같은 글로벌 기업보다 시총이 더 크다.

이더리움뿐 아니다. 상승장이었던 최근 3개월 기준 가격 상승률 상위권 코인을 살펴봐도 상대적으로 역사가 오래되고 시총이 큰 메이저 코인이 다수 자리하고 있다. 스택스(STX)가 대표적이다. 현재 시총이 38억달러에 육박하는 대형 프로젝트지만 3개월 동안 300%가 훌쩍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스택스는 비트코인 블록체인 ‘레이어2’ 솔루션이다. 레이어2 솔루션은 기존 블록체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확장팩’ 개념으로 보면 된다. 기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개발비 절감 등 효과를 누리되, 느린 거래 처리 속도와 비싼 수수료 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스택스는 비트코인 블록체인도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도록 기능을 지원한다. 가치 저장 수단 외에 별다른 사용처가 없던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여러 앱 개발을 진행한다고 보면 쉽다.

스택스 외에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인 메이저 코인이 여럿이다. 웹 기반 클라우드를 블록체인으로 대체하는 시도인 ‘인터넷컴퓨터(ICP)’는 시총 20위권 내 거대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3달 상승률이 186%가 넘는다. 2021년 상승장 때는 신생 코인이었지만 현재는 시총 5위 메이저 코인으로 거듭난 ‘솔라나’ 상승세도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20달러 수준에 머물던 가격이 올해 2월에는 100달러를 넘어섰다. 이 밖에 글로벌 금융기관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도록 돕는 ‘아발란체(AVAX)’, 웹 3.0 시대 대표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니어프로토콜(NEAR)’ 같은 코인 프로젝트도 최근 큰 오름세를 보인 메이저 코인으로 꼽힌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투자 혹한기인 ‘크립토 윈터’를 거치며 투자자 사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모습”이라며 “신생 코인보다는 상대적으로 역사가 길고 그동안 꾸준한 투자와 R&D를 이어온 프로젝트가 이전 상승장 대비 더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4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 (로이터)
[3] 코인도 ‘기술주’가 대세

AI·클라우드 관련 코인 급등

올 한 해 전 세계 투자 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인공지능(AI)’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코인 투자 시장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기술을 AI 산업과 접목시키고자 하는 ‘AI 코인’이 최근 대세로 떠올랐다.

AI 열풍 최대 수혜주는 ‘월드코인(WLD)’이다. 최근 한 달 가격 상승률이 200%에 달한다. 2023년 7월 출범한 신생 코인임에도 불구하고 거듭 가격이 오르며 시총 80위 내 코인으로 안착했다.

월드코인 프로젝트 자체는 AI 기술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월드코인 설립자가 ‘챗GPT 아버지’라고 불리는 샘 알트만 오픈AI 창립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오픈AI 관련 호재가 있을 때마다 월드코인 가격이 꿈틀대는, 전형적인 ‘샘 알트만 테마주’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오픈AI가 텍스트를 영상으로 변환해주는 AI ‘소라’를 공개하자마자 월드코인 가격이 또 한 번 급등한 이유도 여기 있다.

월드코인은 2019년 샘 알트만이 설립한 블록체인 재단이다. 핵심은 ‘인간 증명’이다. 가까운 미래, 온라인에서는 AI와 실제 사람을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한 프로젝트다. 월드코인이 택한 방식은 ‘홍채 인식’이다. AI는 홍채 데이터를 인증할 수 없는 데다, 출생 신고 누락에 따른 기존 신분증 제도의 한계도 극복 가능하다. 기계 앞에서 홍채 인증을 하면 디지털 신분증인 ‘월드 ID’를 발급받고 월트코인 토큰도 지급된다. 토큰을 통해 AI 기술 발달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글로벌 기본 소득’을 지급한다는 게 월드코인 취지다. 생체 데이터 유출 등 월드코인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가격 상승세만큼은 진짜다.

월드코인 외에도 AI 섹터로 분류되는 코인이 저마다 고공비행 중이다. 코인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텐서(TAO), 렌더(RNDR) 등 코인으로 구성된 ‘AI 테마’ 코인이 일주일 새 40% 가까이 올랐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클라우드 공간이나 컴퓨팅 파워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분산한다는 목표를 가진 프로젝트가 많다.

이 밖에도 사물인터넷 기기 같은 하드웨어와 AI를 연결한 집단 학습을 추구하는 페치에이아이(FET), 미사용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고 보상을 받는 아카시네트워크(AKT), AI 개발자들이 저마다 AI 모델을 개방형 마켓에 공유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싱귤래리티넷(AGIX) 등도 대표적인 AI 코인으로 꼽힌다.

[4] 뉴 메타는 ‘아시아’

한국은 ‘네카오 코인’ 통합 기대감

아시아는 한동안 ‘코인 불모지’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 차원에서 일종의 ‘쇄국’ 정책을 펼친 탓이다. 코인 연구개발이 활발했던 중국은 2022년 규제 강화 이후 생태계가 크게 쪼그라들었고 한국 역시 정부 규제와 김치코인 이미지 악화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일본의 변화가 눈에 띈다. 일본은 2014년 자국 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규모 해킹 사태 이후 규제 일변도를 펼쳤다. 하지만 최근 정부 주도로 웹 3.0과 크립토 시장을 전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크립토 과세 조정과 벤처 투자 허용 등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쏟아진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일본 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정부 지원에 힘입어 비상 중이다. ‘아스타(ASTR)’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2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아스타 시가총액은 최근 10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토요타·소프트뱅크 등 일본 주요 대기업과 협업으로 주목받았고 최근에는 소니와 함께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 나선 상태다.

루나 사태 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한국 코인 시장도 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쟁 관계였던 네이버와 카카오 계열사 사이 유례없는 ‘코인 M&A’로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최근 네이버 관계사인 라인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핀시아’ 재단과 카카오가 만든 ‘클레이튼’ 재단이 합병을 결정했다. 클레이튼에서는 90%, 핀시아에서는 95% 찬성으로 합병 계획은 가결된 상태다. 지금은 두 플랫폼 모두 카카오와 라인이 아니라 자체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두 재단은 이번 통합을 발판 삼아 전 세계 상위 블록체인 플랫폼과 견줄 수 있는 ‘메이저리그’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핀시아와 클레이튼은 이번 통합으로 전 세계 45개 회원사와 420개 서비스(디앱)를 보유하게 됐다. 아시아 지역에선 단연 최대 규모다. 통합 플랫폼 생태계에 접근할 수 있는 인원은 2억5000만명, 시가총액 합산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영수 핀시아 재단 의장은 “아시아 시장을 대표하는 블록체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핀시아와 클레이튼은 블록체인 필수 인프라와 프로덕트 자산을 구축해왔다”고 말했다. 서상민 클레이튼 재단 이사장은 “계속 강조한 바와 같이 클레이튼은 핀시아와의 통합을 통해 아시아 최고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해 더 큰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5] 부진한 ‘거래소 토큰’

FTX 사태 여파…거래량도 주춤

상승장이라고 해서 모든 코인이 다 잘나가는 것은 아니다. 이전 상승장 대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코인도 여럿이다. ‘거래소 토큰’도 그중 하나다. 거래소 토큰은 코인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코인을 말한다. 거래소가 발행한 ‘주식’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해당 거래소에 호재가 발생하면 기대 심리에 힘입어 거래소 토큰 가격도 덩달아 뛰고 반대로 악재가 발생하면 가격이 떨어지는 식이다.

거래소 토큰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여러 혜택도 준다. 예를 들어 거래소 토큰을 예치하면 이자를 주는 거래소도 있고 신생 코인이나 NFT에 먼저 투자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는 곳도 있다. 거래소 토큰으로 코인 거래 시 수수료를 깎아주는 거래소도 여럿이다.

과거 상승장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거래소 토큰 투자가 ‘대세’ 중 하나였다. 코인 거래가 활발할수록 코인 거래소가 수혜를 받는 구조상 거래소 토큰도 함께 가격이 올랐다. 당시 시총 3위 바이낸스코인(BNB)을 비롯해 크립토닷컴코인(현 CRO), 후오비토큰(HT), FTX토큰(FTT) 등이 시총 30위권 내에 위치했다.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바이낸스코인을 제외하면 존재감을 나타내는 코인이 없다. 파산 사태를 겪었던 FTX토큰과 후오비토큰은 시총 100위권 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OKX거래소에서 발행한 ‘OKB’와 크립토닷컴 ‘크로노스’가 그나마 덩치를 키워가고 있지만 최근 3개월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한 코인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FTX 파산 사태와 거듭 발생한 거래소 해킹 탓에 이전보다 신뢰를 잃었다”며 “비트코인 ETF 상장 이후, 이제는 굳이 코인 거래소가 아니더라도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게 된 점도 기존 거래소들에는 악재”라고 설명했다.

탈중앙화거래소(DEX) 코인도 상대적으로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DEX는 업비트나 빗썸 등 중앙 거래소라는 중개자 없이 코인 매매가 이뤄지는 일종의 P2P 형태 거래소다. 과거 시총 8위까지 덩치를 키웠던 유니스왑(UNI)은 현재 22위까지 미끄러졌다. 시총 20~30위권 내에 위치했던 팬케이크스왑(CAKE), 스시스왑(SUSHI) 같은 DEX 코인 역시 이제는 시총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8호 (2024.02.28~2024.03.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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