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하루 만에 오키나와행' 류현진 "이루고 싶은 것은 '한화 우승'" [인천공항 현장]

유준상 기자 2024. 2. 2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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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유준상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코리안 몬스터로' 마운드를 지배하다가 친정팀으로 돌아온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스프링캠프 합류를 위해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출국했다.

류현진은 빅리그 생활을 정리하고 22일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의 조건으로 계약해 친정팀에 복귀했다. 류현진의 KBO리그 복귀는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한화 구단의 '진심'이 류현진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박찬혁 한화 대표이사를 필두로 손혁 단장, 손차훈 전력강화 코디네이터, 최홍성 전략팀장 등 프런트의 전사적인 협업이 빛을 발하면서 이번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다. 특히 손혁 단장은 지난해부터 선수와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며 국내 복귀를 설득해왔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박찬혁 대표이사가 본격 협상 모드로 전환할 시점이라 판단을 내리고 류현진 복귀 프로젝트를 가동해 구체적인 협상을 주도했다. 한화 구단은 류현진의 미국 현지 계약 상황을 지켜보며 물 밑에서 기민하게 움직였다. 복귀 여부는 전적으로 류현진의 결정에 달려 있었지만, 상황만 가능하다면 언제라도 류현진을 영입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류현진은 계약 하루 만에 일본 오키나와로 떠난 가운데, 개막전 선발 등판을 목표로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나선다. 출국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진행한 그는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고,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이었다. 미국에 진출하기 전에 건강하게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 부분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서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MLB에서 총 세 차례 수술대에 올랐다. 2015년에는 투수에게 '사형 선고'에 가깝다는 왼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마치고 불사조처럼 마운드에 복귀했고, 2016년에는 왼쪽 팔꿈치 괴사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2022년에는 동산고 재학 시절 이후 두 번째인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류현진은 "이제 몸 상태는 이상이 없다. 제가 작년에 복귀하면서 MLB에서 경기도 치렀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다. 이제 시즌 준비를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류현진의 복귀로 한화는 단숨에 가을야구 후보로 떠올랐다. '디펜딩챔피언' LG 트윈스는 물론이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는 팀들이 한화를 경계하고 있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신임 감독은 "류현진이라는 대투수가 KBO리그로 돌아온다는 것 자체가 한국 야구에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류현진이 우리 KIA와의 경기에만 많이 등판하지 않는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웃음). 한국으로 돌아오는 걸 환영하지만 될 수 있으면 우리랑 경기 때는 (등판을) 피해서 던져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일단 포스트시즌은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올해 목표를 밝힌 뒤 "베테랑 선수도 많이 영입했고, FA 선수들도 많이 영입하면서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것 같다. 어린 선수들도 작년에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 더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다음달 37세가 되는 류현진은 8년 계약을 모두 채울 경우 44세까지 현역으로 뛰어 송진우(전 한화)가 보유한 KBO 최고령 현역 선수(43세 7개월 7일) 기록을 경신한다.

8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걸 묻자 그는 "아무래도 우승이다. 그 외에는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선수단은 물론이고 팬들의 기대감도 커진 가운데, 이날 류현진의 출국을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공항을 찾았다. 아내 배지현 씨와 류현진의 아버지 류재천 씨도 공항에 나와 류현진을 배웅했다.

류현진은 인터뷰 도중 가족과 관한 질문에 "(딸과 아들은) 한국에 돌아오는 걸 더 좋아하지 않을까"라며 "(가족들이) 미국에서 고생한 걸 알기 때문에 다들 축하해주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다음은 류현진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

-12년 만에 친정팀에 돌아온 소감은.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기도 했고 짧은 시간이기도 했는데, 미국 진출을 앞두고 건강하게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걸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서 뜻깊게 생각한다.

-계약이 늦어졌는데, 현재 몸 상태는.
▲실내에서 투구수를 65구까지 끌어올렸다. 오늘(23일) 일본에 가자마자 바로 훈련할 것 같고 오랜만에 야외에서 캐치볼을 하는 거라 느낌이 괜찮으면 바로 불펜피칭을 하지 않을까 싶다.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이 열렸을 때 전체적으로 선발투수들이 후한 대우를 받았고 금방이라도 계약이 나올 것 같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심정이 어땠는지.
▲시간이 빨리 지나갔던 것 같다. 다년 계약 이야기도 있었고 1년 계약 이야기도 있었는데 다년 계약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KBO리그에) 돌아올 때 40살이 되기 때문에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에 있어서 강력하게 거부했던 것 같다. 최대 1년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복귀를 결정한 시점은.
▲(복귀를 결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단장님, 사장님, 한화 프런트분들과 함께해서 금방 진행됐던 것 같다.

-8년이라는 숫자가 본인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8년이라는 숫자를 채우게 되면 KBO리그 최고령 선수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도 영광스러울 거라고 생각하고 자부심도 생길 것이다.

-류현진의 복귀로 한화 팬들의 기대치가 높은데, 개인적으로나 팀의 기대치는.
▲일단 포스트시즌엔 진출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첫 번째 목표일 것 같다. 고참급 선수들도 많이 영입됐고 FA 선수들도 오면서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것 같다. 지난해 어린 선수들도 젊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더 자신감을 갖고 시즌을 시작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에서 포스트시즌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신수, 김광현과의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어떨 것 같은지.
▲새로운 경험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많이 기대하고 있다. (추)신수형과 미국에서 맞대결을 가진 뒤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한국에서 붙는다면 다른 느낌일 것 같다. 김광현 선수의 경우 내가 맞대결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니고 하늘의 뜻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비가 올 수도 있고, 감독님들이 (맞대결을) 붙여주지 않을 수도 있다. 선수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태극마크에 대한 열망이 강한 선수로 알고 있는데, 올 시즌 이후 프리미어12에 나갈 기회가 있다면 출전 의향이 있는지.
▲선수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뽑아주실진 모르겠지만, 한 번 더 대표팀에 가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경기를 하고 싶다.

-최원호 감독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개막전에 맞춰 준비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다. 선수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투구수로 봤을 땐 괜찮은 상황인 것 같다. 이 시기에 65구를 던진 건 생각보다 더 많이 던진 것일 수도 있다. 100%의 힘으로 투구한 건 아니라서 오늘 (일본에) 가서 한 번 느껴봐야 할 것 같다.

-올해 준비하면서 구속이 더 올라오겠다는 느낌이 있었나.
▲좀 더 편한 것 같다. 토미존 수술을 하고 나면 2~3년 차 때 가장 팔이 편안하기 때문에 순조롭게 편안하게 올렸던 것 같다.

-이닝에 대한 욕심도 있는지.
▲몸 상태가 건강하다면 이닝 등 이런 건 충분히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150이닝 이상 던져야 하지 않을까.

-토론토에 있을 때 알렉 마노아와의 관계가 화제였는데, 한화에서도 문동주 같은 젊은 투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동주 같은 투수를 어떻게 봤고, 또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나보다 빠른 공을 던진다(웃음). 그 부분에 있어선 조언할 게 전혀 없다. (조언할 부분은) 경기에 관한 부분일 것 같다. 워낙 갖고 있는 게 많은 선수라 그런 부분 외에는 조언할 게 없지 않을까 싶다.

-계약 이후 모바일 메신저 내 한화 선수단 단체채팅방에 초대된 것도 화제가 됐는데, 후배들이나 동료들의 환호가 있었는지.
▲일본에 도착하면 느낄 것 같다. 선수들이 너무 반겨줘서 좋았던 것 같다. 아직 만나진 못했지만 그런 부분에서 많이 신경 써 준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

-메이저리그에서 11년을 뛰면서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 시간을 돌아본다면.
▲투수가 할 수 있는 수술을 다 받았던 것 같다. 수술 이후 복귀한 것에 위안을 삼았고, 어떻게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전 소속팀인 다저스, 토론토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동안 많이 응원해주셨는데 너무 감사드린다. 야구를 그만두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계속)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이재원과의 인연에도 팬들의 기대가 큰데.
▲(이)재원이와 초등학교 때부터 청소년 대표팀을 제외하면 같은 팀에서 해본 적이 없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좋은 포수인 만큼 충분히 (합이)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젠 서로 고참이 됐기 때문에 함께 팀을 잘 이끌어야 할 것 같다.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면서 건강하게 던지는 것 외에는 본인의 목표가 있나.
▲그게 전부다.

-2승만 추가하면 KBO 통산 100승인데 기록을 의식하고 있진 않나.
▲언젠가는 할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눈여겨본 선수 혹은 스프링캠프에서 조언해주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선수들이 어떻게 하는지 너무 궁금하다. 같이 야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함께 보면서 야구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말로 편하게 떠들 수 있는 스프링캠프가 그리웠을 것 같은데.
▲그럴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가장 빠르게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8년을 더 뛰게 됐는데, 남은 기간 동안 이것만큼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아무래도 우승이다. 그 외에는 없는 것 같다.

한편 류현진은 오키나와 캠프에 도착하는 직후 곧바로 팀 훈련에 합류한다. 이후 한화의 청백전이 시작되면 불펜 피칭을 진행할 계획이다. 류현진은 "실내에서 투구수를 65구까지 끌어올렸다. 오늘(23일) 일본에 가자마자 바로 훈련할 것 같고 오랜만에 야외에서 캐치볼을 하는 거라 느낌이 괜찮으면 바로 불펜피칭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류현진이 오는 대로 몸 상태가 어떤지, 정규시즌에 맞춰 출격할 수 있는지 체크할 것이다. 게임 플랜이 어떻게 되는지도 들어봐야 한다. 이후 앞으로의 일정을 정해야 할 듯하다"고 전했다.

최 감독은 "실내에서 50~60구 정도 피칭을 소화했다고 들었다. 그 정도의 몸은 되는 것 같다. 팔꿈치 수술을 받았지만 최근 컨디션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직접 보진 못했다. 실내에서 피칭을 어느 정도 강도로 했는지 확인이 안 된 상태다. 팀에 합류하면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류현진의 합류로 선수들의 기대감을 더 끌어올린 상태에서 개막을 맞이하게 됐다. 상당히 희망적인 부분이다. 선수단에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인천공항,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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